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쥔 컵에서 올라오는 차 특유의 향과 김이 얼굴을 따뜻하게 감쌌다. 멍하니 찻잔 안을 보던 한나는 멍한 얼굴로 헤리를 올려다보았다. “내 옷 더러워.” “담요야 빨면 돼.” “그래도…….” “한나, 담요보다 널 더 걱정해야지.” 그 말을 듣자마자 한나는 무너지듯 자리에 앉았다. 담요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몸을 둥글게 말고 멍하니 아래만 보던 한나는 몇 번 입술을 달싹였지만, 끝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세찬 빗줄기가 남자의 얼굴을 때렸다. 벌건 흰자위로, 콧구멍으로, 입으로, 귓구멍으로 파고들 수 있는 모든 구멍마다 세찬 빗줄기가 거침없이 파고들었다. 희뿌옇게 젖은 시야에 군데군데 허여멀건 한 먹구름이 이쪽저쪽으로 빠르게 흘러가는 것이 보였다. 마치 하얀 포말을 일으키는 사나운 파도 같았다.그제야 깨달았다.아비를 삼킨 검은 바다가 하늘에도 있다는 것을.아니, 하늘이 바다이고 바다가 하늘이었다.
운명적인 사랑에 대한 이야기개인적으로 재벌가 점쟁이의 말을 맹신하는 할머니(가문의 실세)현대사회에서는 신분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소설을 읽다보면 당연히 행해지는 차별(등장인물들조차 당연히 차별받아 마땅하단 사고방식)로맨스를 읽어도 기저에 깔린 사상은 있다고 생각하는데현대물 로맨스 장르를 읽다가 불편해서 몰입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 이런 대목들이다.재벌알러지가 생기려고 할 때도 있음 로코나 재미있게 풀어가면 또 재미가 있으나이 작품은 올드한 로맨스의 정석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