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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쟁을 울려라! - 조선을 바꾼 아이들 ㅣ 숨 쉬는 역사 12
박지숙 지음, 김옥재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0년 9월
평점 :
먹는게 취미라서 음식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작가는 호박을 송송송 썰 때 엉뚱한 생각이 들어 조선시대 사람들이 먹은 음식을 소재로 글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머리글만 보면 음식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책에는 조선시대 후기 사회의 신분제도와 가난한 백성을 위해 만든 환곡의 폐해로 보릿고개를 풀뿌리와 나무껍질로 견디어야 했던 백성들의 힘겨웠던 삶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 중심에는 연이와 홍이, 길수가 있다. 아픈 연이를 위해 외갓집으로 가서 살게 되면서 그곳 아이들과 신분의 높고낮음을 떠나 친구가 되어 지내게 된다. 진달래로 꽃국수를 만들어 나누어 먹으며 우정이 깊어진다.
환곡을 하지못해 옥에 갇힌 김서방을 구하려고 홍이와 길수는 꽹구리와 징을 치며 외쳐댔다.
"옥에 갇힌 사람들을 풀어 주시오!"
"백성에게 살길을 열어 주시오!"
홍이는 사또에세 알리는 격쟁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격쟁은 임금이 행차할 때 억울한 일을 당한 백성이 징이나 꽹과리를 치면서그 사연을 호소하는 것이다. 어린 여자아이가 불의에 당당하게 맞서는 장면이 통쾌했다. 그러다가 옥에 갇혔지만 언니인 연이가 허수아비 시위대를 만들어 대항했다. 그일도 실패로 돌아갔다. 맹 사또가 허수아비들을 모두 불태워버리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린 아이들로부터 시작된 작은 불씨가 이웃 마을 백성들과 젊은 선비들을 일깨워 들불이 되었다. 사또가 백기를 들게 된 거다.
이야기 전개마다 계절에 맞는 음식이 나온다. 도토리 가루로 굶주린 백성을 구휼하는 장면도 나오고 타락죽, 꽃송편 등등 여러 종류의 우리 음식이 나온다. 민초들의 삶속에서 용기있게 외쳤던 양반댁 아기씨 연이와 홍이, 나중에 양반 신분임이 밝혀지는 길수의 사연 속에 음식이 잘 버무러져 이야기가 맛깔스럽다. 그림도 이야기를 충분히 받쳐주어 잘 어우러진다.
오래간만에 맛깔난 이야기를 만나서 기쁘다. 책을 펼치자마자 단숨에 후루룩 다 읽었다. 맛난 음식을 실컷 먹은 것처럼 배가 부르다.
먹거리가 넘쳐나는 요즘 음식이 귀한 줄 모르고 남기고 버린다. 이 책을 읽고나면 우리 조상들이 굶주리고 배고팠던 시절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또한 엄마가 정성과 사랑으로 음식을 만든다는 것도 알게 될 것이다. 이 지구상에는 아직도 굶주리는 이웃이 있다는 것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