˝한 청춘이자 한 시대의 일지를 기록하고 싶었다. 한 인간이자 한 세계의 모형을 창조하고 싶었다.˝ (작가의 말)
손아람 작가가 쓴 장편소설 <<디 마이너스>>를 읽었다. 10년 전, 대학교 다닐 때가 기억났다. 나도 참 별난 놈이었다.
전학협 계열의 메이데이 실천단에 참가하고
(전학협 해산 뒤 결성된 `노동해방****`라는 단위였다.),
yd 따라서 광주 망월동 묘역 참배하고,
열사추모제 때 개량한복 입고 갔더니 nl 선배한테서 `민족의 기풍이 느껴진다`고 박수 받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뛴 총학선거 선본에서 법대 단책 맡았는데 개표날 법대에서 우리 쪽이 300표차로 지고(좌절한 나에게 정책국장 후배가 다가와 위로했다. 법대에서 얻은 표들 형이 만든 거예요 라고.)
......
<<디 마이너스>>는 어쩌면 내 이야기다. 또한 나와 상관 없는 이야기다. 소설 속 인물들과 나는 교묘하게 닮았으면서도 판이하다. 지금은 상여금이나 성과급 안 나온다는 소리에 벌벌 떨고 눈물짓는 회사원일 뿐이지만 내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뜨겁고, 덤빌 줄도 알았던. 흥얼거렸던 노랫말 하나가 문득 떠오른다.
`나의 삶은 얼마나 진지하고 치열한가. 오늘밤 퇴근길 거리에서 되돌아본다. ... 나의 삶은 부끄럽지 않은지.`(꽃다지, <동지들 앞에 나의 삶은>)
얼마 전, <<디 마이너스>>에 앞서 손 작가가 쓴 소설 <<소수의견>>도 읽었다. 법 조문과 사법제도로 흥미로운 이야기를 직조한 작가의 솜씨가 놀라웠다. 그때 얻은 두근거림 덕에 대학시절 손놓고 보내버린 형사소송법을 잠깐 다시 공부하기도 했다. 이제 손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었다는 <<진실이 말소된 페이지>>를 읽고 싶다. 그가 힙합가수 활동을 하며 겪은 일을 바탕으로 쓴 작품이라고 한다. 나는 힙합에 대해선 전혀 모른다. `쇼 미 더 머니`를 본 적도 없다. 하지만 <<진말페>>를 읽은 뒤에는 왠지 음원앱에서 힙합가수 이름을 검색할 것 같다. 작가가 어쩌면 지금 쓰고 있을 새로운 작품도 기대된다.
오랜만에, 좋아하는 한국소설가가 생겼다.
˝세상은 꾸준히 나빠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언제나 좋았던 시절만을 회상하고 있다.˝(<<디 마이너스>> p260)
˝세상은 그렇게 쉽게 멸망하진 않는다. 미래의 몫으로 더 나빠질 여지를 언제나 남겨둔다.˝ (p507)
˝좌파는 세상 많은 것을 의심하지만, 수리처럼 자기 자신이 무엇인지까지는 의심하지 않는다. 수리는 여느 좌파와는 완전히 달랐다. 바로 그런 점으로 인하여 그 누구보다도 좌파 성향이었다. 수리는 말이 아닌 길로써 가치를 증명했다. 그것이 바로 좌파 이론을 단 한마디로 압축한 핵심이며, 대부분의 좌파가 달성에 실패하는 과업이다.˝ (p5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