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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국민 일등경제 - 만화로 떠나는 경제여행
송병락 원저, 이원복 글.그림 / 김영사 / 2001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우리나라의 경제에 대하여 지식을 전달하고자 하는 이원복 교수와 자신의 대안(S모델과 PCS 전략)
을 전파하고자 하는 송병락 교수의 합작이라고 볼 수 있다. 보통 초기 먼나라 이웃나라 때의 이원복 교수의
집필경향은 지식의 전달과 객관성의 유지를 통하여 독자 스스로 메세지를 깨닫게 하는 방법을 썼다고 생각
되는데, 최근 들어서는 어떤 주관이나 학설을 전달하고자 하는 경향성을 보인다.
즉, 굳이 나누자면 최초의 이원복 교수적인 스타일은 많이 퇴색된 편인데(2기라고 할 수 있을까?) 김영사의
영향일 수도 있고 이원복 교수가 상업성에 눈 뜬 때문일 수도 있겠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사실 이 (만화)책은 경제학 교과서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송병락 교수의 'S 모델'에 대한 이야기를 풀
어쓴 논문 비슷한 책이다. 저자 역시 서론에서 이 책이 송병락 교수의 주장을 가장 강력하게 펼치고 있는 책
이라고 밝히고 있으며 이 책을 읽기 전에 이점에 대한 인식을 갖는 것이 도움이 될 듯 싶다(이 책의 키워드)
만약 이러한 인식을 전제로 하지 않았을 때에는, 이 책은 최근의 경제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뒤죽박죽 해 놓
은 일관성 없는 경제만화로 느껴질 것이다.
기존의 경제학 지식이 전혀 없이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왜 이 만화에서 일본이나 미국의 경제얘기를 꺼내려
하는지 궁금할 것이다. 얼핏 보기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듯 싶지만 사실 이 얘기들은 우리나라 경제와 IMF
외환금융위기(이상 IMF로 통칭)와 밀접한 까닭이 있다. 사실 IMF라는 것은 일반 국민에게는 그저 괴로운 시
기로만 인식이 되겠지만 이는 지금까지 은행중심 시장인 일본 경제체제를 따라왔던 우리나라가 영미의 자
본중심 시장경제로 그 틀을 바꾸는 작업이었다는 것이 그 본질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는 금융이
나 자본(증권)시장에 대하여 인프라가 매우 부족한 데다가 대비하려는 정신자세까지 없어서 정면으로 태풍
을 맞이한 꼴이 되어버렸고, 이는 자본주의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조차 흔들어 버리게 된 것이다(일본식이 옳
은가, 미국식이 옳은가.. 하는)
어쨌든 우리가 우리의 처해 있는 환경을 알고자 한다면 일본경제와 미국경제를 알아야 하는 것이 사실이며
이를 바탕으로 우리의 실정에 맞는 경제모델을 구상해야 한다는 것이 송교수의 생각이다. 그리고 그 근간을
이루는 것은 스위스 IMD의 기업 중심 경제성장 방식과 마이클 포터의 산업중심 경제성장이다. 전자는 스위
스나 미국의 성장모델로 각 분야별로 좋은 기업을 키우는 것이고 후자는 일본의 모델로 키울 수 있는 산업
에 주력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스위스 같은 경우엔 세계 500대 기업 중에 11개나 자국 기업이 포함되어 있
고 일본은 금융이나 의류등 취약한 산업이 있는 반면 자동차나 로봇 등 세계적으로 우수한 산업 분야가 있는
사실 등이다. 이는 개인주의와 전체주의 등 정치사회적 성향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고, 가장 잘 살아남을 수
있는 최적의 길(곧 경쟁력)을 고려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렇게 된 것일 수도 있다.
송교수는 이러한 기업중심(미국모델)과 산업중심(일본모델)의 장점을 결합하여 우리나라에 적합한 모델을
만들고자 하며, 그 과정에서 작은 정부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또한 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주장되온 경쟁력은 곧 세계를 대상으로 한 것이며, 이러한 의미에서 '세계화'는 피할 수 없는 추세라고 역설
하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보아왔던 다른 경제 개론서나 만화들과 차별화가 된 것으로, 현재 우리의 상태를 파악하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비전과 대안을 제시하였다는데 그 의미가 있다고 보며 그런 면
에서 볼 때 이책의 가치가 빛난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짚어 봐야 할 문제가 두가지가 있다.
첫째는 작은정부에 관한 것인데, 이는 신 자유주의 이론에 근간한다고 보여지는 것이다. 정부의 규제와 비리,
또는 정치자금 등의 문제도 있고 경제에 있어서 규제를 안하고 나서지 않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것만 주장할 때는 우리나라의 50년 경제발전사나 대기업 역사 전체를 부정하는 것이 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기업 중에서 특혜나 정치자금, 비리, 탈세 등에 자유로운 기업은 없으며 정부의 행정규제
나 뇌물 등은 그 과정에서 생겨난 산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작은 정부를 주장하기 이전에 과거에 정부와
기업간의 유착과 비리가 현재는 얼마만큼 개선되었는지 같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여기엔 '국민의
신뢰'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S 모델'의 성립에 있어서 '금융'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이다. 사실 IMF도 복잡해 보이지만 '외환'과 '금
융'의 문제가 그 핵심이다. 일례로 골드만삭스에 허무하게 당한 진로나 최근의 SK에 대한 소버린의 M&A 시
도 등이 아직도 우리나라의 금융인프라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만약 이런 면에 대한 보안이 없
다면 'S 모델'은 단지 탁상공론에 그치게 될 우려도 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에서 맨 처음부분에 나온 '타잔경영론'이 가장 인상적이다. 경쟁력에 대해서 비유적인 설
명으로 가장 알기쉽고 와 닿기 쉽게 전달했기 때문이다.
여하튼 앞으로 우리나라 경제가 우리 자체의 모델을 갖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