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의 어른입네 하며 더러운 쌍판 내밀던 양아치들을 시원하게 밟아주신 영미 누님.

난수표나 미해독 문자 같은 현대시들을 읽을 때면 자괴감을 느끼곤 했다. 그와 달리 최영미 시인의 작품은 화살처럼 날아와 가슴에 박힌다. 그냥 ‘꽂혔다‘.

기성출판사들이 출간을 꺼려 최영미 시인이 직접 출판사를 세워 펴낸 시집이다. 부디 흥하길!

˝목숨을 걸고 뭘 하진 않았어요
(왜 그래야지요?)
서른다섯이 지나
제 계산이 맞은 적은 한 번도 없답니다!˝
- 밥을 지으며

˝장미넝쿨이 올라온 담벼락에 기대어
소나기 같은 키스를 퍼붓던 너.
...
침대가 작다고 투덜대는 내게 너는 속삭였지

사랑한다면 칼날 위에서도 잘 수 있어˝
- 마지막 여름 장미

˝싸움이 시작되었으니
밥부터 먹어야겠다.˝
- 독이 묻은 종이

˝보석처럼 빛나지는 않지만,
너희들은 서로의 가슴에 별이 되거라˝
- 여성의 이름으로

˝인생은 낙원이야.
싫은 사람들과 같이 살아야 하는 낙원.˝
- 낙원

˝길이 보이지 않아도

나는 다만 이 햇살 아래
오래 서 있고 싶다˝
- 1월의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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