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의 땅에서, 우리 이금이 청소년문학
이금이 지음 / 밤티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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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고등학교 친구들과 몽골로 해외여행을 떠난다는 소식에 해외여행의 경험이 없는 다인은 여행에 따라가겠다 우긴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엄마의 여행에 합류하게 된 다인. 멋드러진 유럽도 아니고 햇빛 쩅쩅 쉬기 좋은 동남아 휴양지도 아닌 몽골이라니. 막상 가기로 하니 사막만 가득하 그곳에서의 시간이 막막한 다인이다. 도착한 몽골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그룹 야누스의 멤버와 똑같이 생긴 가이드 바타르를 만난 다인은 지루했던 여행이 즐거워지는 것을 느끼고. 여행지에서 그와의 로맨스를 꿈꾼다. 그러나 바타르에게 호감이 있는 것은 다인뿐만이 아니었으니, 엄마의 친구들 역시 바타르의 매력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바타르 곁에서 떠나지 않는 통에 어떻게든 바타르와 시간을 보내려는 다인의 계획은 번번히 무산된다. 바타르와의 연애가 목적이던 다인의 여행은 바타르의 부상으로 가이드가 바뀌며 변화를 겪는다. 바타르의 하차는 다인 뿐 아니라 엄마 친구들에게도 영향을 주는데 이유는 무엇때문이었을까.

1부와 2부로 나뉜 이 책은 1부는 딸 다인의 시점으로 2부는 엄마 숙희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공부 잘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엄마, 공부 잘 하는 오빠만을 신경쓰는 엄마가 서운했던 다인. 안그래도 재미없는 여행은 바타르가 떠난 후 더 재미없어진다. 엄마랑 친한 것도 아니고 엄마 친구들이 재미난 것도 아니고 하루하루가 지루했던 다인은 사막에서 본 신기루를 계기로 뭔가가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

엄마 숙희, 그녀는 여행 내내 집에 두고 온 아들이 신경쓰일 뿐이다. 고등학교 동창들이라고는 하나 맘 깊은 교감을 느끼는 친구들도 아니니 여행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거기에 뭐하나 잘 하는 것 없는 둘째는 생각만 해도 걱정이 가득이다. 약속한 것이 있어 여행은 왔지만 뭐 하나 맘에 드는 것 없던 숙희는 젊음이 가득하고 따뜻한 바타르를 통해 자신의 젊은 날을 추억한다. 엄마이기 이전에 한 여자의 자신을 느끼는 숙희와 친구들. 그랬기에 바타르의 부상과 이탈은 그녀들을 기운빠지게 한다. 일상에서 벗어나 나름의 일탈을 즐겼는데 그 일탈이 사라졌으니 여행이 재미날리가 없다. 학창 시절, 세상의 풍파를 모르던 시절에 만났던 친구들일지라도 각기 다른 삶을 살면 마음이 멀어지기 마련이다. 진심을 숨기고 겉으로 드러나는 것들을 포장하기 바쁜 우리의 삶, 숙희 역시 그렇게 살아왔다. 아들을 좋은 대학에 보낸 친구를 부러워하고, 글 쓴다고 아이는 뒤로 하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친구를 못마땅해하고 그런 친구의 모습을 동경하는 딸 다인을 걱정한다.

사실 숙희는 여행에 떠나기 전 자궁암 진단을 받았다. 딸 다인이와의 추억이 얼마 없다 느낀 숙희는 다인과 함께 여행을 하기로 했던 것이다. 일찍 돌아가신 친정엄마와의 추억이 별로 없어서였을까 아니면 암으로 죽었다 알려진 사실과 달리 암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친정 엄마에 대한 원망 때문이었을까. 숙희는 스스로를 옭죄며 삶을 살아온 것처럼 보인다. 어쩌면 아이를 좋은 대학게 보내는 것이 엄마의 진정한 일이라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랬기에 엄마의 뜻에 따라 공부 잘 하는 아들이 대견하고 기특했을 숙희에게 공부에는 관심없고 연예인을 좋아하는 다인이 곱게 보였을리가 없다. 아들이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것이나 좋아하는 것들에는 신경쓰지 않고 그저 공부 잘 하는 사람으로 만들고 싶어했던 숙희. 엄마의 의견을 잘 따르다 결국 자신이 원하는 길을 선택하는 아들. 숙희는 충격을 받지만 아마도 그 충격은 서서히 사라지고 아들의 선택을 응원하는 엄마가 될 것이다. 아마 여행을 다녀오지 않았다면 자신의 뜻을 관철했겠지만 몽골 여행을 통해 그녀는 기를 쓰며 잡아 왔던 것들이 모둗 소용없음을 느꼈기 때문이리라.

내가 살아온 길이 제대로 된 길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자식을 위해서 부모를 위해서 배우자를 위해서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고 생각하지만 떄로는 내 의도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결론을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때로는 제대로 된 길로 돌아가기에 너무 늦은 경우도 있다. 숙희 역시 그랬을 것이다. 자식을 위해 최선을 다해서 자식에게 좋은 길을 선택했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아이에겐 그 길이 최선의 길이 아니었다. 다행이었던 것은 아이가 자신의 길을 선택했다는 것, 그리고 용기를 내어 엄마에게 자신의 결심을 내보였다는 것이다. 아이가 먼저 용기내어 자신의 길을 찾은 것처럼 숙희도 진정으로 자신을 위한 자신만의 길을 찾을 수 있길, 몽골에서의 여행이 숙희에게 용기의 발걸음이 되어주길. 숙희가 아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살아갈 수 있길 바란다.

* 본 도서는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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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의 일 (양장)
이현 지음 / 창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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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소설들이 좋다. 아이었던 나와 부모인 나의 모습을 모두 돌아볼 수 있어서이다. 그런데 이번 『호수의 일』은 다른 청소년 소설의 주인공들보다 유난히 더 주인공 호정이에게 몰입해서 읽었다. 그래서였을까 마지막 부분에서 나도 모르게 흐느끼며 울어버렸다. 최근 읽었던 대부분의 청소년 소설이 주인공의 성장을 다루었지만 이번 책은 그간 읽었던 다른 소설들과는 조금 느낌이 달랐다. 주인공들의 아픔에 마음이 아팠고 홀로 그 아픔을 견뎌나가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고등학교 1학년인 호정이. 공부도 곧잘 하고 문제꺼리 하나 없이 학교 생활도 잘 하는 모범생. 아홉 살 차이나는 귀여운 여동생 진주와 엄마아빠 네 식구이다. 사춘기 여자아이들이 그렇듯 부모님보다 친구와 더 가까운 사이이고 공부한다는 유세(라고 부모님은 받아들인다)를 부리는 보통의 아이다. 아니, 아이처럼 보인다. 사근사근한 성격의 아이가 있고 데면데면한 성격의 아이가 있다. 잔정이 많아 정을 뿌리고 다니는 아이도 있고 냉정한 아이도 있다. 사람은 다 제각각이니. 호정이는 냉정한 아이편에 속한다. 혹자는 기질이라고 사춘기 때문이라고 공부라는 스트레스 떄문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나는 지나온 날들의 아픔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정하지 않았던 임신으로 태어난 호정. 결국 엄마는 커리어를 접어야 했고, 아빠 역시 하려던 일을 하지 못한채 조금은 다른 길로 가야했다. 잘 살고 싶었던 엄마아빠는 모든 자금을 끌어다 중국에서 무리한 일을 별였고 호정은 할머니에게 맡겨졌다. 고모와 삼촌의 몫까지 끌어다 시작한 일은 안타깝게도 성공하지 못했고 부모님은 빚과 함께 귀국했다. 다른 일을 시작한 호정의 엄마아빠가 다시 일어서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고 호정은 계속 할머니, 고모, 삼촌과 한 집에 살았다. 계획했던 미래가 어그러진 것은 고모와 삼촌 할머니도 마찮가지였고 그들은 호정의 아빠를 원망하고 또 원망했을 것이다. 호정에게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것을 그들이 모르진 않았겠지만 눈 앞의 조카가 떄로는 미웠을 것이고, 어린 호정이는 그 눈치를 견디고 또 견디며 살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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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그렇게 화나는 일이었을까? 삼촌과 고모를 만나면 문득문득 치밀어 오른다. 장남이라고 혜택만 입다가 결국 동생들 몫까지 다 날려 버린 형, 오빠. 나라도 화가 났을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적어도 당신들은 어른이었잖아.

그런 호정의 마음을 쓰다듬어 주고 상처난 자리에 약을 발라주고 밴드를 붙여주는 어른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사춘기에 공부 스트레스라고 생각한 호정의 엄마는 그저 호정의 눈치만 보기 바빴고 아빠 역시 눈치 보다가도 문득 서운한 마음이 강해지면 '내가 도대체 뭘 그리 잘못한거냐'고 '너를 뒷바라지 하려고 부모가 고생인거 안보이냐고' 화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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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는 욕실로 달려 들어갔다. 엄마가 밤마다 침대 머리맡에서 『오즈의 마법사』를 읽어 주고 있는 터였다. 나는 『오즈의 마법사』라는 책이 그렇게 긴 시리즈라는 걸 처음 알았다. 엄마가 그렇게 실감 나게 책을 잘 읽는다는 것도,

호정이는 엄마가 책을 읽어준 기억이.... 있을까? 아홉살 어린 동생 진주는 엄마아빠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났다. 자라나는 진주를 보며 호정은 사랑을 듬뿍 받는, 엄마아빠의 곁에서 자라는 진주가 얼마나 부러웠을까. 아홉살이라는 나이차가 현실에선 크게 다가오기에 상대적으로 호정이는 큰 아이처럼 느껴졌겠지만 호정이도 아직은 어린 아이였을 뿐이다. 부모의 사랑이 필요한, 사랑이 그리운 아이. 터울이 많이 나는 아이 둘을 키우고 있어서일까 나는 호정이를 보며 큰아이가 떠올랐다. 지금 둘째의 나이에 동생이 생긴 첫째. 그 당시엔 다 큰 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둘째가 그 당시 첫째의 나이가 되자 이 아이가 얼마나 어린 아이였는지 알게 되었다. 엄마의 사랑이 아직 필요한 아이였는데 다 큰 아이 취급하며 까다로웠던 둘째 키우기 힘들다고 첫째를 너무 등한시했던, 첫째에게 내 힘든 감정을 퍼부었던 지난 날들이 떠올라 마음이 아팠다. 우리 첫째도 호정이처럼 외로웠겠다는 생각이 드니 너무도 미안했다. 그래서 호정이가 안쓰러웠다.

호정이에게도 자신을 아껴주는 친구가 있다. 주변에 보면 여유있는 집안에서 사랑을 듬뿍받고 자란 아이가 있다. 꼬인 것 하나 없이 해맑은 아이. 그래서 가끔은 이유없이 얄밉고 고까운 감정이 드는 아이. 호정에게 나래는 그런 친구였다. 친구의 악의없는 이야기가 가시를 달고 나에게 화살이 되어 날아온다. 내 마음의 비뚤어진 각도는 친구의 선한 말에 가시를 달고 내 마음을 더욱 비뚤어지게 한다. 내 자격지심일수도, 지독히 꼬인 질투일수도 있는 그 감정은 나 자신을 갉아먹고 친구의 선한 마음에 상처를 낸다. 그리고 최악의 경우 친구를 잃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다행히도 나래는 호정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였고, 호정이도 나래에게 진심을 담아 미안함을 전한다. 그들은 여전히 절친이다.

아무리 친한 친구에게라도 하지 못하는 말이 있다. 나와는 다른 상황에서 자란 친구라면 더욱 털어놓지 못하는 감정들을 의외의 친구와 나누는 경우도 있다. 1학년 2학기에 전학온 은기는 호정에게 그런 친구였다. 그들은 각기의 아픔을 가지고 있었고 그 아픔이 어떤 것인지 털어놓지는 않았지만 본능적으로 서로가 상처받았음을, 지독한 아픔을 간직하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가까워진다. 호정과 은기 역시 그런 사이가 되었지만 그 행복했던 시간은 오래가지 않는다. 너무나 좋은 사람이고, 내 마음을 잘 알아주는 사람이지만. 그 사람이 내가 겪은 아픔을 자꾸 떠올리게 한다면 그 사람과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힘들게 만들어서일까. 호정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은기와 오래오래 편한 관계를 유지했으면 좋았을텐데. 은기의 비밀이 밝혀지며 그들 사이는 전과는 다르게 흘러가버렸다.

호정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울컥했고 마지막 부분 은기와의 만남에서는 눈물을 쏟아버렸다. 깊은 마음 속 아픔을 어루만져 주었던 친구와의 관계가 의도치 않게 변하는 것은 얼마나 깊은 슬픔일까. 소설 첫머리에 호정은 "내 마음은 얼어붙은 호수와 같아 나는 몹시 안전했다_7"고 말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내 마음은 얼어붙은 호수와 같아 나는 몹시 안전했지만, 봄이 오는 일은 내가 어쩔 수 있는 게 아니었다._350"고 말한다. 그동안 겨울이었던 호정의 마음이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봄이 되고 있는 것이다. 상처받은 마음을 드러내는 것이 두려워 봄을 맞이하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봄을 맞이하게 된 호정. 마음을 계속해서 드러내서 찬란히 따듯한 봄을 맞이할 호정을 응원한다.

* 출판사에서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히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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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볼 2 (양장) 소설Y
박소영 지음 / 창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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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기상 재난 현상으로 영하 41도로 변해버린 지구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따뜻한 땅 '스노볼'. 선택받은 사람들만이 살 수 있는 곳에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한 우리의 주인공 전초밤은 꽃길만 가득하리라는 예상과 다른 일들을 겪는다. 고난의 시간에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개척한 전초밤! 전편 스노볼1권은 사실 뭔가 허전한 느낌을 주며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긴 했다. 어쩐지 느낌상 후편이 나올 것 같았는데 역시나 우리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들고  전초밤은 다시 등장했다.

  전편에서 '고해리 프로젝트'의 추악한 이면을 폭로한 후 전초밤은 스노볼에서 첫 여름을 맞이하며 평온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그녀 앞에 다가온 또 다른 시련. 전편에서 이본 그룹의 비밀을 목격한 전초밤을 이본 그룹에서 그냥 놔둘리가 없다. 고매령을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게 된 전초밤은 이본 그룹과의 전쟁을 시작한다. 그런 그녀에게 힘이 되어주는 든든한 지원군인 차향, 미류,  소명, 시내, 온기 그리고 악연인 배새린까지. 모두들 이본 그룹의 악행을 막기 위해 힘을 모은다.

  소설의 줄거리는 크게 복잡하지 않지만 전편과 크게 연결되어 있다. 주인공만 같은 별개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전편에 대한 사전지식 없이 단독으로 읽는다면 극의 내용이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긴밀하게 전편과 이어진다. 여전히 전초밤은 씩씩하고 한편으로는 무모하기도 하다. 정의를 위해서 물불 가리지않고 나서는 그녀를 이해하고 응원의 힘을 보내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전편에서는 다소 소극적인 모습이었던 이본 그룹의 후계자 '이본희'가 이번 편에서는 적극적으로 그녀를 돕기 위해 힘을 모은다는 점은 어찌보면 전초밤보다 이본희가 더 용기있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전초밤이 폭로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이본 그룹의 멸망을 의미하는 것이고 그것은 곧 이본희 자신의 멸망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알고 있는 세상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사실을 알게 된 전초밤, 자신에게 해가 되지 않지만 누군가에게는 해가 되고 있음을 알기에 그냥 묻어둘 수 없는 그녀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목숨을 건 모험에 나선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막기 위해 온간 술수를 쓰는 이본 그룹의 사람들. 이본 그룹에 속해서 편안한 생활을 해왔지만 그것이 결국 타인의 희생에 기인한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자신이 누리고 있는 삶을 기꺼이 포기하려고 한 이본희. 그 둘의 깊은 마음이 결국 세상을 바꾼다. 많은 등장인물이 있고 그들 역시 자신의 몫을 충분히 해냈고, 용기를 냈고, 목숨을 걸어서 모두를 지켰다. 그러나 모든 소설이 그렇듯 주인공의 활약이 가장 큰 것은 사실이다. 어떤 일을 어떻게 했느냐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그러게 하기까지 결심한 그 마음이 더 대단한 것이 아닐까. 

  "나를 향한 금기와 한계를 깨기 위해, 나와 내가 사랑하는 존재들의 안전과 평온을 위해, 원래의 나라면 하지 않았을 일을 기꺼이 감내하고 이어 가는 것. 그게 세상을 바꾸는 일의 본질이야."(145) 라는 차설의 말을 듣고 전초밤은 모두를 위해 자신 하나를 희생하는 대신 세상을 바꾸기로 결심한다. 물론 소설이기에 결말은 해피엔딩이고 그러기에 수많은 고난에도 주인공들이 성공하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의 실제 삶은 소설처럼 행복하지만은 않다. 어디에든 자신이 가진 권력으로 세상을 손에 넣고 마음대로 휘두르려는 사람들은 있다. 그런 힘을 가진 사람들을 의욕이 가득한 사람 몇의 힘으로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다만 모두가 전초밤이나 이본희처럼 옳은 것을 바꾸려는 마음을 먹는다면 세상은 조금씩 바뀌지 않을까 생각한다.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되면 재미날 것이라는 예상이 실현되었다. 'CJ ENM  전격영상화'라니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영상으로 만나게 될 스노볼도 엄청나게 기대된다.   

* 본 도서는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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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들 - 손석희의 저널리즘 에세이
손석희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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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장면을 봐도 각자 느끼는 바가 다르다. 눈으로 보는 같은 시선이지만  마음으로 보는 것은 각기 다르다. 사람의 생각은 모두 다르기에 어느 것이 옳고 그런지를 판단하는 것이 어려울 때가 종종 있다. 그러기에 각자의 시선과 비슷한 의견을 선택하곤 한다. 때로는 우리는 본인이 가진 신념을 기준으로 편을 나누기도 한다. 그리고 상대의 의견들을 반박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 대부분은 근거있는 사실에 의한 반박이 아닌 그저 흠짐내기 혹은 깎아내리기의 비판인 경우도 참으로 많다.

   그간 손석희 JTBC  해외순회 특파원은 꽤 오랜 기간동안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으로 뽑혀왔다. 그런 그가 방송인으로 보낸 시간들 중 기억에 남는 장면들을 선택하여 엮어 낸 이 책. 아무리 중도를 걷는 사람이라고 해도 불완전한 인간인지라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게 마련이다. 그러나 '장면들'의 손석희는 그 중도를 지키며 글을 썼다는 느낌이다. 언론인 손석희에 대한 호 불호 중 나는 호에 가깝기에 그의 글들이 중도를 지키며 쓰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적어도 사회문제에 큰 관심이 없던 나같은 무지한 사람이 읽으면서도 그가 어느 편을 들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당신이 우리 편이라 믿었는데 왜 우리 편을 들어주지 않느냐 말할 수도 있고, 당신은 중도를 걷는 줄 알았는데 결국 저쪽 편을 들고 있다 비난할 수도 있다. 그 모든 것은 자신의 선택이니. 다만 적어도 근거 없는 원색적인 비난은 없다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가짜 뉴스가 판을 치는 세상이다. TV 뉴스도 신문기사도 그 어느 것도 신뢰할 수 없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지금 현재는 '아, **의 기사라면 믿을 수 있지. ***라면 믿을 수 있어.' 라는 말을 쉬이 할 수 없는 세상이다. 아니 사실 그 전에도 그래왔다. 다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인터넷이라는 미디어가 발전하면서 이제는 사실이 거짓으로 거짓이 사실로 드러나는 횟수가 늘어났다.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화제가 되기 위해 자극적인 내용으로 과장해서 혹은 확인되지 않은 일이 기사화되곤 한다. 오죽하면 기자들을 기레기라고 일컫는 말이 보변화되었을까. 기레기라는 표현을 들으며 억울하고 화가나는 언론인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고 있을뿐인데 일부의 몇몇들에 의해서 싸잡아 그런 취급을 받다니 울화가 치밀겠지. 그러나 우리들은 안다. 묵묵히 자신의 일을 자신의 소신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하고 있는 언론인들이 더 많음을. 그러니 앞으로도 계속 열심히 해주시길. 믿을 만한 언론사 믿을 만한 기자가 많아지길 바란다.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으로 꼽히는 사람이 한명이 아니라 많이 나오길 바란다.

* 본 도서는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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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내 첫사랑 이금이 청소년문학
이금이 지음 / 밤티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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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나. 이렇게 몽글몽글한 내용이라니. 엄마 미소 지으며 기분 좋게 읽어내려간 이금이 작가님의 개정판 [안녕, 내 첫사랑]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이고, 마음 몽글했던 첫사랑의 이별에 대한 이야기이다.  열 세살 남학생 동재. 부모님의 이혼에 받은 충격에 겨우 적응할때즘 아빠는 재혼을 선언한다. 갑자기 생긴 새엄마와 여동생을 은재를 아직은 받아들일 수 없는 동재는 마음이 너무 힘들다. 그런 동재의 마음 속에 들어온 연아. 그리고 시작되는 동재의 첫사랑 이야기.

   우여곡절 끝에 연아와 사귀게 된 동재는 우연한 기회에 동생 은재가 연아와 친한 사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아빠의 재혼에 대한 반발심 때문에 새엄마나 은재의 진심을 알려고 하지 않고 비딱하게만 굴던 동재는 연아와의 관계를 위해 은재에게 세웠던 날을 접기로 한다. 둘의 공조는 결국 동재와 은재가 남매가 되는 시작점이 된다. 둘은 사이좋게 계획을 짜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면서 차츰 정이 들어간다. 연아와의 관계를 위해 은재에게 손을 내밀었던 동재는 자신도 모르게 은재를 동생으로 받아들이고 챙겨주게 된다. 그러면서 동재는 은재와 가족이 되어간다.

  은재의 도움으로 잘 되어가는 것 같았던 연아와의 사랑은 암초를 맞이한다. 아직 어려서, 처음이라 몰라서 동재는 연아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다. 하긴 어른이라고 다를거 있으랴. 어른들도 못하는걸. 다만 아직 어린데도 남자가 데이트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돈을 빌리던 동재의 모습이 씁쓸했다. 있는 그대로 자신이 처한 현실을 이야기하지 못하던 동재가 안타까웠다. 어른들의 사고방식을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물려준 것 같아서 미안했다. 아직은 솔직해야 하는 아이들인데, 있는 그대로 서로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할 나이인데 겉으로 보이는, 틀에 박힌 생각을 하게 한 것 같아서 속상했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이 책은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무릇 첫사랑이라 함은 이루어지지 않는 슬픈 사랑을 말한다. 그러기에 기억에 오래오래 남는 것이다. 처음이기에 설레였고 처음이었기에 낯설었을 그 사랑. 그래서 아쉬움이 가득 남는 그 사랑. 첫사랑과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 인 결말을 얻은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이루지지 못해 아련할 것이다. 동재에게도 그리고 아마도 연아에게도. 그러나 그 기억은 오랫동안 마음 속에 몽글하게 남아있을 것이다.

  열세살 동재. 초등학교 6학년. 첫사랑이 시작되는 나이. 머지않아 나의 아이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 정말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도 알고, 못하게 해야 할 일이 아니라는 것도 알지만 어쩐지 걱정되는 소심한 엄마다. 무조건 찬성! 할 일도 아니고 무조건 반대! 할 일도 아니다. <"엄마, 나도 이제 열세 살 되는데 남친 한번 사귀어 볼까? 모쏠 탈출 좀 하게." 라는 은재의 말에 "나쁘지 않지. 그런데 단둘이 만나는 건 아직 안 돼. 동재친구니까 동재하고 같이 만나. 그리고 엄마 집에 있을 때 데리고 오면 맛있는 거 해 줄게."_86> 라는 은재 엄마의 말처럼 적정한 선은 필요한 것 같다. 그런데 과연 나는 은재 엄마처럼 열린 마음으로 내 아이를 바라볼 수 있을 것인가.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당연한 마음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한해 한해 아이가 자라면서 엄마의 곁에서 조금씩 멀어진다. 엄마가 인생의 전부이던 시절에서 동성 친구, 여자 친구가 좋아지는 시기가 오고 있다. 아직은 엄마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아이의 마음을 간섭하기 시작하고 엄마의 기준으로 아이를 판단하려 하면 아이와의 관계는 더 멀어지겠지. 아빠가 자신의 마음을 몰라줘서 아빠에겐 연아에 대한 마음을 이야기하지 않던 동재가 이별에 힘든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니 아빠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처럼 결국 우리는 마음을 솔직히 표현해야 하지 않을까.그리고 나의 기준으로만 판단하고 정리하려고 하는 대신 아이의 시선을 존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해당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료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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