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의 땅에서, 우리 이금이 청소년문학
이금이 지음 / 밤티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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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고등학교 친구들과 몽골로 해외여행을 떠난다는 소식에 해외여행의 경험이 없는 다인은 여행에 따라가겠다 우긴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엄마의 여행에 합류하게 된 다인. 멋드러진 유럽도 아니고 햇빛 쩅쩅 쉬기 좋은 동남아 휴양지도 아닌 몽골이라니. 막상 가기로 하니 사막만 가득하 그곳에서의 시간이 막막한 다인이다. 도착한 몽골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그룹 야누스의 멤버와 똑같이 생긴 가이드 바타르를 만난 다인은 지루했던 여행이 즐거워지는 것을 느끼고. 여행지에서 그와의 로맨스를 꿈꾼다. 그러나 바타르에게 호감이 있는 것은 다인뿐만이 아니었으니, 엄마의 친구들 역시 바타르의 매력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바타르 곁에서 떠나지 않는 통에 어떻게든 바타르와 시간을 보내려는 다인의 계획은 번번히 무산된다. 바타르와의 연애가 목적이던 다인의 여행은 바타르의 부상으로 가이드가 바뀌며 변화를 겪는다. 바타르의 하차는 다인 뿐 아니라 엄마 친구들에게도 영향을 주는데 이유는 무엇때문이었을까.

1부와 2부로 나뉜 이 책은 1부는 딸 다인의 시점으로 2부는 엄마 숙희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공부 잘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엄마, 공부 잘 하는 오빠만을 신경쓰는 엄마가 서운했던 다인. 안그래도 재미없는 여행은 바타르가 떠난 후 더 재미없어진다. 엄마랑 친한 것도 아니고 엄마 친구들이 재미난 것도 아니고 하루하루가 지루했던 다인은 사막에서 본 신기루를 계기로 뭔가가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

엄마 숙희, 그녀는 여행 내내 집에 두고 온 아들이 신경쓰일 뿐이다. 고등학교 동창들이라고는 하나 맘 깊은 교감을 느끼는 친구들도 아니니 여행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거기에 뭐하나 잘 하는 것 없는 둘째는 생각만 해도 걱정이 가득이다. 약속한 것이 있어 여행은 왔지만 뭐 하나 맘에 드는 것 없던 숙희는 젊음이 가득하고 따뜻한 바타르를 통해 자신의 젊은 날을 추억한다. 엄마이기 이전에 한 여자의 자신을 느끼는 숙희와 친구들. 그랬기에 바타르의 부상과 이탈은 그녀들을 기운빠지게 한다. 일상에서 벗어나 나름의 일탈을 즐겼는데 그 일탈이 사라졌으니 여행이 재미날리가 없다. 학창 시절, 세상의 풍파를 모르던 시절에 만났던 친구들일지라도 각기 다른 삶을 살면 마음이 멀어지기 마련이다. 진심을 숨기고 겉으로 드러나는 것들을 포장하기 바쁜 우리의 삶, 숙희 역시 그렇게 살아왔다. 아들을 좋은 대학에 보낸 친구를 부러워하고, 글 쓴다고 아이는 뒤로 하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친구를 못마땅해하고 그런 친구의 모습을 동경하는 딸 다인을 걱정한다.

사실 숙희는 여행에 떠나기 전 자궁암 진단을 받았다. 딸 다인이와의 추억이 얼마 없다 느낀 숙희는 다인과 함께 여행을 하기로 했던 것이다. 일찍 돌아가신 친정엄마와의 추억이 별로 없어서였을까 아니면 암으로 죽었다 알려진 사실과 달리 암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친정 엄마에 대한 원망 때문이었을까. 숙희는 스스로를 옭죄며 삶을 살아온 것처럼 보인다. 어쩌면 아이를 좋은 대학게 보내는 것이 엄마의 진정한 일이라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랬기에 엄마의 뜻에 따라 공부 잘 하는 아들이 대견하고 기특했을 숙희에게 공부에는 관심없고 연예인을 좋아하는 다인이 곱게 보였을리가 없다. 아들이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것이나 좋아하는 것들에는 신경쓰지 않고 그저 공부 잘 하는 사람으로 만들고 싶어했던 숙희. 엄마의 의견을 잘 따르다 결국 자신이 원하는 길을 선택하는 아들. 숙희는 충격을 받지만 아마도 그 충격은 서서히 사라지고 아들의 선택을 응원하는 엄마가 될 것이다. 아마 여행을 다녀오지 않았다면 자신의 뜻을 관철했겠지만 몽골 여행을 통해 그녀는 기를 쓰며 잡아 왔던 것들이 모둗 소용없음을 느꼈기 때문이리라.

내가 살아온 길이 제대로 된 길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자식을 위해서 부모를 위해서 배우자를 위해서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고 생각하지만 떄로는 내 의도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결론을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때로는 제대로 된 길로 돌아가기에 너무 늦은 경우도 있다. 숙희 역시 그랬을 것이다. 자식을 위해 최선을 다해서 자식에게 좋은 길을 선택했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아이에겐 그 길이 최선의 길이 아니었다. 다행이었던 것은 아이가 자신의 길을 선택했다는 것, 그리고 용기를 내어 엄마에게 자신의 결심을 내보였다는 것이다. 아이가 먼저 용기내어 자신의 길을 찾은 것처럼 숙희도 진정으로 자신을 위한 자신만의 길을 찾을 수 있길, 몽골에서의 여행이 숙희에게 용기의 발걸음이 되어주길. 숙희가 아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살아갈 수 있길 바란다.

* 본 도서는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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