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이 서성이는 뒷골목을 빠져 나오며>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의하세요.

나이트메어가 악몽을 뜻하는 단어인 건 알겠다. 앨리, 이건 사람 이름인가? 여자 이름 같은데... 사전을 뒤적이고 나서야 앨리가 골목인 걸 알았다. 악몽의 골목.

주인공 스탠은 미신과 심령술을 이용해 사기를 치다 모든 걸 잃는다. 반전이라고 할 수 있는 마지막 장면처럼 그 자신이 소설 첫머리 나오는 혐오스러운 기인이 되고 만다. 폐인처럼 지내며 유랑단에서 주는 먹이만 받고 엽기적 쇼를 벌이는 인생이 그에게 남는다. 

스탠은 어린 시절부터 같은 꿈을 반복해서 꾸곤했다. 어두운 골목을 달리는데 길 양쪽 건물들은 텅 비어 있고 컴컴하다. 저 멀리 길 끝에 빛이 있어 그걸 보고 달리지만 무언가가 그의 등 뒤에서 불길하게 다가온다. 그는 빛에 도달하지 못하고 잠에서 깬다.

스탠의 삶은 그가 꾼 악몽을 펼쳐 놓은 것과 다르지 않았다. 돈, 성공, 여자는 골목 끝의 빛이었다. 그는 그것을 향해 맹목적으로 달린다. 술수와 배신을 이용해 달린다. 그도, 소설을 읽는이도 개운하지 않다. 결국 그는 무언가에 뒷덜미를 잡혀 빛에 도달하지 못한다. 스탠을 그렇게 만든 근본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어머니의 외도를 목격하고 성폭력의 상처를 입은 어린시절 경험이 큰 비중을 차지한 걸까.

미신이나 점을 신봉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 종교도 믿지 않는다. 극도로 합리와 이성을 추구하는 내 성미 탓이다. 소설에서 속고 속이는 사람들을 보며 혀를 끌끌 찼다. 거의 80년 전, 미국에서 벌어진 일들인데 지금 봐도 낯설지 않은 풍경이 등장한다. 합리와 이성은 내 확신보다 취약한가 보다. 소설을 읽는 동안 스탠이 달렸던 악몽 속의 골목을 서성인듯 했다. 그 골목을 빠져 나오며 숨을 골라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