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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산책할까요 - 내 인생에 들어온 네 마리 강아지
임정아 지음, 낭소(이은혜) 그림 / 한길사 / 2019년 4월
평점 :
품절
강아지를 한번이라도 키워본 사람이라면 펫로스증후군을 이해합니다. 가족처럼 사랑하는 반려동물이 죽은 뒤 상실감과 우울증을 겪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 시간이나 정도가 달라, 잘 견디는 사람이 있고, 너무 힘들어서 다른 강아지를 못 키우는 사람도 있습니다. 제게는 결혼과 육아가 아롱이를 보낸 미안함을 잊도록 만들었습니다. 정신없이 15년이 지나고 나니 이제는 저희 집 아이들이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하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엄마! 내 친구 00집에 강아지 샀어. 우리도 키우자. 엄청 귀여워.”
“그냥 귀엽다고 해서 키우는 건 아니야. 목욕도 산책도... 여튼 무조건 안돼.”
평소 다른 문제에 관해서는 상세히 설명하고 대화를 자주 나누지만 강아지 키우는 것에는 구구절절 설득 하지 않습니다. 이야기가 길어지면 책임과 죽음에 대한 옛 경험을 애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아서요.
“00집에 강아지가 너무 짖어서 농장하는 친척집에 보냈데. 그래서 친구가 울었어.”
“그랬구나. 친구가 많이 울었겠네. 우리에게도 그런 일이 생길까봐 강아지 키우는 거 반대 하는 거야. 이해해줘.”
친구집이야기를 계기로 아이는 더 이상 강아지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바람이가 나를 힘들게 하는 게 95퍼센트고 행복하게 해주는 게 5퍼센트야. 95퍼센트가 힘들어도 그 5퍼센트의 힘이 훨씬 강하니까!’(265쪽)
그 5퍼센트의 힘으로 반려견을 키우는 것이지만 제겐 지금까지는 95퍼센트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큽니다. <우리 산책할까요.> 는 결혼하고 아이 키우고 하면서 잊어버리고 아니 기억을 잃어버리고 살았던 제게 소중하고 따뜻했던 5퍼센트의 추억을 돌려준 책입니다. 95보다 크게 느껴지는 5는 사랑이여서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