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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탉 그 녀석 ㅣ 그림책 마을 41
박이진 지음, 이명환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10월
평점 :
그림책 겉표지를 넘기면 시골 지형도가 보이고 파란색 지붕 옆에 두 사람이 서있다. 그리고 파란색 자가용이 그 집 옆길로 지나간다.
남자 아이는 방학동안 할머니한테 맡겨졌다. 첫날부터 그곳에서 마주친 수탉이 거슬렸다. 마주보고 있는 수탉과 소년의 모습이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거라는 암시를 보여준다.
여러 마리의 암탉을 거느린 대장 수탉에게 소년은 침입자처럼 보일 수도 있다. 부모님이 바빠서 혼자 지냈던 소년에게는 수탉이 관심 대상이다. 이렇게 둘은 투닥투닥 거리며 쫓고 도망을 다닌다.
지면을 다 색칠하지 않고 주인공의 특징만 색감을 넣은 그림이 눈길을 붙잡는다. 생동감이 있는 그림이 글과 참 잘 어울린다.
수탉이 드나들던 구멍을 아이가 막아서 너구리한테 잡혔다가 할머니의 도움으로 풀려난 수탉! 이 사건 이후로 소년은 수탉에게 사과하고 지렁이도 잡아준다. 친해졌다고 생각했지만 변함없이 무례한 수탉 때문에 지친 소년이 평상에 철퍼덕 널브러졌다. 신고 있던 슬리퍼 한짝이 벗겨진 그림이 아이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다. 그림이 정말 귀엽고 앙증맞다.
요즘엔 도시에 사는 아이들이 많아서 시골 생활을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가 드물 것이다. 이 그림책을 읽고 농촌 생활을 간접 경험해보면 좋겠다.
10여년 전에 보았던 <집으로>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상우는 외갓집에 맡겨지는데 치킨을 먹고싶어하는 외손자를 위해 할머니가 닭을 잡아 백숙을 해준다. 외갓집을 떠날때 상우가 마구 울었던 생각이 난다.
그림책 뒷표지에는 새벽녘 외갓집으로 달려오는 자동차의 불빛과 할머니집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이 조화를 이루는 그림이 나온다. 소년은 집으로 돌아가서도 '수탉 그 녀석'을 잊지 못하고 종종 떠올릴 것 같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쓴 박이진 작가에게 힘찬 박수를 보낸다.
꼬! 꼬! 꼬! 수탉이다. 녀석이 아까부터 날 보고 있다. 달려들어 쪼고 싶은지 노리고 있다. 여기 온 날부터 거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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