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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 오스카 와일드 펭귄클래식 7
오스카 와일드 지음, 김진석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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녕하십니까.

강북 펭클 독서모임의 지기 삽하나입니다.
오늘은 드디어 우리 강북 모임의 1차 독서토론이 있었던 날입니다.
이 역사적인 날에 저는 저기요님의 문자까지 씹어가며 지각을 하고 말았습죠... ㅠ- ㅠ 
자기 소개없이 저 혼자 심각하게 앞서갔던 어설펐던 진행도 무척 죄송스럽습니다 ㅋㅋㅋ
(다음에 또 이러면 콱! 옆구리를 꼬집어주세요 ㅋㅋㅋ)

 

리를 빛내주신 참가자분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저기요님 2. 지민맘님 3. mkdocu님 4. 레디언님 5. 유니님 6. 삽하나(저임ㅋㅋ)

 

임의 선정 도서는 오스카 와일드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저를 포함한 몇몇 분들이 도리언 그레이가 작가 명인 줄 자꾸만 착각하게 된다는 ㅠ) 




토론의 물꼬는 '지민맘'님이 터 주셨습니다. 예술지상주의의 대표적인 표상으로 알려진 오스카 와일드에게 왠지 거부감을 가졌던 적이 있었지만, 오늘의 선정도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로 인해 완전히 기존의 편견을 무너뜨리게 되었다고 하셨죠. 사실 거부감까지는 아니더라도 저를 포함한 몇몇 분들이 '오스카 와일드'하면 행복한 왕자 같은 동화적 상상만을 늘어놓을 법한 그런 인물로 치부했던 부분이 어느 정도 있기도 했다고 각자 의견을 비춰주셨습니다.

 

1. 본문만큼이나 빛나는 서문

오스카 와일드가 화려한 겉모습만큼이나 속까지도 얼마나 멋드러진 인물인지는 유려한 문장들로 채워진 서문 속에 있었습니다. (p.41-42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사물에서 아름다운 의미를 찾아내는 사람은 교양이 있다. 이들에게는 희망이 있다.'_ p.41:8

지민맘님께서는 이 문장을 두고 과거에는 지독한 예술지상주의에 의한 우월감이라고 보았을지도 모르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이들만이 가진 특권일 수도 있겠다고 하셨습니다. 맞습니다. 어쩌면 당시대 그만의 고집스런 미적 추구가 오랜 시간이 흐른 현대에 이르러서도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유발하고, 또 이것이 펭귄 클래식 리스트에 올라 그의 이름과 작품, 그리고 그것이 가지는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로 만들게 됐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ㅇㅅ ㅇ

 

'모든 예술은 표피적이면서 상징적이다. 표피 아래를 탐구하는 사람은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_p.42:13

도리언의 무모한 삶을 지켜보면서 우리 강북 독서모임 가족들이 생각했던 것은 분명 이 소설은 자전적인 성향이 다분하다는 점입니다. 와일드 실제 삶의 비극적인 말년은 분명 도리언의 그것과 맞닿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 점에서 서문에 적힌 이 문장은 와일드가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간에 정말 그는 '위험을 무릅'썼던 무모한 인물이었음에 틀림없습니다. 또 그것이 그의 손을 거쳐 여러 작품들로 탈바꿈되어 지금까지 두루두루 읽히는 클래식 반열에 올라 있음을 우리는 확인할 수 있습니다.

 

2.초상화의 의미는 무엇인가.

우리는 초상화가 가지고 있는 메시지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에 대해 저기요님께서는 한 가지 의문점을 던져주시며 이야기를 진행시켜주셨습니다.

 

'초상화 작품을 출품하지 않는 행위는 와일드의 강한 유미주의 사상과 모순되는 점이 아닌가.'

 

이 때 저는 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여보았습니다. 국내 한 여성 작가의 말에 의하면 자신의 글을 남에게 보여주는 것이 부끄럽고 두려운 일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대학교 재학 시 시 작품을 출품하거나 이에 대해 수업 시간에 토론을 할 때도 발가벗은 느낌이 따로 없는 매우 수치스러운 경험이었습니다. 하지만 작가, 시인, 화가 등의 예술가란 개인의 작품을 통해 나 자신을 드러내야만하는, 그런 숙명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점에서 비추어 보았을 때 작품 속 주인공이 출품을 꺼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요.  

 

3. 오스카 와일드, 이름만큼이나 와일드한 그의 삶.

mkdocu님께서는 지금은 절판된 오스카 와일드의 '옥중기'라는 책을 소개시켜주셨습니다. (도서관에서 찾아볼 수도 있다고 하시니 참고하세요.) 여기에 덧붙여 mkdocu님께서 말씀하신 다음의 개인적 비평은 단연 돋보였습니다.

 

'영국의 브론테 자매들은 바깥활동 보단 주로 저택 내에서만 머물렀기 때문에 그 속에서 오가는 사람들을 보며 상상력을 키워야만 했다. 때문에 이들의 이야기 시선이 횡적일 수 밖에 없다. 반면에 오스카 와일드는 남성이라서 그런지 더욱 자유분방하고 활동적인 일생을 살았기에 이야기 시선이 브론테 자매와는 반대로 두루두루 넓게 퍼져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정말 와일드는 와일드한 삶의 대명사라 불릴만하죠. 모범적인 아버지상으로 살아오던 그가 갑자기 안락한 삶에서 벗어나 발버둥치고 결국엔 옥살이 후 파리에서 빈궁한 나날을 겨우겨우 연명하다 생을 마감하는 비극적 결말에 대해 심각하게 빠져들던 우리 강북 모임 멤버들. 그러나 곧 여성의 압도적인 비율의 우세함을 내세우기 시작했습니다. 오스카 와일드의 얼굴을 요모조모 뜯어보고 '게이'에 대한 찬양론(?)을 각자 펼치며 담소를 이어나간 것이죠. 개인적으론 책만큼이나 재밌고 유익(?)했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만.

 

4. 기타 

얄밉지만 신랄한 어휘감각의 소유자, 해리.

경험자만 이해할 수 있다는 책 속에 담긴 결혼관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

정말 '결혼은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인것인가'에 대해 못다한 아쉬운 말들.

끝끝내 드러나지 않은 채 아쉬움을 남긴 협박 문서 내용.

저기요님이 추천하신 조지오웰의 why i write(영문판으로만 존재합니다.)와 행복의 조건. 등등.

 

+ 제가 아직 독서 모임 지기로서는 많이 모자르고 집중력도 없어 이 날 거론한 모든 사항을 세세히 집어내지 못하였습니다. 저기요님께서 많이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만일 위 사항에 있어서 잘못된 부분이 있거나 빼먹은 부분이 있다면 바로 지적해주세요. 수정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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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와 준 펭귄클래식 57
아나이스 닌 지음, 홍성영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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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스 닌씨께.

이 여편네야. (다짜고짜) 해도 해도 너무한 이 여자야. 그치만 역시 손에서 쉽사리 내려놓질 못하겠단 말야. 남의 일기 훔쳐보는 재미가 쏠쏠하단 점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지. 내가 좀 거칠게 써 내려가더라도 부디 이해해 주기 바라. 그대도 만만치 않으니 뭐라 할 말은 없는 거 아니겠어. 이런 독자 쯤 하나, 아니 쌍으로, 심지어 트럭으로 가져와 들이대도 끄떡 없을 거라는 거 이미 알고 있으니 괜히 골골 대지 않았으면 해. 그 골골대는 소리가 사실은 고양이 빗질 할 때 내는 '그 골골'이라는 것 쯤까지도 파악하고 있으니까. (속으로 그대 비웃는 소리마저 들리는 내 입장이 더 난처하다는 것 쯤은 훠어언 하시겠지요.)

그대가 툭하면 잘만 내뱉던 그 표현이 좀처럼 생각나질 않아 그대 일기장을 한참을 찾아 헤맸어. 사실 좀처럼 정리정돈이 되지 못하는 이 같은 여자에겐 갑작스레 떠오른 무엇을 찾기보다 더 난처한 일은 없는 법이지. 지금 자인하고 고소를 금치 못하는 나를 보고 또 다시 골골 댈 그대를 생각하니 더욱 약이 오르더라구. 에라 모르겠다, 하고 침대에 누워 이불 아래 손을 비벼 넣고 기지개를 실컷 펴는데 손 마디에 느껴지는 둔탁한 '턱'. 그것도 내 일기장 위에 그대의 책이 '턱'. 하필이면 다른 곳도 아닌 내 일기장 위에 그렇게 '턱' 하고 가만히 올라 앉아 있을 게 뭐람. 애초부터 나를 약 올리려고 작정을 했구만. 그렇지? 나는 그리곤 주먹을 쥐고서 그새 뼈마디의 촉감이 달아나버릴까 싶어 다른 손을 들고 가만히 쓸어만 봐. 다음으로, 자연스레 페이지를 열고 몰입을 하지. 이건 말하고 싶진 않았지만 지난 번 출근길에는 너무 깊이 파고 든 나머지 내릴 역을 지나쳐 지각을 하기도 했어. 그래서 나는 당신을 이렇게나마 흘겨 봐야 속이 시원할 것 같은 기분야.

그러니까 내가 짚고 넘어가고픈 그대의 습관적인 그 말은 "사랑한다" 와 "사랑하지 않는다"였어. 도대체 누굴 사랑하고, 누굴 사랑하지 않는다는 거야. 사실 이 따위 중요치 않다는 것쯤은 나도 알아. 그저 시비를 걸고 싶었을 뿐야. 그런데 도대체 이 못난 감정은 무엇 때문에 비롯된거지?

그건 바로 그대, 아나이스 닌은 여자인 내가 이미 덮어버린, 오랫동안 꺼내 열지 않은 다락방 먼지 켜켜이 쌓인 나무 상자를 함부로 뒤적거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서야. 지나치게 꼼꼼한 당신. 뒤죽박죽 섞어버린 기억의 조각들을 하나 하나 곱게 붙여 정리해놓았더군. 하지만 과거의 재구성은 아무래도 과장될 수 밖에 없는 거야. 비약을 불어넣기 마련이고. 또한 망상을 더한 허세까지. 그래서 내가 당신을 '이 여편네'라고 칭송할 수 밖에 없는 거야. 너무 흘겨 보진 말아줘. 그대 덕분에 충분히 밤낮으로, 심지어 꿈 속을 헤메이면서까지 줄곧 괴로워 했어. 생각을 좀 해 봐.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이 한꺼번에 달겨들어 몸을 온통 휘젓고 달아나는데 멀쩡할리가 있겠어. 식스센스마저 자극한 나머지 때론 헛것이 보이기도 해. 아. 이건 너무 잔인한 기록이잖아! 기록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감각적이라 음악, 그림, 영화, 모든 예술적 도구를 총 동원해도 따라잡기 힘들 것 같아. 심지어 그대가 기꺼이 아바타가 되어 준다 해도. 물론 단칼에 거절하겠지만. 

그치만 그 가운데 솔직한 고백은 정말 맘에 들었단 말이지. 이 두 줄의 문장만으로 그댈 용서하게 되었단 말이지.

"솔직하고 싶은 심정으로 편지나 일기를 쓰기위해 앉지만, 나는 결국 거짓말을 가장 많이 하는 사람이다. 나는 언뜻 보기에는 진실해 보이기 때문에 오히려 준이나 알베르틴보다 더 고약한 거짓말쟁이다." p.65

이렇게 쓰고 거울을 보며 윙크를 날렸을 그대를 떠올려 봐. 차암. 짖궂기도 하셔라.

그리고 오, 앞서 여러 번 강조하려 했지만 마지막 이 한 마디로 끝을 내도록 하지. 일기는 함부로 보여줘서는 안 돼, 아나이스. 프레드도 그랬잖아. 숨을 헐떡이며(라고 그대가 적진 않았지만) "아나이스, 이 일기를 내게 보여줘서는 안 돼요". 그 땐 고개를 숙이고 입술을 떠는 당신 애인의 친구를 주도면밀히 관찰하며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을 했지만 사실 당신의 심장은 몹시 흥분 상태 였을 거야. 오, 내 말이 틀림 없어. 사실 나도 지금은…. 쉬잇. 그댈 닮아가기 전에 여기서 이만 마쳐. 그럼 안녕. 황급한 안녕.


                                                                                               
                                                                                영원한 작별을 고하는 그대의 그림자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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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즐거운고전읽기님의 "방사능비 내리는 날, 카프카"

저도 영화를 보며 다락방의 그 미친 여자를 주시할 참입니다. 진 리스 언니와 함께라면 차암 좋을텐데 +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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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를 입은 비너스 펭귄클래식 61
레오폴트 폰 자허마조흐 지음, 김재혁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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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이란 아무리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속담도 있지 않나. 바닥 떼울 생각은 않고 그저 목 마르다 불평하며 더 많은 물을 공수해 올 생각 뿐이다. 철저하게 이성적인 사람이라 할 지라도 누구나 욕망이란 독의 깨진 바닥을 가지지 않은 이 없다. 생김새가 본래 그렇게 못난 것이지 누굴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가끔씩 두꺼비처럼 오지랖 넓은 흉칙한 놈이 등짝을 빌려주기도 한다. 콩쥐가 아주 잘 빌려쓰지 않았던가. 감사와 눈이 맞아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행복하게 잘 살았단다. 하지만 우리가 두꺼비를 만날 수 있는 확률은 얼마나 될까. 어느 날 찾아와 "네 욕망의 독을 실컷 채워보렴."라고 말하며 기꺼이 등짝을 헌신하는 두꺼비는 도대체 어디 있는 것일까. 설령 만났다 한들 우리는 언젠가 두꺼비에게 이별을 고해야 하고 또 다른 두꺼비를 찾기 위한 고난의 여정(?)은 또 시작 될 듯하다. 아. 이것이 인생이란 말인가. 

아니다. 이것은 욕망의 탈을 뒤집어 쓴 사랑이고 돈이며 그 추악한 이면을 좇아 속물 행세를 하는 인간의 본래 모습이다. 인간의 본래 모습은 깨진 독의 밑바닥과 같다. 인간이 곧 욕망 자체인 것이다. 레오폴드 폰 자허마조흐는 이를 직시하라 전한다. 그가 당시 <모피를 입은 비너스>를 쓰고도 불명예를 뒤집어 쓰게 된 것은 바로 우리가 보고 싶어 하지 않는 깨진 밑바닥의 못난 속성을 여지없이 드러냈기 때문이다. 

두꺼비든 비너스든.
제베린은 밤낮으로 비너스의 사랑을 구걸한다. 묵묵부답인 그것 앞에서 그는 언제나 사랑의 아마추어에 지나지 않는다. 돌로 된 여인은 본래 상냥하지도 다정하지도 연민이 가득하지도 않다는 점을 간과한 탓이다. 제베린과, 그리고 우리 모두가 찾는 두꺼비는 상냥 다정하며 연민이 가득하다. 궁상맞은 얼골로 (정말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애걸복걸하면 뭐든지 들어줄 심산이다. 운이 좋게도, 때마침 이를 가만히 지켜보던 한 미망인이 있었으니 그 이름하야 반다 폰 두나예프. 두두둥. 피그말리온을 롤 모델 삼았다 싶을 정도로 제베린은 끈질긴 설득과 구걸을 무기삼아 반다라는 살아 움직이는 여신을 탄생시켰다. 역시 인간은 운명을 스스로 개척할 줄 아는 의지의 산물이라는 말이 틀리지 않은 것 같다.

"당신은 순교자의 눈을 가졌어요."

자. 제베린은 적격의 두꺼비를 갖게 되었다. 라기 보다는 두꺼비를 제 것으로 만들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 했다. 깨진 밑바닥과 등짝의 사이즈가 제대로 맞지 않았던 모양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반다는 잠자고 있던 내면의 권위와 잔인함을 동시에 끄집어낼 줄 알게 되었고, 이를 적절히 요리할 줄 알게 되었으며, 또한 쾌락을 맛 보았으며, 이 또한 실컷 누렸으며... 잘 먹고 잘 살았다고 전해진다. 순교자의 눈을 가진 제베린을 추억하면서. 순교자의 눈이라... 이 보다 더 반다스러운 표현은 없다. 사디즘 종결자, 그녀의 이름은 반다.

'그 요법은 잔인했지만 효과는 만점이었어.'
제베린은 친구에게 이야기 한다. 남녀 관계란 망치 아니면 모루인 것을. 이를 알면서도 자신이 모루가 되길 자처했으니 멍청하기 짝이 없었다고. 또 이후의 삶에선 예전의 장밋빛 환상은 사라지고 없다고 덧붙인다. 정말 제베린은 그 모두를 후회한 걸까. 그렇다면 반다의 편지를 받았을 때 야릇한 감정을 느끼지 못했겠지. 또 효과가 만점이었다고, 다시 건강해졌다고 '감히' 고백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제베린은 이 모두를  한 장의 그림 속에 추억하길 원한다. 어차피 가득 채워지지 못할 욕망이란 걸 알면서도. 그리고 언젠가는 또 다른 반다를(두꺼비를) 조우할지도 모른다는 행운을 '기대'라도 하고 있지 않을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당신 인생에서 두꺼비를 만나기란 하늘에 별따기다. 이것이 우리가 제베린에게 혐오나 힐난 (혹은 동정)이 아닌, 부러움의 시선을 던져야 하는 이유다.

자허마조흐翁을 기리며. 
레오폴드 폰 자허마조흐의 <모피를 입은 비너스>를 두고 변태가 맞다, 아니다를 운운하는 것만큼 바보 같은 짓은 없다. 우리는 모두 변태적 욕망을 꽁꽁 숨겨놓고 있지 않은가. 혹시 은밀한 시간, 장소에서 누군가에게 채찍질을 권유하고 있지는 않은지. 언젠가 만날 천생연분을 위해 그대 옷장 속 커다란 모피를 오랜 시간 숨겨놓고 있지는 않은지. 자, 우리 모두를 대신하여 아주 실컷 채찍질을 참고 맞아 준 레오폴드 폰 자허마조흐님에게 크으은 박수를,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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