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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 다이어리 - 엄마와 딸, 게임으로 레벨 업!
조경숙 지음 / 이김 / 2024년 1월
평점 :
게임을 하고 싶어지게 하는 책을 만났습니다. 아니 이럴수가.
저는 사실 게임을 그닥 좋아하지 않습니다. 어릴 적엔 하고 싶어도 집에 게임기가 없었고, 성인이 되어서 닌텐도 DS 시절에 잠시 빠져있긴 했었지만 그도 사실 그리 오래가진 않았습니다. 온라인 게임에도 흥미가 없었기에 PC 방에서 게임을 해본 적도 없습니다. 그런데 왜 이 책을 읽은 것이냐고요? 아이와 소통하고 싶어서입니다. 저희 아이들은 게임을 좋아하거든요.
저희 아이는 용돈을 모아서 닌텐도 스위치를 구매했어요. 꽤 오랜 시간 돈을 모아서 고대하던 게임기를 손에 넣었습니다. 게임팩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아이가 용돈을 모아서 구매하고 있어요. 노력 끝에 구입한 닌텐도와 게임팩은 아이의 소중한 물건 중 하나입니다. 그런 닌텐도 스위치를 저희 가족은 함께 이용하고 있어요. 현재 주말에만 게임을 하고 있는데 주중에 엄마아빠가 언제든 할 수 있게 해주고 있죠. 아빠는 간혹 아이와 같은 게임을 하며 공감대 형성을 하는데 저는 어쩐지 영 게임에는 재능이 없지 말입니다. 닌텐도 스위치를 산 순간부터 지금까지도 아이는 제게 말합니다. "엄마, 엄마도 게임 좀 해봐."
저는 게임에 소질이 없어요. 그래서 더욱 관심이 없기도 했어요. [닌텐도 다이어리]의 작가 조경숙님은 어린 시절부터 게임을 좋아하는 분이셨다고 합니다. 게임을 잘 하시는 건 당연하고 심지어 작가님의 어머님께서도 한 게임 하셨던 듯 합니다. 어린 시절 오빠와 함께 마리오를 하다가 쿠파가 나오면 둘이 한마음으로 "엄마~~"를 불렀고 어머님께서는 모든 일을 뒤로 한 채 달려오셔서 쿠파를 물리쳐 주셨다고 합니다. 작가님은 딸과 함께 닌텐도 스위치 게임을 즐겨 하곤 하신다는데 게임을 하다 딸이 성공하기 힘든 부분에선 이젠 엄마가 된 그 시절의 딸이 짜잔 하고 등장하셔서 해결하지요.
아, 저는 왜 이 모습이 너무나 멋져 보일까요. '나보다 게임을 잘하지 못하는 엄마'가 아니라 '내가 깨지 못하는 부분을 깨주는 엄마'라니! 너무나 부럽지 말입니다. 제가 되고 싶은 엄마거든요 사실. 근데 그러지 못하니 저는 아예 게임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작가님의 딸이 묻습니다. 엄마는 어쩜 이렇게 게임을 잘 하느냐고. 작가님은 ‘어른이니까 그렇지’라고 말하지만 사실 마음속에서는 ‘널 사랑해서 게임을 잘해보려는 거야.’라고 내뱉습니다. 어머, 그래요. 그래요 맞아요. 저도 아이가 엄마의 도움을 원할 수 있게 게임을 잘하고 싶었어요 근데 그게 안되니 게임을 하지 않은 거에요. 그런데요 우리 아이는 ‘게임을 잘하는 엄마’가 아니라 ‘같이 게임하는 엄마’를 원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오랜 시간동안 엄마가 게임하기를 바랬던 아이이니 아마 엄마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요.
어쨌든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게임이 하고 싶어졌어요. 물론 처음 읽고 나서는 의욕 가득이었다가 지금 사실 조금 의욕이 사라진 것도 사실입니다만. ㅎㅎ 책에 언급되었던 게임 중에서 [슈퍼마리오 오디세이]는 너무 재미나 보여서 제가 하고 싶고요, [젤다의 전설] 시리즈도 재미나보이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니 같이 해보고 싶어요. [링피트 어드벤처]는 운동해야한다는 핑계삼아 소장하고 싶어지는 게임이고요. 이번 주말에 [젤다의 전설]을 시작해보겠다고 아이들에게 선언했으니 약속을 지켜야겠죠. 게임 시작하자마자 양옆에 붙어서 조잘조잘 게임에 대해 이야기할 아이들 생각하니 머리가 지끈거리지만 이것이 행복 아닌가요. 언제 또 아이들이 이렇게 엄마 곁에서 조잘조잘대겠습니까.
작가님은 이 책을 왜 쓰셨을까요? 닌텐도 게임이 너무 재미나니 다들 해보세요 하는 마음에? 아니면 아이와 게임하는 것도 좋아요 해보세요 하는 마음에? 작가님께서 마지막에 이유를 말씀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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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우리 가족에게 '버튼'과도 같다. 각자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가도 누군가 한 명이 버튼을 누르면 모두가 이 주제로 빠져들고야 마는, 다른 이들에게도 이런 버튼이 있을 것이다. 자전거, 캠핑, 케이팝 등 가족이 공유하는 어떤 주제라도 곧잘 가족만의 이야기가 쌓인 버튼이 된다. 그러니 누구나 게임을 해야 할 필요는 없다. 그러자고 말하는 책은 아니다. 다만 자전거, 캠핑, 콘서트가 그렇듯 게임도 양육자와 아이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만의 문화가 될 수 있다는 것만은 일러두고 싶다.
네 그래요. 작가님의 가족에게 게임은 ‘버튼’ 이랍니다. 가족을 모을 수 있는 버튼이요. 햇가족이 되며 가족 구성원의 수가 줄어들었죠. 꽁꽁 뭉치기 더 쉬울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은 모두 각자의 삶을 살기에 바쁩니다. 대가족이던 시절처럼 가족이 모여서 삶을 나눌 기회가 줄어드는 요즘이지요. 그런데 작가님의 가족처럼 이런 ‘버튼’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가족만의 이야기가 쌓인 버튼이요. ‘자자 우리 ** 하자! 모두 모여!’ 라고 외치면 즐겁게 보낼 그 시간을 위해 각자의 일정을 조절해서 식구들이 모일 수 있는 그 어떤 문화가 우리 가족에게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이 더 어릴때 했으면 좋았을텐데 하고 아쉬워하지만 이제라도 늦은 것은 아닐거에요 그쵸?
게임을 통해서 작가님도 아이도 배우는 것이 생깁니다. 그리고 책을 읽은 저도 함께 배웠습니다. 게임은 즐기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요. 꼭 엔딩을 봐야하는 것이 아니란 것을요. 클리어 한 스테이지를 또 한다고 게임이 즐겁지 않은 것이 아님을, 각자 자신만의 스타일대로 그 시간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겠구나 싶네요. 꼭 이겨야만 즐거운 게임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되니 앞으로는 부담없이 게임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도 들어요. 아, 이 글을 쓰다보니 지금 당장 닌텐도를 켜고 싶어집니다. 하하하.
엄마와 딸이 즐겨하는 게임을 소개하는 책이기도 하지만, 가족간의 문화를 만들어보면 어떠냐고 조심스레 제안하는 책이기도 하고요. 인생을 꼭 경쟁으로만 살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한 책이에요. 쉽게 쓰여진 책이라 읽기도 쉽고요, 무엇보다 게임을 하고 싶게 만들어줍니다. 아이가 했던 그리고 하고 있는 게임들이 많아서 읽으며 궁금한 점은 아이에게 묻곤 했는데 아이가 성심성의껏 대답해주네요. 가까워진 느낌이라 참으로 좋았어요. 이번 주말엔 꼭 아이와 함께 닌텐도를 켜볼까 합니다. 즐거운 시간이 될 것 같아서 기대되네요!
* 본 도서는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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