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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번영의 길
공병호 지음 / 해냄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나는 실학자 정약용을 존경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는 입만 살아서 나불대던 조선의 선비 나부랭이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인물이었다. 그는 헐벗은 백성들과 어려운 현실을 공유했고 그가 살고 있던 어두운 시대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려 노력했다. 대부분 귀향지에서 저술된 그의 역작들은 처절한 현실 인식을 기반으로 한 대안 제시의 실현이다. 그러나 그가 제시한 대안들은 대부분 사장된다. 당시 집권세력이었던 노론벽파는 그와 현실인식을 공유할 수 없는 집단이었다. 사대부 중심의 세계관을 가진 그들에게 정약용이 제시한 대안은 시답지 않은 잠꼬대 쯤으로 비쳤을 것이다. 시대의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탁월한 현사는 귀향지에 있고 집단이기주의에 빠진 타기할 군상들이 권부의 핵심에 있었던 것이 바로 조선의 불행이었다.
나는 공병호 박사를 실학자 정약용과 비유할 생각은 없다. 다만 공병호 박사의 저술들이 시대에 대한 현실인식과 대안제시라는 측면에서 정약용의 저술과 매우 유사하다는 점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공병호 박사의 저술들이 과연 정약용의 저술만큼 탁월한가 하는 문제는 후세의 판단에 맡기면 된다. 그의 예측과 대안제시가 정확했는가 하는 점은 시간이 판가름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공병호 박사의 10년 후 시리즈가 시대에 대한 현실 인식과 문제제기였다면 한국, 번영의 길은 시대에 대한 대안 제시이다. 그의 분석과 논술이 얼마나 훌륭하냐의 문제를 떠나서 나는 그의 저술 곳곳에서 풍겨나오는 시대에 대한 사명감에 먼저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의 저술의 동기는 단순히 배운 지식을 동원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시대의 대한 사명감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그 대안을 제시하는 것만큼 이 나라를 위하는 길이 또 있겠는가?
그의 저술의 목적이 매우 실제적인 것에 있음은 이 책에 첫장을 펴는 순간에 바로 명확해진다.
"먹고 사는 문제보다 시급한 건 없다."
이 책에 현학적 허세는 없다. 이 책은 매우 원초적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룬 책이다. 그래서 나는 매우 현학적인 문체로 이 책에 대한 비판을 가한 서평들을 읽노라면 쓴웃음이 나온다. 그들이 과연 우리 사회가 처한 현실을 제대로 알고나 있을까? 비즈니스의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안다. 그의 현실인식이 얼마나 실제적인지를... 범세계적인 경쟁이 일상화되는 마당에 현실성 없는 평등을 이루겠다고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는 정치권과 이에 동조하는 사람들은 그의 현실인식과 대안제시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다. 나눠먹을 것이 그렇게 많은 줄로 착각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의 절박한 현실인식이 피부에 와닿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논점은 정확하지만 논점을 지탱하는 근거가 약한 부분이 많다. 저자의 실수인지 아니면 자유경쟁시장을 지지하는 저자의 신념이 너무 강해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많은 리뷰어들이 지적한 것처럼 왜 우파적 개혁이어야 하는 지를 설명한 대목은 개연성이 약하다. 그 점이 이 책의 핵심 부분이건만 이 부분에 대한 저자의 설명은 너무나 빈약하다. 그래서 좌파적 세계관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이 점에 대한 보완이 있어야 할 것 같다.
공병호의 한국, 번영의 길은 시의적절한 문제제기에 이은 대안제시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또한 이 책을 저술하는 과정에서 저자가 보여준 시대에 대한 사명감은 이 사회의 젊은이들에게 좋은 귀감이 될 것이다. 그러나 제시한 대안에 개연성을 부여하는 부분에선 부족한 부분이 보인다. 그렇다 하더라도 공병호의 저술이 보여주는 시대에 대한 현실인식과 대안제시에 대한 열정은 그 부분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그만큼 우리는 절박하고 어려운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