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저러스>

세이프(S. K. 바넷, 민음사)를 읽고

**주의: 스포일러 있음

오랜만에 스릴러 소설을 읽었다. 일단 만족스럽다. 스릴러답게 흥미를 돋우는 요소가 풍부했으며 여러 차례 나오는 반전이 충격을 주었다. 그리고 내가 세운 주요 가설이 맞았다는 것을 확인하며 읽어나간 게 즐거웠다.

실종되었던 아이가 가족에게 돌아오며 사건이 벌어진다. 이 줄거리는 김영하 작가의 단편소설 ‘아이를 찾습니다‘를 떠올리게 했다. 참척, 부모의 슬픔과 같은 감상적이고 무거운 단어를 생각하며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납치범인 양부모에게서 끔찍한 일을 겪은 소녀가 가여웠다.

추리 소설, 스릴러 소설은 게임이나 퍼즐 같은 성격을 지녔다. 문제가 주어지고 단서가 있기에 해답을 찾아가며 읽을 수 있다. 나는 72페이지(여러 친척이 돌아온 제니를 보러 온 장면)에서 두 가지 가설을 세웠다.

① 돌아온 제니는 진짜 제니가 아니다.
② 제니 실종에 관여한 주된 인물은 제니 가족 가운데 있다.

단순히 직감에 의존한 이 중요 예측이 결국에는 맞았다.

스릴러 감상 모드로 독서 태세를 전환했다. 역시나, 돌아온 아이는 진짜 그 아이가 아니었다. 양부모에게서 도망쳐 나와, 떠돌이 생활을 하며, 실종되었다 돌아온 아이인 척 하는 상습범이었다. 나는 수사를 하는 형사처럼 예측을 하고 추적하며 소설을 읽었다. 내 생각이 정답에 근접했다는 것을 확인할 때는 쾌감을 느꼈다. 물론 알아맞히지 못하고 작가가 짜놓은 흐름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순간이 더 많았다. 친구인 탭스를 의심하며 헛다리를 짚은 게 대표사례다. 나는 탭스가 주인공에게 어떠한 의도를 갖고 일부러 접근한다고 의심했다. 하지만 그녀는 친구이자 가장 중요한 조력자가 되었다.

내용 가운데 작위적이고 너무 쉽게 전개가 되는 부분은 실망이었다. 벤이 마리화나를 이용해 과거 기억을 떠올리는 장면(353, 367페이지), 해킹할 때 세인트루크 센터 비밀번호를 맞히는 대목(313페이지), 사진파일을 숨긴 컴퓨터 저장공간을 찾아내고 비밀번호를 맞히는 내용(380페이지)이 그랬다. 설득력이 낮았고 우연성이 짙었다. 작가가 소설을 구상하며 짜놓은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무리수를 둔 것 같았다.

위험하고 불안한 환경에서 자라온 주인공은 안락하고 안전한 공간을 꿈꾸었다. 그래서 거짓말을 하며 진짜 자녀 행세를 했다. 그것이 그녀를 더 위험한 상황에 빠뜨렸다. 안전한 집으로 돌아가길 꿈꾸는 그녀와 책을 통해 스릴 넘치는 위험한 여행을 함께 다녀온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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