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리어 왕 - 1608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한우리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초판본 리어 왕



  흔히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이라 불리는 햄릿,오셀로,맥베스와 더불어 손꼽히는 리어왕은 개인적으로 이 중 유일하게 아직 읽지 않았던 희곡이다. 미뤄뒀던 숙제를 하는 느낌으로 책을 편 리어왕은 오랜만에 다시 세익스피어가 펼쳐내는 화려한 언어적 표현과 다양한 인물들의 욕망과 이해관계가 뒤섞이면서 부조리한 현실에 스스로 고뇌하던 햄릿과 질투에 눈이 멀었던 오셀로, 성취 욕망에 휩싸이는 맥베스의 다른 세 비극보다도 훨씬 큰 스케일에서 이야기가 펼쳐지고, 한 개인의 심리묘사도 훌륭하지만 이에 더해 정치적, 사회적 이해관계에 대한 묘사도 함께 감상할 수 있어 이야기를 읽는 재미가 배가된다. 왕에 대한 마음이 변치 않았던 글로스터 백작과 언니들과 다르게 끝까지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믿음으로 함께한 셋째 딸 코딜리어의 죽음에 더해 마지막 우리의 주인공 리어까지, 악한 인물들 뿐만 아니라 선한 인물들마저 대부분 죽음으로 끝을 맺는 이야기에서 그만큼 처절하고 비극적인 요소가 더 강한 느낌이다.


  이야기는 나이가 들어 자신의 권력을 세 명의 딸에게 나누어 주려고 하는 데에서부터 시작한다. ‘너희들 중 누가 가장 나를 사랑한다 말하겠느냐?’라는 질문으로 물질적인 욕망곽 권력에 대한 욕심으로 아첨과 거짓으로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거창하게 말하는 거너릴, 리건과 달리 막내 코딜리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화려한 수식어 대신 진심으로 아버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할 말이 없습니다라고 외친다. 자신의 말을 거역한다고 여긴 리어왕은 두 자매에게만 영토와 권력을 나눠주고 코딜리어는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한 프랑스 왕과 왕국을 떠난다. 끝까지 왕에게 충직한 말을 건넨 신하 켄트 또한 왕국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겪는다. 처음에는 아버지를 잘 대해주던 자매지만, 점차 아버지인 리어를 대하는 태도가 변해가는데, ‘노망난 늙은이로 비유하며 무시하고 리어의 수행원들을 줄여달라고 요구하며 갈등이 시작되고 결국 왕을 쫓아내게 한다. 한편, 리어왕의 신하였던 글로스터 백작에게는 에드먼드라는 서자가 있었는데, 그는 자신의 능력에 비해 불평등한 기회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형을 제거해 권력을 차지하려는 욕망에 사로잡힌 인물이다. 두 가지의 이야기가 번갈아 진행되면서 점차 하나의 이야기로 합쳐지는데, 앞서 쫓겨난 신하 켄트, 그리고 자신의 이복동생의 추적을 피해 미치광이 연기를 하는 형 에드가, 그리고 자신의 자식들에게 모든 것을 주었으나 버림받은 리어왕은 밑바닥까지 떨어질대로 떨어져 자신의 삶과 행동을 되돌아보게 되고 오히려 깨닫게 된다. 이밖에도 권력과 욕정에 대한 욕망으로 점점 더 악한 행동을 보이는 두 자매의 모습과 사람들을 끊임없이 속여가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에드먼드 등 다양한 사람들의 갈등과 대결을 극적으로 묘사하고 있어 극에 몰입하게 된다.


그래도 이렇게 멸시받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게 낫지. 멸시받으면서도 아첨받아 모르고 있는 것보다야. 최악의 상황에 가장 비참하게 밑바닥까지 떨어져 있어도 여전히 희망은 있으니 두려울 것 없다.’


  평소 극문학을 많이 접하지 않아 방백이라는 용어도 찾아보았다. 그리고 리어왕이 퍼붓는 현란한 저주들을 읽다보면 무시무시할 정도. 희곡이기에 가능한 인물들의 입장과 퇴장, 무대 설정 및 아름다운 느낌을 담아내는 대사들이 간결하면서도 화려해 문장을 읽는 즐거움도 함께 얻을 수 있었다. 작은 문고책 형태로 깔끔하게 읽기 편하도록 구성되어 있으며 인물 설명과 구분도 잘 되어 있어 무난하게 잘 읽을 수 있는 편집이었다. 초판본 표지디자인을 한 책이 내용은 완전히 동일했지만 아무래도 보다 미적으로 보다 원작을 읽는 느낌을 주며 아름다워 눈길을 끌고 본문 구성도 활자가 클래식버전보다 크고 진해 페이지 수는 늘어도 보기에 더 쉬웠다. 다만 극문학으로서 대사가 이어지는 느낌이나 글꼴 구성 등 한페이지에서 극을 읽는 체감은 개인적으로 클래식한 버전이 더 좋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리어 왕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한글판) 25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한우리 옮김 / 더클래식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리어 왕

  흔히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이라 불리는 햄릿,오셀로,맥베스와 더불어 손꼽히는 리어왕은 개인적으로 이 중 유일하게 아직 읽지 않았던 희곡이다. 미뤄뒀던 숙제를 하는 느낌으로 책을 편 리어왕은 오랜만에 다시 세익스피어가 펼쳐내는 화려한 언어적 표현과 다양한 인물들의 욕망과 이해관계가 뒤섞이면서 부조리한 현실에 스스로 고뇌하던 햄릿과 질투에 눈이 멀었던 오셀로, 성취 욕망에 휩싸이는 맥베스의 다른 세 비극보다도 훨씬 큰 스케일에서 이야기가 펼쳐지고, 한 개인의 심리묘사도 훌륭하지만 이에 더해 정치적, 사회적 이해관계에 대한 묘사도 함께 감상할 수 있어 이야기를 읽는 재미가 배가된다. 왕에 대한 마음이 변치 않았던 글로스터 백작과 언니들과 다르게 끝까지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믿음으로 함께한 셋째 딸 코딜리어의 죽음에 더해 마지막 우리의 주인공 리어까지, 악한 인물들 뿐만 아니라 선한 인물들마저 대부분 죽음으로 끝을 맺는 이야기에서 그만큼 처절하고 비극적인 요소가 더 강한 느낌이다.


  이야기는 나이가 들어 자신의 권력을 세 명의 딸에게 나누어 주려고 하는 데에서부터 시작한다. ‘너희들 중 누가 가장 나를 사랑한다 말하겠느냐?’라는 질문으로 물질적인 욕망곽 권력에 대한 욕심으로 아첨과 거짓으로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거창하게 말하는 거너릴, 리건과 달리 막내 코딜리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화려한 수식어 대신 진심으로 아버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할 말이 없습니다라고 외친다. 자신의 말을 거역한다고 여긴 리어왕은 두 자매에게만 영토와 권력을 나눠주고 코딜리어는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한 프랑스 왕과 왕국을 떠난다. 끝까지 왕에게 충직한 말을 건넨 신하 켄트 또한 왕국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겪는다. 처음에는 아버지를 잘 대해주던 자매지만, 점차 아버지인 리어를 대하는 태도가 변해가는데, ‘노망난 늙은이로 비유하며 무시하고 리어의 수행원들을 줄여달라고 요구하며 갈등이 시작되고 결국 왕을 쫓아내게 한다. 한편, 리어왕의 신하였던 글로스터 백작에게는 에드먼드라는 서자가 있었는데, 그는 자신의 능력에 비해 불평등한 기회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형을 제거해 권력을 차지하려는 욕망에 사로잡힌 인물이다. 두 가지의 이야기가 번갈아 진행되면서 점차 하나의 이야기로 합쳐지는데, 앞서 쫓겨난 신하 켄트, 그리고 자신의 이복동생의 추적을 피해 미치광이 연기를 하는 형 에드가, 그리고 자신의 자식들에게 모든 것을 주었으나 버림받은 리어왕은 밑바닥까지 떨어질대로 떨어져 자신의 삶과 행동을 되돌아보게 되고 오히려 깨닫게 된다. 이밖에도 권력과 욕정에 대한 욕망으로 점점 더 악한 행동을 보이는 두 자매의 모습과 사람들을 끊임없이 속여가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에드먼드 등 다양한 사람들의 갈등과 대결을 극적으로 묘사하고 있어 극에 몰입하게 된다.


그래도 이렇게 멸시받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게 낫지. 멸시받으면서도 아첨받아 모르고 있는 것보다야. 최악의 상황에 가장 비참하게 밑바닥까지 떨어져 있어도 여전히 희망은 있으니 두려울 것 없다.’


  평소 극문학을 많이 접하지 않아 방백이라는 용어도 찾아보았다. 그리고 리어왕이 퍼붓는 현란한 저주들을 읽다보면 무시무시할 정도. 희곡이기에 가능한 인물들의 입장과 퇴장, 무대 설정 및 아름다운 느낌을 담아내는 대사들이 간결하면서도 화려해 문장을 읽는 즐거움도 함께 얻을 수 있었다. 작은 문고책 형태로 깔끔하게 읽기 편하도록 구성되어 있으며 인물 설명과 구분도 잘 되어 있어 무난하게 잘 읽을 수 있는 편집이었다. 초판본 표지디자인을 한 책이 내용은 완전히 동일했지만 아무래도 보다 미적으로 보다 원작을 읽는 느낌을 주며 아름다워 눈길을 끌고 본문 구성도 활자가 클래식버전보다 크고 진해 페이지 수는 늘어도 보기에 더 쉬웠다. 다만 극문학으로서 대사가 이어지는 느낌이나 글꼴 구성 등 한페이지에서 극을 읽는 체감은 개인적으로 클래식한 버전이 더 좋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밥이 그리워졌다 - 인생이 허기질 때 나를 지켜주는 음식
김용희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밥이 그리워졌다



  개인적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게되면서 처음으로 20년을 넘게 살아온 집을 떠나 혼자 살게 되었다. 자취를 하며 혼자 살게 되면서 초기에는 음식을 시켜먹거나 나가서 음식을 사먹으며 원하는 걸 먹고 싶어 좋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그 맛도 질리게 되고 위장이 좋지 않은 나에게는 대개 속이 괜히 부대끼는 경우도 많았다. 그리고 특히 아프거나 일에 지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 집에서 어머니께서 해주셨던 된장찌개, 재첩국, 전복죽 등이 떠올랐다. 익숙하게 먹었지만 내가 할 땐 결코 나올 수 없는 맛. 직접 해보고서야 매일 먹던 어머니의 음식들이 얼마나 많은 수고와 시간이 걸리는 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맛도 맛이지만, 그 음식이 더 그리워지는 건 떠오르는 기억 속에 담겨 있는 음식을 먹는 감상 속에는 가족이 함께 한 식탁에 모여 얘기를 나누며 따뜻하게 함께 먹었던 분위기가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며 어머니가 가장 많이 보고팠다. 늘 당연하게 여겼던 어머니의 음식이 어른이 되어서야 그 소중함을 알 수 있었고, 그 음식에 담긴 어머니의 마음을 진심으로 느낄 수 있었기에, 책에 담겨 있는 저마다의 음식에 담긴 추억에 공감하고, 마음 한 켠이 괜히 서렸다. 음식에 관한 감상에는 같은 음식이라 하더라도 개인마다 각자의 경험과 기억이 모두 다르겠지만, 모두가 그 음식을 사랑하는 건 비단 음식만의 맛이라기보다 그 음식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공유한 분위기 때문이 아닐까. 이 책은 음식을 소개하거나 어떤 지역의 독특한 음식에 관한 소개가 담겨 있는 걸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우리 누구나 일상에서 자주 먹어보았을 평범한 음식이지만, 그 음식에 담겨 있는 개인적인 추억과 감정을 떠올리게 연결해주고 자신의 삶에서 지나쳐왔을 소중한 순간들에 대해 잠시 멈추어 다시금 반추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5개의 대주제를 바탕으로 각 챕터별 10개의 음식을 소개하는데, 누구나 대부분 이 음식들을 먹어보았을 만큼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음식이지만 각자가 이 음식들과 떠올리는 경험은 제각각 다를 것이다. 저자는 챕터별로 해당 음식에 관한 자신의 추억과 기억, 감정들을 담담히 전하면서도 영화, 드라마, , 소설, 노래 등 여러 분야의 다양한 작품에서 그 음식과 관련된 스토리와 이미지를 차용해 함께 설명하고 있어 보다 독자들과 공감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가령 책의 첫 번째 음식인 칼국수에서는 김애란 작가의 소설 칼자국에서 어머니의 칼끝에는 평생 누군가를 거둬 먹인 사람의 무심함이 서려 있다는 표현을 인용해 칼국수를 보며 그 속에 담겨왔던 어머니를 떠올린다.

 

그러니까 엄마는 칼을 든 무사였다. 세상의 헐벗음 속에서 새끼를 지켜내기 위해 스스로 칼을 든 무사.

 

단 한 그릇읙 국수를 먹을 때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먹는 행위가 있으면 먹이는 행위가 있다는 것을.

 

  작가의 말대로 음식은 단순히 물질이 아니라 정신적인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으며 우리는 식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영혼의 허기도 함께 채운다. 책을 덮고 어머니가 가장 보고싶어졌다. 어머니가 해주셨던 따뜻한 밥과 반찬들도. 솔직하면서도 감성적인 문체로 말하듯이 독자에게 이야기를 해주는 작가 덕분에 상념에 젖을 수 있어 감사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학의 쓸모 - 불확실한 미래에서 보통 사람들도 답을 얻는 방법 쓸모 시리즈 1
닉 폴슨.제임스 스콧 지음, 노태복 옮김 / 더퀘스트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수학의 쓸모

 

 

   수학은 어렵다. 복잡한 공식과 절차를 이해할 수 없을뿐더러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사용되는지 알지 못한다. 내가 살아가는 평범한 일상과 도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러나 과학과 더불어 현대 사회의 발전에서 가장 중요한 기초학문으로서 필수적인 요소로 여겨지고 이를 응용해 기술적으로 사회가 변화한다는 점은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 내가 관심 있는 분야는 인간이 세운 문명이다. 인간이 어떻게 사회를 이뤄왔고 어떤 제도와 조직을 통해 발전해왔으며 어떤 사실들이 의미가 있는 지 알아보는 것을 좋아한다. 근대 과학의 발전과 산업 혁명을 통해 수학과 과학의 중요성은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이를 통해 비단 군사적, 경제적 변화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사람들, 우리의 삶 또한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달라졌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게 될 앞으로도 비약적인 인공지능의 발달로 우리 일상에 지금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알게 되었을 때, 현대 사회 모습 속 담겨 있는 원리들을 보다 쉽게 이해하고 수학적 관점으로 사회 변화를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들었다.

   ‘수학의 쓸모’는 일상 속에서 우리가 큰 변화를 체감하고 있는 AI 분야 속 뒷받침이 되는 수학, 알고리즘의 특징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데, 중요한 것은 이러한 알고리즘의 핵심 개념은 사실 등장한 지 오래되었다는 것이다. 수학적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수 있는 기술적 요인이 부족했을 뿐, 우리가 겪고 있는 변화의 시작은 이전부터 사람들이 생각해낸 수학적 아이디어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기술적 변화의 양상보다는 기술적 발전을 발판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변화의 핵심 아이디어에 주목한다. ‘추천’이라는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어낸 기반이 되는 ‘조건부확률’, 데이터를 바탕으로 예측하는 ‘패턴과 예측 규칙’, ‘변동성’ 등 주로 통계수학이 사용되는 여러 분야를 독자들이 쉽게 알 수 있고 흥미로운 예시들을 사용해 보다 거부감 없이 수학적 핵심 아이디어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수식과 어려운 증명으로 페이지를 할애하기보다 우리가 익숙한 소재와 아이디어와 관련된 인물의 스토리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때문에 조금은 수학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고 읽을 수 있을 듯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챕터는 아무래도 ‘조건부 확률’을 넷플릭스 추천과 관련되어 수학적 아이디어를 풀어 설명해준 1장이 아닌가 싶다. 넷플릭스에서 콘텐츠를 이용하면 필수적으로 뜨게 되는 취향 추천. 이 속에 숨어 있는 수학적 원리를 간단하게 설명해준다. 추천 엔진에서 ‘개인화’를 가능하게 만드는 건 ‘조건부 확률’이라는 것. ‘조건부 확률’이란 어떤 사건이 이미 일어났을 때 다른 사건이 일어날 확률로, 데이터가 많을수록 정확도가 높아진다. 넷플릭스 뿐만 아니라 흔히 우리가 많이 사용하고 있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스포티파이 등의 자동 추천 시스템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제껏 여러분의 디지털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알고리즘은 검색이었다.

즉 대다수가 이용하는 구글 검색 말이다. 하지만 미래의 핵심 알고리즘은

검색이 아니라 추천이다. 검색은 좁고 제한적이다.

여러분은 무엇을 검색해야 할지 미리 알고 있어야 하며, 여러분의 지식과 경험이 받쳐주는 만큼만 검색할 수 있다. 한편 추천은 풍부하고 제한이 없다. 수십억 명의 축적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또 추천 엔진은 도플갱어와 같아서, 언젠가는 여러분이 원하는 바를 여러분보다 더 잘 알 수 있게 될지 모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들의 봉우리
유메마쿠라 바쿠 지음, 이기웅 옮김, 김동수 감수 / 리리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신들의 봉우리

 

 

   ‘에베레스트’, 지구 상에서 인간이 두 발로 닿을 수 있는 최고의 높이의 지점. 히말라야 산맥은 가히 책의 제목처럼 신들의 봉우리로 불릴 법한 8000m급 봉우리들이 수두룩하다. 그 중에서도 8,848m 높이의 에베레스트는 네팔어로 사가르마타, 티베트어로 초모랑마라고 불리우는데, 산악인은 물론이거니와 누구나 한번쯤은 인생에서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꿈의 장소가 아닐까. 지금이야 기술이 발전해 줄지어 에베레스트를 등반할 정도지만 여전히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산이며,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80~90년대만 하더라도 에베레스트를 등반한다는 것은 자신의 일생을 걸어야 가능한 것이리라. 이런 에베레스트를 등반하는 소설이라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이 책을 읽고 싶었고, 개인적으로 산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간접적으로나마 함께 산을 오르고 싶었다. 산악 소설은 이전에 읽어보지 못했었는데, 전문적인 산악 용어가 많아 처음에는 낯선 단어를 여럿 찾아봐야했지만, 이해하는 만큼 그 긴박함을 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어 좋았다. 책 띠지에는 에베레스트를 최초로 오른 사람은 누구인가를 다룬 미스터리 소설처럼 홍보하고 있지만, 그보다는 에베레스트라는 꿈만을 위해 인생을 바친 한 인물과 이를 통해 자신의 내면 속 꺼져 있던 불꽃을 다시 타오르게 만드는 주인공의 성장 이야기에 가깝다. 그 과정이 에베레스트 등반이기에 더욱 더 극적이고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열정이 타오르게 만든다.

   8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은 쉽사리 한숨에 다 읽어내기 힘들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고 긴 호흡에서 달려가며 특히 후반부의 하부와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장면에서부터는 읽기를 멈출 수 없을 만큼 흡입력 있게 이야기를 읽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구상에서부터 이 글을 쓰기까지 작가는 20년에 걸쳐 여러 번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를 수차례 다녀왔을 만큼 작품 속 배경이 되는 네팔의 카트만두와 에베레스트의 베이스캠프부터 정상에 오르는 6캠프 이후까지 이어지는 실제 등정루트와 지명들을 실증에 가까울 정도로, 치밀하게 묘사하고 있으며 작가 스스로 토해내듯 온힘을 다해 쏟아낸 문장 덕분에 독자는 눈에 그려지듯 에베레스트를 등반하는 장면을 현장에서 보이듯 읽을 기회를 갖게 된다. 산소가 지상의 1/3밖에 없다는 8000m급 이상에서 인간이 견딜 수 없을 한계에 도달해 죽음과 사투를 벌이는 장면을 표현한 장면에서는 정말 극적이고 생동감 넘치게 인물에 빠져 읽게 되고, 산을 오르는 행위를 통해 인간이 생에 대해 평생을 통해 갖게 될 철학적 질문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기도 한다.

 

   공식적으로 에베레스트를 최초로 등정한 사람은 1953년 뉴질랜드 등반가 에드먼드 힐러리와 세르파였던 텐징 노르가이이다. 다만, 그 이전부터 많은 나라에서 탐험대를 조직해 마지막으로 인간이 도달하지 못한 지점을 정복하려는 노력을 해왔다. 그 중 1924년 영국 등반가 중 조지 맬러리와 어빈이 최초로 정상에 등정한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에서 시작한다. 정상을 등반하고 하산하는 과정에서 죽은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그 카메라와 필름에 담겨져 있을 것이다. 우연히 카트만두에서 이를 발견한 후카마치와 카메라를 발견한 하부라는 인물의 삶을 뒤쫓아 가는 것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처음에는 카메라를 찾아 의문을 해결하는 것이 목적이었으나 점차 후카마치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하부라는 인물을 통해 깨달으며 성장해나간다. 단순히 정상을 정복해나가는 인간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적인 여러 문제들로 인해 포기하고 잊혀졌던 자신의 열망을, 무모할 만큼 자신의 인생을 걸어 도전해나가는 다른 인물의 삶을 통해 발견하고, 그 자신도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얻어 기어코 꿈을 이루고 해내고야 마는 모습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다. 산을 좋아하거나, 좋아하지않더라도 자신의 내면 속 묻어두었던 열정을 발견하고 싶은 독자라면, 이 소설을 분명 좋아하지 않을까.

인간이란, 갖가지 사정을 품고 살아가기 마련이다. 그런 사정을 하나씩 결말짓지 못한다면 그다음 일을 시작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게 말해버리면 인간은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다. 인간은 다들 다양한 사정을 마냥 질질 끌어 과거의 일을 정리하지 못한 채 다음 일로 나가곤 한다. 그러면서 풍화 될 것은 풍화된다. 풍화되지 않고 화석처럼 마음 속에 한없이 방치되는 것도 있다. 그런 것 하나 갖고 있지 않고서야 인간이라 할 수 없다.

왜 에베레스트에 오르고 싶은가? 그 질문에 대해 그것이 거기에 있으니까. 산이 거기에 있으니까.

그 산이 지고한 존재가 되는 건, 그걸 응시하는 인간의 시선이 있기 때문이다. 정상이 신성하기에 인간이 동경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영혼 깊숙한 곳에서부터 동경하기에 그곳이 신성한 장소가 되는 것이다.

아아. 어쩌면 난 에베레스트 정상에 서고 싶은 게 아닐까. 정말 어느 한때 그 정상을, 자신의 발로 밟고 싶다는 생각을, 꿈일지라도 안해본 산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당신이 버린 것, 버리려 하는 것의 크기를 헤아려보면 당신이 손에 넣으려는 것의 크기를 알 수 있지

에베레스트 정상보드 위로는 아무것도 없다. 거기서부터 위는 그저 하늘이 존재할 뿐이다. 대기권이라 불리는 세계의 최상층부. 지구가 하늘을 향해 치솟은 곳, 그 위는 우주다.

왜 산에 오르냐는 질문은, 생각해보면 왜 사느냐는 질문과 똑같잖아. 산정상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렇다면 사는 것도 마찬가지다.

푸모리. 눕체. 로체. 그리고 에베레스트 초모룽마. 이름이 없는 무수한 봉우리들. 그 안에서 혼자만 살아 있다. 혼자만, 자신만 호흡하고 있다. 아아, 감당할 수가 없다. 이 거대한 공간. 압도적 거리감. 냉기와 함께 자신의 내면에 우주가 스며드는 듯했다.

내가, 내가 약속할 수 있는 것 하나. 쉬지 않는다. 다리가 안 움직이면 손으로 걸어. 손이 안 움직이면 손가락으로 걸어. 손가락이 안 움직이면 이빨로 눈을 씹으며 걸어. 이빨도 안되면 눈으로 걸어. 눈도 안 되고 이것도 저것도 다 안되면 정말로 정말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면, 정말로 더 이상 움직일 수 없게 된다면.....상상해. 온 마음을 다해서 상상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