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과 한국경제 나남신서 603
강명헌 / 나남출판 / 1996년 5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우리나라의 재벌에 관해서 한눈에 알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재벌개괄서'라고 할 수 있겠다.

그동안 경제신문과 TV를 보면서 재벌들의 힘이 어느정도이고 우리 실생활에 어느 정도나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했었는데 막상 읽고나니 상상 이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제시대의 재벌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김연수와 박흥식 때부터 전두환 정부의 공정거래위원회까지 재벌을 '정착기-팽창기-성숙기'의

세가지 단계의 관점으로 기술하였다. 또한 우리나라의 벤치마킹 대상이었던 일본 재벌의 역사와 실정을

기술하여 우리나라 재벌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이 책을 보다보니 몇년 전만해도 많이 들어보았던 '정경유착'이라는 말이 새삼스럽게 다시 기억이 나며

왜 우리나라 재벌에 대한 특혜의혹과 기업인의 윤리의식이 계속 문제가 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결국은 1960-70년대를 거쳐오면서 사업자 선정과 외자도입, 은행대출과 수출(종합상사)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특혜를 받지 않은 재벌은 없었으며, 이는 개인이나 기업의 노력과는 별개로 재벌의 성장에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 즉,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라던지 '세상은 넓고 할일은 많다'라는 단순한 논리로

국민들에게 자신들을 홍보하는 것은 그 이면에 자신들이 받은 특혜(세계 어느나라에서도 보기 힘든)에 대한

설명없이는 어불성설인 것이다.

어쨌든 80년대 들어서야 공정거래위원회가 생겨서 독점이나 과점의 폐해를 바로잡기 시작했고 그 이후에도

이러한 책들이 씌여졌으며 구조조정을 위해서 노력을 했다고는 하지만 IMF라는 역경을 막아내지는 못하였다.

결국 우리의 착한 국민들은 언제나 그랬듯이 금모으기 운동까지 해 가면서 나라를 살리려고 노력했고 이후

재벌들에게는 엄청난 양의 공적자금을 쏟아부으면서 기업을 살리고자 노력했던 것이다. 이후 벤처열풍이나

신용카드로 인한 경제부흥이 이루어지는 듯 했으나 억지로 돈을 돌리려는 노력은 국민경제의 기초체력을

더욱 약화시켜 아직까지도 가계빚과 내수부족에 허덕이고 있고 빈곤층은 늘어가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위에 너무 재벌의 단점만을 이야기한 것 같아서 부연하면, 지금까지 이루어진 놀라운 경제성장은 박정희

대통령이나 재벌들의 노력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이미 정부가 모든 것을 알아서 길을 터주고 보살펴주는

시기는 지났으며 재벌들도 자기들이 누구 덕분에 이렇게 성장했는지 고마움을 인식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도 잘 못느끼고 있는 듯 하지만.. 수출이 아무리 잘된다 하더라도 국민들 개개인의 경제적 기초

체력이 허약하면 결국엔 경제발전이 이루어지기 힘들다는 사실을 재벌들은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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