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찬 빗줄기가 남자의 얼굴을 때렸다. 벌건 흰자위로, 콧구멍으로, 입으로, 귓구멍으로 파고들 수 있는 모든 구멍마다 세찬 빗줄기가 거침없이 파고들었다. 희뿌옇게 젖은 시야에 군데군데 허여멀건 한 먹구름이 이쪽저쪽으로 빠르게 흘러가는 것이 보였다. 마치 하얀 포말을 일으키는 사나운 파도 같았다.
그제야 깨달았다.
아비를 삼킨 검은 바다가 하늘에도 있다는 것을.
아니, 하늘이 바다이고 바다가 하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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