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6년 초의 한 보고에 따르면, 어린 남녀 아이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놀이로, 암시장 놀이, ‘판판놀이 (매춘부와 손님을 흉내 내는 놀이)‘, ‘데모 놀이 (좌익 정치 시위를 흉내 내는 놀이) ‘세가지가 꼽혔다고 한다.
행상인으로 분해서 각자 팔 물건을 가지고 등장하는 암시장 놀이는 어린기업가들을 교육시키는 일종의 학교 역할을 했을지도 모르지만, 당시의 어른들에게는 먹고살기 위해 불법 행위를 해야 했던 어두운 기억을 되살리는놀이였다. ‘판판 놀이‘는 더욱더 참기 힘들었다. ‘판판‘이란 전후에 등장해서 오로지 미군만을 상대한 독립적 매춘부를 가리키는 은어였기 때문이다.
1946년에 찍은 사진을 보면 누추한 옷을 입은 어린아이들이 매춘부의 거래를 웃으면서 재연하고 있는데, 천으로 된 미군 삼각모를 쓴 소년이 기운 옷을 입은 소녀와 팔짱을 끼고 있다. 데모 놀이는 빨간색 종이 깃발을 흔들며뛰어가는 놀이이다. 이 아이들이 자라나 놀이가 아닌 실제 시위를 하게 되는 것이다. 고아나 가출한 어린아이, 학생들까지도 호객꾼이 되어 미군 병사에게 여자를 소개시켜 주며 용돈을 벌고 있었다. 매춘부에 대한 일제 단속에서 열네 살 정도의 어린 소녀가 검거되면 신문은 이를 크게 보도했다. ‘초콜릿 주세요.‘ 다음 단계로 배우는 영어가 ‘우리 누나 만나 볼래요?‘인 아이들도 있었다.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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