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눈동자 안의 지옥 - 모성과 광기에 대하여
캐서린 조 지음, 김수민 옮김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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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국계 미국인으로 태어난 주인공 캐서린 그녀는 사랑하는 아이의 백일 잔치를 8일 앞두고 아이의 눈에서 악마를 보았다. 그리고 그녀는 정신병원에 입원을 한다.입원한 그녀는 자신이 어떻게 해서 정신병원에 오게 되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병원 생활은 답답하기만 하고,  언제쯤 병원에서 나갈 수 있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갓 백일정도 된 아이와 떨어진 그녀는 사랑하는 아들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의 몸은 다른 말을 하고 있다. 끊임없이 나오는 모유를 시시때때로 짜서 버려줘야 하는 그녀. 씻는 것조차 마음대로 편하게 할 수 없는 그곳에서 그냥 일반인으로 사는 것도 힘들텐데 출산 후 몸이 회복되지 않는 산모인 캐서린은 그 어떤 보살핌도 받을 수 없이 생활하고 있다. 보통의 일상에서도 출산 후 겪는 감당할 수 없는 나의 마음들도 당황스러운데 정신병원이라는 낯선 곳에서 겪었을 캐서린은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그곳에서 말이다.

출산 후 산모들은 경중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심적인 불안을 겪는다. 모든 것이 수월했던 첫째 때와 달리 둘째를 출산 후 나도 심적인 불안을 겪었다. "최소 절반의 산모가 출산 후 우울감을, 그중 일부는 산후우울증을 겪고, 1천명에 1명 정도는 환청과 망상을 동반한 산후정신증을 경험한다._뒷표지 하지현(정신과 전문의, 작가)의 말"에서처럼 출산 후 우울증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캐서린은 그 정도가 심해서 산후정신증을 겪었고 정신병원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다행히도 캐서린에게는 그녀를 무척이나 사랑하는 남편 제임스가 있다. 그는 가끔식 전화를 걸어 그녀의 안부를 묻고 그녀를 찾아오기도 한다.

나였다면 우울과 절망에 빠져 하루하루를 분노하며 살았을 것 같은 상황인데 캐서린은 생각보다 덤덤해보인다. 극히 예민한 성격의 나와는 다르게 무던해보이는 캐서린의 성격 때문인걸까.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녀의 그런 성격은 어린 시절 아무 이유도 없이 화를 냈던 아버지에게 당하지 않기 위해 그녀가 만들어 낸 방어기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녀와 그녀의 동생 테디는 아버지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해왔다. 신체적인 폭력은 대부분 동생 테디에게 행해졌지만 그것을 보는 캐서린 역시 심적인 폭력을 당한 것은 사실이다.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기 보다는 조용히 아버지의 의견을 따라야 했을 캐서린이 어찌보면 드루와 같은 나쁜 남자를 만났던 것은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였을지도 모른다. 다행히도 더 늦기 전에 캐서린은 그에게서 벗어났지만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있을거라는 생각을 하니 안타까워졌다.

"나는 그의 눈동자에 비친 내 모습을 보았다. 그가 내게 생명줄을 던져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지금까지 바다에 혼자 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갑자기 나를 발견한 것 같았다. 제임스는 생애 처음으로 누군가가 자신을 '알아봐준'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_ 114"

바다에 혼자 떠 있었던 캐서린이 제임스를 만나서 생명줄을 얻은 것처럼 제임스로 인해 그녀가 겪은 그 힘든 상황을 잘 견뎌내고 이겨낼 수 있었기를 바란다. 생애 처음으로 누군가가 자신을 '알아봐준' 것처럼 느꼈던 제임스가 캐서린을 알아봐주고 그녀에게 힘을 건네주어 그녀가 지금의 그 힘듦을 견뎌낼 수 있었기를 바란다.

내가 읽은 이 책은 창비에서 사전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제공받은 도서이다. 가제본 도서이기에 책의 전체 내용이 담겨있지는 않다. 그 중에서도 가장 궁금했던 부분 어째서 아이의 눈에서 악마을 보게 되었고 무슨 일이 있었기에 병원에 입원을 하였고 그 후엔 어떻게 되었는지와 같은 핵심(?)적인 내용이 안타깝게도 수록되어 있지가 않다. 뭔가가 빠진 것 같은 아쉬움이 가득하다고나 할까. 그래서 그 뒷이야기가 너무나도 궁금하다. 캐서린이 어떻게 지금의 상황을 극복했는지 왜 그녀는 그런 일을 겪게 된 것인지 읽는 내내 너무도 궁금하겨 엉덩이가 들썩였다. 얼른 구해서 읽어봐야겠다...

* 본 도서는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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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갔었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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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작가의 새 책이 출간되었다. 아버지의 이야기를 담은 책 <아버지에게 갔었어> . 주인공 '나'가 병원에 입원한 엄마 대신 홀로 남게된 아버지를 위해 고향인 J시로 내려가서의 일들에 대한 내용이다. 4남2녀의 넷째인 딸 헌이(아버지는 주인공을 헌이라 부른다)는 글을 쓰는 사람이다. 꽤 오랜 시간 고향인 J시에 내려오는 것도 부모님을 만나는 것도 외면하고 살아왔던 헌이는 아버지와의 시간을 통해 과거의 자신과 아버지를 떠올린다.

나의 세대라고 하기엔 조금 더 오래 된 이야기 같고 나의 아버지 세대라고 하기엔 덜 오래 된 이야기 같은 헌이의 아버지는 시골에서 농사를 지어 자식들을 공부시키고 집안을 건사한 보통의 아버지이다.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혈혈단신 홀로 살아나가야했던 아버지. 그는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몫을 다 하기 위해 성실하게 책임감을 가지고 살아왔다. 그리고 그는 그의 몫을 너무도 잘 해내었다. 자식들은 하나같이 모두 자신의 길을 잘 찾아서 살고 있고 부모에게도 잘 하는 효성스러운 사람들이다. 아버지 라는 자리에서 뒤를 돌아보면 그는 분명 잘 살아온 아버지임에는 틀림없다. 배운 것 없고 가진 것 없는 삶이었지만 그는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았다. 소설이지만 사실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해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일들이 가득하다. 물론 한 사람이 겪었다기엔 너무 많은 일들이 헌이의 아버지에게 일어났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면 뭐 어떠랴 소설인 것을.

  아버지이기 전에 한 사람으로의 그의 삶을 돌아오면 그는 참으로 힘들고 외로운 삶을 살아왔던 것 같다. 물론 그에게는 아내도 있고 자식도 있고 그를 너무나 아끼는 고모도 있었지만 그가 가진 가장이라는 책임감은 항상 그의 어깨를 무겁게 했을 것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우리 부모님 세대도 나 자신 이전에 아버지로 어머니로의 삶을 강요받았다. 그리고 수긍하고 그냥 그렇게 살왔으니까. 헌이의 아버지는 오랜 시간 수면장애의 고통을 겪어왔다. 수십년 동안 자다가 일어나서 우두커니 앉아있기도 하고, 마당을 서성이다 헛간에 들어가는 일도 잦은 일이었다. 수면장애와 함께 그가 가지고 있는 우울증, 공황장애, 불안장애라는 병들은 그의 과거에서 일어난 수많은 일들이 원인이었으리라. 남들이 겪지 않을 일들을 너무도 많이 겪은 그가 자신이 겪은 그 힘들었던 일들을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고 속으로 삭혀왔기에 얻게 된 결과가 아니었을까. 어느 누구에게도 맘 편히 내 맘을 드러낼 수 없었던 보통의 아버지들처럼 말이다. 그런 생각이 드니 자신의 힘듦을 누르며 살아왔던 수많은 부모님들이 떠올라서 마음이 아릿해졌다. 그와 반대로 너무 나의 힘듦을 드러내며 티를 냈던 일들이 생각나서 민망해지기도 했다.

  신경숙 작가의 필력은 정말 대단하다. 400페이지에 가까운 책임에도 한번 책을 잡으면 나도 모르게 몰두하게 된다. 아버지의 이야기이지만 헌이가 말하는 아버지의 이야기에는 우리의 이야기도 담겨있기 때문이다. 마당과 마당 사이에 담을 지어놓고 작은 아버지네와 함께 살며 사촌들이 샛문을 오가는 이야기에와 시골에 있는 공동우물 이야기에서는 어린 시절 시골 외할머니댁에서 사촌언니오빠들과 즐겁게 놀았던 기억을 떠올렸고, 배추를 뽑아 김장을 하는 이야기에서는 엄마와 이모가 김장을 하고 아빠와 이모부가 집 앞 마당 구석을 파서 항아이를 묻던 기억이 떠올랐다. 헌이의 조카가 치킨 한 마리를 시켜놓고 다 함께 먹기에 양이 부족하니 약속이 생긴척 나왔다는 이야기에서는 치킨을 시키면 항상 괜찮다며 얼마 드시지 않던 우리 아빠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책의 한 부분이 떠올랐다.[나는 아버지의 얘기를 들으려고 한번이라도 노력한 적이 있었던가? 먼 이국의 사람들도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는데 나는 내 아버지의 말도 제대로 들어 본 적이 없었다는 생각. 아버지의 슬픔과 고통을 아버지 뇌만 기억하도록 두었구나, 싶은 자각이 들었다. _373] 그리고 이 책을 읽으려 했는지 기억했다. 아버지를 이해하고 싶어서였다.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서부터 시작해봐야겠다.


*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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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엔딩 (양장)
김려령 외 지음 / 창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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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거짓말
#싱커
#1945철원
#그여름의서울
#모두깜언
#아몬드
#페인트
#버드스트라이크


한참 화제에 올랐었고 여전히 화제에 올라와있는 이 많은 책들. 우리를 울고 웃게 했던 작품들의 뒷이야기가 찾아왔다. "정말 궁금한 게 있어요. 그날로 다시 돌아간다면 뭔가가 달라졌을까요." 라고 말하며 돌아온 이야기들. 과연 어떤 이야기들을 담고 있을까. 운 좋게 창비 사전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만나게 된 [두 번째 엔딩]에는 수록된 작가들의 이름만으로도 눈에 띌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창비청소년문학상을 받은 작품들은 기존에 흔히 보았던 내용이 아닌 신박한 내용들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청소년문학상이라 그런지 소설 속 주인공들의 나이대가 학생들이거나 젊은층인 것도 독자 입장에서는 읽는데 부담이 되지 않아서 정말 좋았다. 그간 출간된 작품들을 다 읽은 것은 아니지만 어찌 보면 흥미위주의 내용인 것 같지만 읽다보면 각 작품들이 사회에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뚜렷하게 담겨있다. 어렵지 않게 독자들에게 그 이야기를 전달했던 작품들 중 8인의 작가들 작품의 외전이 수록되어 있는 [두 번째 엔딩].

[언니의 무게_김려령]
읽으며 가장 마음이 아팠던 김려령 작가님의 언니의 무게. 우아한 거짓말의 뒷이야기이다. 우아한 거짓말에서 동생 천지를 잃고 힘들어 했던 언니 만지. 동생을 지키지 못한 사실에 절망했던 만지는 동생이 떠난 삶을 담담하게 살아나간다. 동생이 자살한 이유를 알고난 후 만지의 삶은 어떻게 변했을까. 천지의 죽음은 천지의 언니 만지뿐 아니라 천지의 친구 화연, 미라의 삶도 바꾸어놓았다. 각자의 자리에서 천지에게 마음의 빚을 지고 있는 그 아이들. 남겨진 사람의 몫은 힘들게 마련이지만 제발 그 힘듦을 외면하지 말고 지금처럼 잘 살아주길 바란다.

[초보 조사관 분투기_배미주]
코로나로 인해 세상이 엉망이 된 지금과 너무도 닮아있다. 전염병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이고 얼만큼 사람의 일상을 뒤흔들 수 있는지 전엔 미처 몰랐었다. 지금 이 상황이 해결된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는 것도 안다. 더 큰 고난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도. 초보 조사관 정후는 극한 상황에 놓였지만 자신이 맡은 일을 최선을 다해서 해낸다 마치 지금 코로나 의료진이 하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 곁에 정후와 같은 마음으로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나가는 존경할 만한 사람들이 많음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보통의 꿈_이현]
보통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평범하게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 이제는 안다. 지금 사는 북한에서 그냥 평범한 권투선수의 삶을 살고 싶었던 미래. 그런 그녀에게 부모님은 삶을 송두리채 뒤흔들 계획을 이야기한다. 도대체 그 이념이라는 것디 무엇이길래 이토록 많은 사람들을 아픔에 몰아 넣는 것일까. 어째서 가족이 이념 때문에 이리도 아프게 서로를 원망하고 미워하고 그리워해야 하는 건지. 미래의 가족은 어떤 결론을 맞이하게 될런지, 힘든 결정인만큼 후회없는 삶을 살아주길.

[나는 농부 김광수다_김중미]
가끔보면 부모보다 훨씬 나은 자식들이 있다. 우리의 광수도 그렇다. 이제 겨우 열아홉인데도 자신이 어느길로 갈지가 너무나도 뚜렷하다. 하루이틀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광수 나름대로의 시행착오 끝에 낸 결론이다. 광수를 가장 믿어주고 지지해주면 좋을 사람은 아빠겠지만 그래도 광수에겐 좋은 친구들과 힘을 주는 유정이 삼촌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내 아이가 광수처럼 자신의 길을 찾아간다면 정말 감사할 것인데 나도 광수아빠처럼 아이를 믿지 못할까봐 걱정이 된다.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삶을 살지 말자. 제발.

[상자 속의 남자_손원평]
상자 속에 살고 있는 남자가 있다. 그에게는 그럴수 밖에 없는 그런 이유가 있다. 빛처럼 빛나던 형이 불행한 사고를 당했다. 선의에서 한 행동이었는데 그로 인해 형이 크게 다쳤다. 아마도 피해자는 감사한 마음 못지 않게 미안한 마음 혹은 죄책감이 가득했을 것이다. 그러기에 무책임한 말들을 내뱉을 수 밖에 없었겠지만 듣는 그는 그런 심정을 이해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불의를 외면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 그를 세상으로 꺼내준 사람이 누구인지 밝혀졌을 때 미소가 떠올랐다. 결국 사람의 삶은 돌고 도는 것이다. 우리는 다 연결되어 있다.


[모니터_이희영]
새로운 소재로 나를 놀라게 했던 이희영 작가님의 페인트의 뒷이야기 모니터. 정말 재미나게 읽었던 페인트가 너무나도 열린 결말로 끝을 맺어서 사실 아쉬웠었다. 물론 열린 결말이 제일 잘 어울린다는 것은 안다. 현실이 아닌 상황을 다루었지만 어떻게 보면 정말 현실적으로 결말이 났었던 페인트. 그 뒷이야기 모니터에서 우리는 NC의 아이들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아이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너무나도 잘 성장하고 있었다. 겉으로 보이는 것만 가지고 사람을 판단하면 안된다는 것은 알지만, 나도 선입견 가득한 기성세대임이 너무나 서글프다.

[초원조의 아이에게_구병모]
나와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는 것은 어렵다. 더군다나 모든 사람의 눈 밖에 나 있는 사람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더욱 힘든 일이다. 나와 다른 사람을 배척하는 것은 사실 얼마나 쉬운가. 외면하고 모른척하는 것이 세상 쉬운 삶인데 그는 보통의 사람들과 다른 선택을 한다. 사랑했던 그녀의 부탁에서였을까 아니면 그녀를 사랑했던 자신을 위해서였을까. 어떤 이유였든 그는 한 사람을 구했다. 그와는 다른 결정을 내린 여자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그는 어쩌면 새로운 삶이 기대될지도 모르겠다.

[서브_백온유]
요즘 한참 화제가 되고 있는 학교폭력. 수면 속에 있었을 뿐 과거에도 있던 일이었다. 스포츠계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들리고 있는 학교폭력 이야기들은 선생과 제자 사이, 친구사이, 선후배 사이에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있었다. 규울을 잡는다는 이유로 행해졌던 수 많은 폭력들. 축구선수인 인하역시 그런 일을 겪었다. 그 일을 겪은 인하는 겉으로 괜찮아보여도 속은 그렇지 않았을텐데. 어른들 중 어느 누구도 아이의 마음을 토닥여주지 않는다. 부모가 있지만 사실은 없는 것과 같아보인다. 아이를 낳고 먹이고 입히고 공부시킨다고 부모의 할 일을 다 한 것이 아닐터인데. 그래도 인하곁에 그녀의 힘이 되어줄 언니 상인이 있어서 다행이다. 자매란 서로에게 힘이 되는 존재이다 적어도 그 둘은 그렇다.

두 번째 엔딩에 수록된 이야기들의 전작을 모두 읽어보려 했으나 아쉽게도 모두 읽지는 못했다. 그러나 전작을 읽지 않아도 각 이야기들은 개별성을 띄고 있다. 이어지는 것 같으면서도 아닌 그런 이야기들. 잘 짜여진 단편 8편들을 읽고 있으면 시간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전작을 읽고 외전을 읽을 때와 전작을 읽지 않고 외전을 읽을 때의 느낌은 사뭇 다를 것이다. 이 책을 먼저 읽었지만 미처 읽지 못했던 다른 전작들도 다 찾아서 읽을 생각이다. 그리고 다시 이 책을 읽는다면 느낌이 어떻게 달라질지 정말 기대된다.


* 창비에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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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위한 내 일 - 일 잘하는 여성들은 어떻게 내 직업을 발견했을까?
이다혜 지음 / 창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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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세상에 거저 얻는 것이란 없다. 뛰어난 재능을 타고 났다고 해도 재능을 가진 사람이 노력하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는 없는 것이다.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재능으로 이루어진다는 에디슨의 말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물론 겉으로 보기에 타고난 능력을 가지고 한방에 슝 나타난 인재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이 걸어온 발자취를 잘 살펴보면 그들은 자신의 가치를 이루기 위해 무한한 노력을 해왔다.<뚝심이 있는게 중요한 거 같아. 뚝심 있게 가다 보면, 어느 경지에 도달해 있는 거지(p205)>라는 이수정 교수의 말처럼 말이다.

  [내일을 위한 내 일]은 진로에 대한 불안을 먼저 겪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믿은 기록임을, 생각하기만큼이나 행동한 기록임을 기억해 주었으면 한다. 이들의 경험을 레퍼런스 삼아 마음을 단단하게 키웠으면 한다.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번갈아 온다는 것, 실패한 뒤방향을 바꾸는 일은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기를. 오늘의 열심이 내일의 경력이 된다. _p11

  서문에서 저자가 말하는 저 내용이 이 책의 핵심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성 7명은 장미빛 미래가 펼쳐진 레드 카펫을 밟고 현재의 자리에 오른 것이 아니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 현재의 자리에 선 것이다. 2019년 한국 최초로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전주연 바리스타는 월드 챔피언이 되는데까지 9년이라는 시간을 매진했다. 대회 준비를 위해 하루 3~4시간이 수면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커피에 쏟았고, 그 결과 챔피언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어느 정도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그것은 진리이다.

  고인류학자인 이상희 교수는 더 험난한 길을 걸어왔다. 한국에서 학사과정을 발고 미국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은 그녀가 박사학위를 따기까지 걸린 시간은 10년. 처음 5년은 장학금을 받았고 남은 5년은 많은 아르바이트를 했고 전공책까지 팔아서 학비와 생활비를 댔다. 그렇게 힘들게 한 공부를 바탕으로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참 인상깊었다. 인간의 미래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된 챕터가 바로 이상희 교수편이다. <우리가 없어진 세상을 준비하기. 그것은 우리가 멸종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고,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에 하는 생각이에요. 인간은 미래를 생각하고 다음 세상을 생각하니까요.p197>

  인터뷰를 한 여성들은 여성으로 이 사회에서 내 일을 해나간다는 것이 녹록치 않음을 이야기한다. 10년 정도 일한 여성들은 대체로 기혼이기에 얽매이는 게 많아서 일에 자신의 생활을 투자하기 힘든 현실이기에 여성들이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 무대에 도전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고, 어느 순간부터 들려오는 성공한 CEO의 일상은 이른 새벽 기상에 등산 그리고 남들보다 이른 출근이다. 마치 그것이 성공한 CEO의 표본인 것처럼 말이다. 경영인 엄윤미는 말한다. <누군가 나를 돌봐 주고 있고 나는 그들을 돌볼 필요가 없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루틴을, 성공한 CEO는 이래야 한다는 것처럼 말해 버리는 건 이상한 일이죠. 사람들이 다양하게 사는 여성들을 보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꿈의 범위가 달라지니까요.p164> 

  많이 변했다고 해도 아직 우리 사회는 여성과 남성의 일에 보이는 시선이 다르다. <대학 다니면서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 건, 돌이켜 보면 초청받지 않았다는 느낌 때문이었더라고요. 함께하자는 느낌을 받아 본 적이 없었어요. 내 문제인 줄 알았는데, 내 문제가 아니었어요.p176~177> 라는 이상희 교수의 말에서처럼 이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모두의 문제인 것이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삶 아니던가.

  일 잘하는 여성들의 잘난 이야기가 적혀있는 책이 아니다. 일 잘하는 여성들이 자신의 직업을 발견하기 위해 애써온 그녀들의 삶이 녹아내려있는 책이다. 자신의 일을 어떻게 단단하게 만들어 왔는지, 그리고 그 일에 대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는 무엇인지 짧고 굵게 이야기하고 있다. 전문적인 일에 대한 세세한 내용을 얻고 싶은 사람이라면 실망할 수도 있지만, 내 직업을 제대로 발견하고 싶어하는 여성이라면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읽어내려갈수 있는 책인것 같다.

#내일을위한내일
#이다혜
#창비
#일잘하는여성들은어떻게내직업을발견했을까?

* 창비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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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일 - 재수 x 오은 그림 시집
재수.오은 지음 / 창비교육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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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시를 좋아하지 않는다. 나에게 시란 어려운 학문이다.
시를 즐겨 읽었던 때는 짝사랑에 한참이었던 중고등 시절.
그리고 연애를 막 시작했던 대학시절이었다.
나에게 시란 그저 연애의 아픔을 달래주는 것 정도였다.

그런 나에게 선물같이 날아온 그림 시집 마음의 일.
시인 오은과 그의 친구 만화가 재수가 함께 낸 책이다.
그림책이라고 하기에도 만화책이라고 하기에도
그리고 삽화가 들어간 시집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그림 시집.

그림 시집이라고 해서 오색찬란한 그림을 예상했다면 오산.
어린 시절 보았던 만화책처럼 정겨운 연필 그림들이다.
수록되어 있는 일반 형식의 시 뿐만 아니라
짧은 산문 같은 다소 긴 시들과도 너무나 찰떡같이
잘 어울리는 그림들은 시에 대한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에게는 그림이 있어서 시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

수록된 시들은 청소년들이 주인공인 경우가 많은데
그들이 하는 말들을 잘 들으면 마치 어른들의 이야기 같다.
그들의 말에는 인간관계에 대한 고찰이 숨어있다.
아이들을 통해 나를 볼 수 있었다.

[호불호가
강하다는 것은

나를 지키고 싶다는
말이기도 해

좋아하는 것을
곁에 두고 싶다는 말

싫어하는 것과
적극적으로
멀어지고 싶다는 말(아, 하고_p55)]

[사람과 사람이 만나 긴 시간을 함께 보내야만 했다.
"사이좋게 지내."라는 말이 늘 꼭 붙어 다니라는 말이 아님를 깨닫는 시간이었다.
등잔 밑이 어두운 것처럼, 사이를 적당히 둬야 상대사 더욱 잘 보였다.
인간은 사이[間]가 있어야 완성된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나는 거울 앞에서 망설이고 있었다._p90]

살아가면서 겪는 많은 일들 중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정말 힘든 일이다.
학창시절의 나에게 단짝이란
어느 상황에서든 꼭 붙어있어야 하는 관계를 의미했다.
그러기에 상대를 구속했고 쉬이 서운해했다.
나는 왜 미처 몰랐을까 인간은 사이가 있어야 완성된다는 것을.
왜 그리도 상대와 한 몸처럼 붙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걸까.
사실은 적당한 거리가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해 주는 것임을 나는 이제야 안다.

[아침에 눈을 뜰때부터 괜히 기분 좋은 날이 있었다.
전날 밤부터 이상하게 몸이 무거운 날도 있었다.
어떤 날이든 몸을 일으켜야 했다. 한 발 한 발 어디론가 향해야만 했다.
실없는 소리를 한 날에도, 뜻밖의 일에 누물을 흘린 날에도 나는 나였다.
나는 나에게 한 발 한 발 다가가고 있었다.
마음이 시킨 일이었다. 마음의 일이었다._p182]

설령 무의식적인 것이라고 해도
그것은 결국 나의 마음이 나에게 시킨 일이다.
어떤 말을 했어도 어떤 행동을 했어도
그것은 결국 나인것이다.
그러니 이것저것 핑계대지 말고
항상 바른 마음으로 살도록 노력하자.
아무 생각없이 한 말이라고
별다른 뜻 없이 한 행동이라고
변명하지 말자. 사실 그것이 바로 나의 마음이니까.

* 창비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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