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에 동화쓰는 사람에게 좋은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하니까 이 '전갈의 아이'를 알려주었다. 그래서 큰 맘먹고 샀는데 두께가 장난이 아니었다. 책을 대충 훑어보다가 '시간날 때 읽어야지'하고는 책장 맨 아래 쪽에 단정하게 꽂아놓았다. 그러다가 읽을 책이 없다는 6학년 아들에게 한번 읽어보라고 권해보았다. 사실 아들이 6학년 초부터 개미를 키우겠다고 졸라서 개미가 집안에 나오면 당장 버리겠다는 협박을 하고 허락을 했다. 흔해빠진 개미를 키우는 아이의 취미가 못마땅했지만 탐구정신은 기특해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를 읽어보라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다 주었다. 사실 아들이 읽어내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게 왠걸 다음편 다음편을 요구해서 도서관에 없는 책은 사주었다. '개미'를 다읽고는 베르베르의 다른 작품까지 흥미를 갖게 되어 '나무' '천사들의 제국' 등등 스폰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읽어댔다. 꼭 '책먹는 여우'에 나오는 여우같이 말이다. 사설이 너무 기니 다시 '전갈의 아이'로 돌아가보자. 아들은 이 책을 읽고는 '개미'보다 더한 감동을 받았는지 하루만에 다 읽어버렸다. 반전이 끝내준다면서 우리나라 소설은 왜 이렇게 쓰지 못하는지 모르겠다며 불평을 해댄다. 그 모습을 보고 얼른 읽어야겠다고 벼르다가 다행스럽게도 요즘 외출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서 28일과 29일 이틀동안 푹 빠져서 읽게 되었다. 이 청소년 소설은 과학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데 복제인간을 소재로 해서 쓴 이야기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일랜드'영화가 떠오르는건 당연한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일랜드'에는 어른이 주인공이지만 이 소설은 '마트'라는 아이가 주인공이다. 여섯살때부터 14살때까지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져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붙잡아 놓는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140세가 넘은 '엘 파트론'이라는 부와 권력을 가진 아편국의 주인이 자신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서 여기서는 클론이라 불리는 복제인간을 만든다. 주인공 '마트'는 아홉번째 클론이지만 뇌가 파괴되지 않고 똑똑하게 자란다. 그렇게 한 이유는 나중에 건강한 심장을 이식받기 위한 거였지만 주인공은 '엘 파트론'에 대한 애정과 존경의 마음을 키워나간다. 그러다가 엄마처럼 돌보는 셀리아. 경호원 탬린, 여자친구 마리아를 통해 음흉한 계략을 알게 되고 친구들의 도움으로 지옥의 성을 탈출하게 된다. 탈출후에는 파수꾼들에 의해 고아들이 일하는 곳으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도 클론이라는 것이 밝혀져 멸시를 받지만 친한 친구들의 도움으로 도망치게 되고 꿈에 그리던 마리아를 만나게 된다. 그래서 어떻게 될까? 이것까지 알려주면 읽는 사람이 재미없을 것 같다. 아들이 결론을 알려주려고 해서 말하지 못하게 했더니 마리아를 만나는게 끝이라고 해서 시시하게 느껴져 나라면 그렇게 안 쓸거라고 했다. 과연 이 말이 적중했을지는 여러분들이 직접 읽어보고 판단하시길... 한가지 분명한 건 내 생애에 있어서 잊지 못할 책이라는 거다. 아마 영화로 만들어져도 많은 인기를 끌 소설이다. 해리포터처럼 두세편으로 나누어서 만들면 더좋을 것 같다. 아들이 하는 말이 더 일품이다. "미국에서 태어났으면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을 텐데..." "왜? 우리나라도 영화 잘 만들어서 수출하잖니? 희망을 가지렴." 사실 영상보다는 읽으면서 그 장면들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재미가 더 좋기는 하다. 지금은 중3 딸이 독서실에 공부하러 가야되는데 '전갈의 아이'를 붙들고 놓지 못하고 있다. 공부하라고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