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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희의 방 ㅣ 이금이 청소년문학
이금이 지음 / 밤티 / 2021년 9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금이 작가님의 청소년 소설 '너도 하늘말나리야' 3부작 시리즈 중 두번째 소설인 '소희의 방'은 미르, 소희, 바우 세 주인공 중 소희의 이야기이다. 전작에서 할머니와 둘이 살던 소희는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 친엄마와 함께 살게 된다. 그 새로운 삶의 이야기가 3부작 중 2부인 '소희의 방'이다.
할머니랑 단둘이 살던 소희는 나이에 비해 상당히 어른스러운 아이였다. 힘들게 일하시는 할머니를 생각해서 공부도 집안일도 교우관계도 그 어느 것도 허투루 하지 않던 모범생이었다. 적어도 어른들의 눈엔 그랬다.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와 자신을 뒤로 하고 떠나간 엄마 그리고 홀로 계신 할머니. 사실 소희에겐 기댈곳이 없었다. 열세살 어린 소희는 할머니에게 기대는 것 대신 자신을 단단히 세우는 것을 선택했다. 아이는 아이다워야 한다. 나이에 비해 너무 철이 없는 것도 좋지 않지만 심하게 철이 든 것은 더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손이 갈 일이 없는 아이가 과연 진짜 아이일까. 소희는 아이인가 어른인가..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일생을 살던 달밭마을을 떠나 소희는 작은 아버지 집으로 거처를 옮긴다. 넉넉하지 않은 삶을 살던 작은집에서 소희는 본능적으로 자신이 천덕꾸러기가 되지 않으려면 일을 도와야 한다는 것을 느낀다. 삶이 퍽퍽한 소희는 달밭마을에서 절친이었던 미르와 바우와의 연락조차 끊고 학교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작은 엄마가 하는 미용실에서 열심히 일을 하며 하루하루 외로운 삶을 살던 소희에게 친엄마가 함께 살자고 다가온다. 그리고 친엄마와 새아빠, 둘 사이에서 태어난 동생들과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 소희.
경제적으로 어렵게 살던 지난날에서 부잣집에서의 삶을 시작한 소희는 '정소희'에서 '윤소희'로 다시 태어나며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고자 한다. 오랜 시간 떨어져있던 엄마와 만났음에도 예상과 달리 데면데면한 엄마의 모습과 자신을 적대시하는 동생 우혁의 모습에서 상처를 받는 소희는 여태껏 그리 살아왔듯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못한다. 혹시라도 내쳐질까 두려워서 애써 서러움을 참는다. 새로운 친구가 생겼으나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혹시나 과거를 들킬까 전전긍긍한다. 할머니와 힘들게 살던 그 시절과 친엄마와 여유롭게 사는 지금, 소희는 과연 행복했을까.
과거에도 현재에도 소희는 자신의 마음을 아픔을 드러내는 것이 너무도 힘들다. 할머니를 힘들게 할 수 없어서, 엄마에게 내쳐질까봐의 이유로 아픔을 혼자 감내했던 소희. 어느 누구도 소희에게 있는 그대로 너의 감정을 드러내도 좋다고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저 '어른스러워서, 손이 안가서, 의젓해서 대견하구나' 의 의미만 부여했을 것이다, 그런 아이가 힘이 덜 드니까. 어찌보면 어른들의 이기심이 소희를 외롭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소희의 힘이 되어준 것은 역시 친구들이었다. 달밭마을에서는 미르와 바우가 서울에서는 온라인으로 만났던 채팅친구 '디졸브'와 소희를 너무나도 좋아해줬던 남자친구 '지후'가 있었기에 외로운 집에서 숨쉬며 살아갈 수 있었다. 소희에게 친구들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던가.
주눅들어서 눈치만 보던 소희는 서서희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엄마에게 반항도 하고 거짓말도 한다. 그 나이때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하는 행동을 하면서도 소희는 자신을 정당화한다. 엄마와의 끈끈한 유대감이 없는 소희한테는 마음 한 구석 깊은 곳에 불안감이 가득 숨겨져 있기 때문이었으리라. 그렇게 방황을 하던 소희는 고모의 말에서 희망을 찾는다. 그리고 엄마와의 속깊은 대화를 통해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너무 일찍 철들 필요 없어!'라고 말하는 이 소설은 청소년 소설답게 소희가 성장하는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2010년 출간된 구판의 개정판인 이번 책은 시대에 맞는 문장을 수정한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인권의식, 시대감각, 젠더 의식 등의 전반적인 내용들이 수정되었다고 한다. 실제로도 구판에서 수록된 내용이 개정판에는 빠져있는 경우도 있어서 두권을 다 읽고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개정판 하나하나에 깊은 애정을 담아 수정하신 작가님의 마음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성인이 청소년 소설을 읽어서 좋은 이유는 잃어버렸던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추억을 되살리는 것뿐만이 아니다. 가장 좋은 이유는 자식을 키우는 양육자 입장에서 아이를 보지 않고 아이의 입장에서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주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너도 하늘말나리야'를 읽으면서도 그랬고 '소희의 방'을 읽으면서도 같은 생각을 한다. 어른의 눈이 아닌 아이의 눈으로 아이를 바라보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말이다.
*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료 제공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