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어 왕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한글판) 25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한우리 옮김 / 더클래식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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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리어 왕

  흔히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이라 불리는 햄릿,오셀로,맥베스와 더불어 손꼽히는 리어왕은 개인적으로 이 중 유일하게 아직 읽지 않았던 희곡이다. 미뤄뒀던 숙제를 하는 느낌으로 책을 편 리어왕은 오랜만에 다시 세익스피어가 펼쳐내는 화려한 언어적 표현과 다양한 인물들의 욕망과 이해관계가 뒤섞이면서 부조리한 현실에 스스로 고뇌하던 햄릿과 질투에 눈이 멀었던 오셀로, 성취 욕망에 휩싸이는 맥베스의 다른 세 비극보다도 훨씬 큰 스케일에서 이야기가 펼쳐지고, 한 개인의 심리묘사도 훌륭하지만 이에 더해 정치적, 사회적 이해관계에 대한 묘사도 함께 감상할 수 있어 이야기를 읽는 재미가 배가된다. 왕에 대한 마음이 변치 않았던 글로스터 백작과 언니들과 다르게 끝까지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믿음으로 함께한 셋째 딸 코딜리어의 죽음에 더해 마지막 우리의 주인공 리어까지, 악한 인물들 뿐만 아니라 선한 인물들마저 대부분 죽음으로 끝을 맺는 이야기에서 그만큼 처절하고 비극적인 요소가 더 강한 느낌이다.


  이야기는 나이가 들어 자신의 권력을 세 명의 딸에게 나누어 주려고 하는 데에서부터 시작한다. ‘너희들 중 누가 가장 나를 사랑한다 말하겠느냐?’라는 질문으로 물질적인 욕망곽 권력에 대한 욕심으로 아첨과 거짓으로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거창하게 말하는 거너릴, 리건과 달리 막내 코딜리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화려한 수식어 대신 진심으로 아버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할 말이 없습니다라고 외친다. 자신의 말을 거역한다고 여긴 리어왕은 두 자매에게만 영토와 권력을 나눠주고 코딜리어는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한 프랑스 왕과 왕국을 떠난다. 끝까지 왕에게 충직한 말을 건넨 신하 켄트 또한 왕국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겪는다. 처음에는 아버지를 잘 대해주던 자매지만, 점차 아버지인 리어를 대하는 태도가 변해가는데, ‘노망난 늙은이로 비유하며 무시하고 리어의 수행원들을 줄여달라고 요구하며 갈등이 시작되고 결국 왕을 쫓아내게 한다. 한편, 리어왕의 신하였던 글로스터 백작에게는 에드먼드라는 서자가 있었는데, 그는 자신의 능력에 비해 불평등한 기회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형을 제거해 권력을 차지하려는 욕망에 사로잡힌 인물이다. 두 가지의 이야기가 번갈아 진행되면서 점차 하나의 이야기로 합쳐지는데, 앞서 쫓겨난 신하 켄트, 그리고 자신의 이복동생의 추적을 피해 미치광이 연기를 하는 형 에드가, 그리고 자신의 자식들에게 모든 것을 주었으나 버림받은 리어왕은 밑바닥까지 떨어질대로 떨어져 자신의 삶과 행동을 되돌아보게 되고 오히려 깨닫게 된다. 이밖에도 권력과 욕정에 대한 욕망으로 점점 더 악한 행동을 보이는 두 자매의 모습과 사람들을 끊임없이 속여가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에드먼드 등 다양한 사람들의 갈등과 대결을 극적으로 묘사하고 있어 극에 몰입하게 된다.


그래도 이렇게 멸시받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게 낫지. 멸시받으면서도 아첨받아 모르고 있는 것보다야. 최악의 상황에 가장 비참하게 밑바닥까지 떨어져 있어도 여전히 희망은 있으니 두려울 것 없다.’


  평소 극문학을 많이 접하지 않아 방백이라는 용어도 찾아보았다. 그리고 리어왕이 퍼붓는 현란한 저주들을 읽다보면 무시무시할 정도. 희곡이기에 가능한 인물들의 입장과 퇴장, 무대 설정 및 아름다운 느낌을 담아내는 대사들이 간결하면서도 화려해 문장을 읽는 즐거움도 함께 얻을 수 있었다. 작은 문고책 형태로 깔끔하게 읽기 편하도록 구성되어 있으며 인물 설명과 구분도 잘 되어 있어 무난하게 잘 읽을 수 있는 편집이었다. 초판본 표지디자인을 한 책이 내용은 완전히 동일했지만 아무래도 보다 미적으로 보다 원작을 읽는 느낌을 주며 아름다워 눈길을 끌고 본문 구성도 활자가 클래식버전보다 크고 진해 페이지 수는 늘어도 보기에 더 쉬웠다. 다만 극문학으로서 대사가 이어지는 느낌이나 글꼴 구성 등 한페이지에서 극을 읽는 체감은 개인적으로 클래식한 버전이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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