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거부한다
퍼 페터슨 지음, 손화수 옮김 / 한길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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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을 거부하고 기억하는 과거는 나만의 기억이다.

 

 

책은 짐, 토미 두 친구의 기억으로 서술된다. 토미의 동생 시리, 부모 베르그렌과 부인의 이야기도 등장하고 토미와 같이 산 욘센의 기억도 포함한다. 각각의 기억들은 같이 겪은 일도 다른 의미로 기억됨을 보여준다. 그래서 일까 망각을 거부하더라도 다른 이에게 왜곡된 기억은 내 망각이 숨어든 기억일지도 모르겠다.

 

토미가 기억하는 아버지 베르그렌은 쓰레기를 치우는 쓰레기.

아버지가 하는 일은 명예로운 일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누군가는 해야만 하는 일. 그렇지 않으면 온 동네는 쓰레기로 넘쳐날 것이고 악취를 풍길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제부터 그 냄새를 맡고 싶지 않았다. 쓰레기의 악취를 맡으면 구토가 날 것 같고 머리가 어지러워진다. 그 냄새는 아버지의 몸을 미라처럼 머리부터 발끝까지 감고 있는 더러운 붕대 같은 것이다. 영원히 아버지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p40 )

 

토미는 어머니의 사라짐, 아버지와의 틀어짐, 동생들과의 멀어짐, 친구와의 소원함, 그래서 일에 집중하는 세월을 보낸다. 하지만 잊은 것은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오직 한길만 걸어 이 자리까지 왔다는 것을 생각하니 당황스럽기도 했다. (p 257)

 

반면 짐은 주변 시선을 끄는 소년이었다.
짐은 매우 특별한 소년이었다. 학교에 들어서는 그를 보면 단번에 그가 특별한 학생이라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을 정도였다. (p150)

 

아주 사소한, 주변 기대에 못 미치는 행동이 그를 아프게 만들었다.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면 흔히 생기는 현상이라고. 얼음이 서로 붙어 더 커지고 더 단단해진단 말이야.’ 라며 토미가 말해도 그의 의식은 두려움에 빠진다.

현실을 살아나가야 해서 과거사건을 생각하는데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p209)는 토미, 기억에 사로잡혀 보내는데 시간이 충분하다며 현실에서 도피하게 된 짐. 두 친구는 그렇게 변해 간다.

세월이 흐르면 우리도 변할 거야. 예전의 우리는 지금의 우리보다 서로 훨씬 비슷했어.”(p165)

 

짐에게 좀 더 가까운가? 토미에게 더 가까운가에 따라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결정된다. 두 사람의 생각 모두를 가지고 어디에 힘을 실어주며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지 돌아본다. 그래도 망각은 거부하고 싶지않다.

 

p.s <그래도 우리의 나날>, <노르웨이의 숲> 두 책과 비슷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젊음의 갑갑함. 그러나 지나고 나면 아련한 또는 아름다운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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