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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의 8일 - 생각할수록 애련한 ㅣ 조성기 오디세이 1
조성기 지음 / 한길사 / 2020년 1월
평점 :
8일 동안, 사도세자에게 듣는 자신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뒤주 속 8일. 단어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불쾌하고 답답하고 어지럽습니다. 그래서인지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며칠을 표지만 보며 보내다가 제 삶에 답답한 일이 생겨 책으로 머리를 식히고 싶어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산의 애원하는 소리와 울음을 들었는데 왜 이정 생각이 이리 날까, 이정이 죽을 당시 아내가 이산을 배고 있었다. 나는 자꾸만 이정이 환생한 아이로 여겨졌다. 13쪽
이 문장에서 그도 아버지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의 죽음 앞에서 죽은 아들을 떠올리는 모습, 그에게도 부정이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절말 틈 하나 없는 사람이다. 아버지 앞에만 서면 숨이 막힌다, 나는 사실 오래전부터 뒤주 안에 갇혀 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스로 완벽하다고 여기는 아버지는 나에게도 완벽을 요구해왔고 그러면 그럴수록 나는 움츠려들고 흐트러지고 어긋나기만 했다. 28쪽
내가 대리 청정 소조로서 결정해 놓으면 아버지가 뒤집어버리고, 내가 어떻게 결정해야 할지 몰라 대조인 아버지에게 문의하면 그런 것까지 물어보느냐고 핀잔을 주기 일쑤였다. 64쪽
아버지가 만든 뒤주 같은 틈이 없는 삶, 자식을 망치는 것은 너무 완벽한 부모 일지도 모릅니다. 자식의 빈틈을 바라보지 못하고 애정이라는 이름으로 하는 과잉 간섭, 너그러이 바라봐주었다면 그의 삶은 달라졌을지 모릅니다.
당쟁을 빌미로 사람들을 죽이는 것과 나의 살인사이에 어떤 차이점이 있는 것인가, 나는 작은 임금 소조로서 내 비위에 거슬리는 자들을 죽였고, 아버지는 큰 임금 대조로서 비위에 거슬리는 자들을 죽였다 아버지나 나나 연쇄 살인범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선의 모든 왕이 그렇다 해도 할 말이 없는 셈이다. 당쟁으로 말 한마디 잘못하여 죽어간 수없이 많은 대신, 신하, 관원, 선비들 125쪽
생각할 사 스퍼할 도. 슬퍼하며 생각한다. 슬퍼하며 사모한다로 풀이할 수 있지만, '생각할수록 슬퍼한다.'는 뜻으로 여겨지기만 했다. 284쪽
자꾸만 그가 사람을 죽인 것이 개인의 탓이 아니며 더 큰 잘못을 그의 아버지가 했다는 것에 동화되어 갑니다. 끝까지 읽으니 작가의 의도를 알겠습니다. 생각할수록 슬퍼지는 사도세자의 일생을 함께 기억하겠습니다.
이 뒤주에 갇혀 생각하니 부모가 먼저 세상을 떠나서 내가 봉양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세상을 떠나 부모를 봉양하지 못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 P70
아버지는 정말 양위하려는 마음보다는 자신은 임금자리에 연연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과시함으로써, 선왕에게서 임금자리를 빼앗았다는 그 치명적인 소문을 무마하려는 의도도 있었던 것이 아닐까.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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