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지하경제
오대영 외 지음 / 미래사 / 1995년 7월
평점 :
절판


요즘 경제에 관련된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른 분야와는 달리, 경제라는 분야는 인간군상의 이면에 숨겨진 탐욕과 이기주의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고.. 특히 지하경제는 그런 면이 더욱 증폭되는 분야인 것이다. 

이 책은 꽤 오래전에 나온 책이다. 1995년 7월에 출판이 되었으니, IMF 외환위기가 오기도 2년이나 전의 이

야기인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현재의 우리경제와 사회를 읽을 수 있게 해 준다는 생각과 그 때 보

다 과연 얼마나 나아졌을까 하는 생각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 책에 소개된 지하경제는 크게 4가지 방면으로 볼 수 있다.

첫째는 명동의 사채시장으로 대표되는 사금융이고 둘째는 탈세, 셋째는 비리와 뒷돈, 넷째는 범죄이다. 

종류는 네가지 이지만 기본적인 원인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법'이나 '세금'을 지키고 내야한다는 생각 자체가

희박한 것이며 또한 그렇게 된 데에는 고도 성장으로 인한 일부 계층에 주어진 자금집중과 그들에게서 받은

정부와 결정권자, 정치권의 뇌물 수수 등이 관련되어 있고 재벌보다 작은 규모의 경제주체 들이 살아가기

위하여 했던 일들과 악습들이 경제활동의 일부로 굳어진 것이었다.

또한 더 거슬러 올라가서 일제시대 때 수탈당했던 우리 국민들로서는 건전한 민족자본과 금융시장이 자라

날 시간적 여유가 없었으며 외자를 비롯한 '어디선가 유입되는' 목돈, 또한 그 목돈의 분배과정이 규칙없이

일부에게 특혜로 주어져 왔던 현상들이 관련되어 있다. 게다가 이 모두는 정부와 세금에 대한 불신으로 나

타난 것이다. 

이러한 지하경제의 규모는 매우 커서 어떤 학자의 경우 나라 경제의 약 20%까지 잡기도 하는데 문제는 지

하경제는 규모와 방법을 알기 힘들고 조절이 안되어 자칫하면 빙산의 수면 밑부분처럼 배를 침몰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무시했다가는 오히려 더욱 문제가 되는, 참으로 다루기 어려운 존재인 것이다. 

따라서 건전한 경제질서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지하경제에 대한 파악과 관리가 중요하고, 정치자금이나 뒷

돈, 비리 등이 뿌리를 두기 힘든 문화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또 한가지,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참 궁금했다.

IMF가 터진 후에 우리나라 지하경제는 어떤 방식으로 변화했을까 하고.. 금융실명제도 있었으며 정경유착이

점점 사라져 왔다고는 하지만 행정규제나 허가과정의 특혜, 공무원들의 박봉 등은 여전히 문제점으로 남아

있을텐데 요즘의 지하경제 문화는 어떤 식으로 달라졌을까? 사실 장영자 사건같은 어이없는 사건은 다시 없

겠지만 지하경제가 잘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어떤 것 보다도 생명력이 강인하기에.

사금융을 TV에서 광고하는 요즘 세상을 살면서, 당시 힘든 작업을 해준 작가들께 감사드리고, 2000년 이후

의 지하경제에 관한 지식도 다루어 주셨으면 하는 욕심을 좀 부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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