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일곱 살 노인이 며느리 사쓰코에게 사랑받고 싶어한다. 그녀가 자신을 지배하길 원하며 그 지배를 통해 쾌감을 얻고자 한다. 다소 쇼킹한 소재. 아들의 정혼대상(줄리엣 비노쉬)과 예비 시아버지(제레미 아이언스) 사이의 사랑을 다룬 영화 ‘데미지‘와 묘하게 겹친다. 이 소설이 그 영화보다 30년 앞서 나왔다.

부유하나 병원과 약에 잔뜩 신세를 진 채 말년을 보내는 노인은 일기를 쓴다. 일기에 자신의 일상 말고도 아무에게나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남긴다. 바로 며느리를 향한 심정. 급전이 필요하다는 딸의 부탁은 매몰차게 거절하지만 며느리에게는 300만 엔짜리 캐츠아이 반지를 덜컥 사주기도...

˝어머니의 아들인 내가 손자며느리의 매력에 빠져 그녀에게 페팅을 허락받는 대가로 300만 엔을 투자하여 묘안석을 사 주는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면 어머니는 아마 놀라서 기절했을 것이다.˝

˝- 가끔 기모노를 입는 것도 나쁘지 않군. 귀고리나 목걸이를 하지 않은 게 세련됐구나.
- 아버님 꽤 센스 있네. ˝

˝내게 하느님이나 부처님이 있다면 사쓰코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사쓰코의 입상 아래 묻히는 것이 내 소원이다.˝

˝- 자네 발바닥을 뜨게 해줘. 그렇게 해서 이 백당지 색지 위에 주묵으로 발바닥 탁본을 뜰 거야.
- 그걸 뭐에 쓰게?
- 그 탁본을 바탕으로 사쓰짱 발을 본뜬 불족석을 만들거야. 내가 죽으면 뼈를 그 돌 아래 묻을 거야. 그게 진정 대왕생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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