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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책을 권합니다 - 북큐레이터가 들려주는 책방 이야기
노희정 지음 / 소동 / 2021년 1월
평점 :

우리는 흔히 책을 어디에서 살까. 아마도 나를 포함해 대부분은 자신이 사고 싶은 책을 골라 근처 대형 서점을 방문하거나 인터넷 서점을 이용할 것이다. 필요한 책을 쉽게 찾을 수 있고 재고가 충분하기에 이용하기 매우 편리하며 더불어 적립금을 활용하거나 소장하고 싶은 굿즈를 살 수도 있다. 그런데 만약 자신이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지 모르겠다면 어떡할까. 잘 보이는 곳에 늘어놓은 진열대의 베스트셀러 목록이나 출판사에서 홍보하는 광고에 따라 사고 있지는 않을까. 만족스러울 때도 있었을 것이고 그렇지 못해 아쉬움이 남을 때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가끔은 내가 어떤 책을 읽었으면 좋을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이 수많은 책들 속에서 내가 읽으면 좋을 책을 고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책방을 가는 이유는 뭘까. 대형서점만큼 많은 서적을 지니지도 않았고 경제적 측면에서도 그리 효과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책방을 간다면 그건 그 책방만이 지닌 세계가 있어서이지 않을까. 대형서점과 다르게 책방은 작은 공간이 주는 아늑함과 둘러보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책방을 운영하는 책방지기와 소통하며 책방만이 추구하는 가치와 세계를 살펴보고 어떤 책을 추천받을 수 있는 기대가 있어서가 아닐까. 책보다도 사람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책방을 가는 것이다. 똑같은 책은 어느 서점에서나 구할 수 있지만 그 책이 나에게 있어 어떤 맥락을 거쳐 내가 읽고 서가에 꽂히는가는 개개인마다 다르고 그렇기에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는 점에서 책방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도시별로 여행을 다니다보면 가끔 책방에 들르게 될 때가 있었는데 여타 대형서점과 다르게 작은 책방은 저마다의 색깔을 갖고 둘러보며 또다른 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수간이 좋았다. 또한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추천을 통해 책을 접하고 구하게 된 기억도 좋은 인상으로 남아있다.
저자는 20여년간 부산 해운대에서 ‘곰곰이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책방지기이다. 책은 크게 두 가지를 중심으로 바라볼 수 있다. 우선 오랫동안 책방을 계속해오며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책방 운영의 노하우와 책방을 대하는 태도를 배울 수 있는 동시에 ‘북큐레이션’으로 대표되는 책방만이 지닌 매력과 가능성까지 함께 살펴볼 수 있는 것이다. 어린이 전문 책방답게 좋은 그림책들을 소개받을 수 있는 건 덤. 이를 통해 책방에 대해 나름대로 새로이 정의해보고 느낀 점을 내 서가까지 적용해 찬찬히 살펴보고 살아있는 서가는 어떤 것일까 고민해보고 새롭게 정리하는 시간까지 가질 수 있었다. 당장 책방을 운영할 수는 없지만 집에 작게나마 꾸며놓은 서가부터 나만의 관점을 담아 ‘북큐레이션’해보기로 한 것이다. 책장은 한정되어 있기에 책을 무한히 늘려갈 수 없고 이미 읽은 책과 읽어야할 책을 명확히 분리하고 읽은 책 중에서도 누가 어떤 이유로 추천을 부탁했을 때 대답할 수 있도록 구분하고 표시해두니 그저 분야별로 도서관처럼 나눠져있기만 했던 책장보다는 훨씬 의미있게 구성한 거 같아 좋았다.

정보가 많다는 건 오히려 정보가 없다는 말에 공감이 된다. 수없이 많은 책들 중에서 내가 원하는 주제와 방향에 따라 책을 선정한다는 건 꽤나 많은 독서 내공을 요할 것이다. 뛰어난 감각과 깊은 고민으로 책방에서 이를 반영해 큐레이션해준다면 기대가 될 거 같다. 아무래도 스스로 책을 선정하고 읽게 된다면 어느 정도 범위가 제한되기 마련이라 보다 폭넓은 독서와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지 않을까. 요즘 다양한 분야에서 흔히 이루어지고 있듯 내 데이터를 활용해 추천해주는 AI도 물론 좋지만 책방의 북큐레이션은 무엇보다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를 바탕으로 하기에 신뢰가 쌓이고 인연이 되어 지속해나갈 수 있는 점이 최고의 장점이 아닐까.

책방의 운영 측면에서도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많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책방이 이렇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지 미처 알지 못했다. 앞선 북큐레이션을 확장해 북클리닉 회원제로 구독서비스처럼 개인별 맞춤 책을 선정해 가정으로 보내주는 건 아이에게 더 좋은 책을 소개해주고 보다 아이에 맞춰 알찬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한다는 점에서 참 좋다. 이외에도 연령별 독서강좌나 주기를 달리한 책 서재만들기, 꾸준한 독서를 시작하려는 책재미 회원제를 비롯해 어린이들이 직접 뽑는 어린이책 선정 위원회, 책방에서 발간하는 신문 기사를 채워줄 어린이 기자 등 도서관에서만 하던 프로그램이라 생각했떤 기획들 어쩌면 그보다도 훨씬 지속적이고 탄탄하게 해온 모습들을 살펴보며 이러한 책방이 우리 동네에도 있었으면 싶을 정도로 책방의 가능성을 보았다.

또한 저자가 운영하는 책방의 운영 방식만을 정답으로 안내하거나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지역에서 자신들만의 철학을 바탕으로 책방을 운영해나가는 좋은 책방을 소개해주고 책방을 앞으로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해주고자 함이 잘 느껴졌다. 더불어 책방에 대한 예찬 또한 환상만을 심어주는 것이 아니라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시작해야하며 책방은 운영하는 현실적이면서도 다양한 방법들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을 듯하다. 책방 또한 사업이므로 내 서재처럼 내가 좋아하는 방식대로만 하기보다는 부지런해야하며 손님에게 신뢰를 주기 위한 무수히 많은 노력이 뒷받침되어야하는 건 기본이다. 이에 더해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의 특기를 살려 특색있는 책방을 운영해야 함을 새삼 느낀다. 저자가 속한 곰곰이책방 뿐만 아니라 저자가 소개한 전국의 다른 멋진 책방들도 직접 가서 경험해보고 느껴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책방이라는 공간, 그리고 책방을 대표하는 책방지기와의 관계맺기나 소통을 좋아하거나 책방을 운영할 예정이나 운영하고 있는 사람, 그리고 책을 사랑하는 누구나 읽고 자신만의 서가를 다시 바라볼 수 있으며 이 책을 통해 주위에서 마냥 소멸하고 있다고만 느낄 수 있는 책방의 가능성과 매력에 대해 새롭게 눈을 뜰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