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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초 목욕탕
타타마 지음, 송지현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25년 3월
평점 :
처음엔 그냥 숫자 세는 그림책이려니 했다. 근데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니, 그냥 숫자만 있는 책이 아니다.
야옹이랑 삐약이가 목욕탕에서 1부터 100까지 숫자를 세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별별 동물 친구들이 등장해서 웃음도 주고, 귀여움도 선물해 준다.
펭귄은 더워서 도망가고, 판다는 무늬가 지워져 흰곰이 되어버리고, 돼지 형제는 거품 속 방귀 때문에 시끌벅적. 유령은 탕에 들어갔다가 문어가 되기도 한다. 진짜 이런 상상은 어디서 나오는 건지, 아이보다 내가 더 신나서 웃었다.
그림도 정말이지 정성스럽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장면들이 많아서, 아이랑 같이 “어, 여기 개구리가 청소하고 있어!” 하며 숨은그림찾기 하듯 읽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숫자 세기를 놀이처럼 풀어낸 점이다.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이라 한글 숫자는 익숙한데, 이 책을 보면서 “우리 영어로도 같이 세어볼까?” 하고 영어 숫자도 1부터 100까지 따라 세어봤다. 책을 통해 자연스럽게 숫자 영어 표현도 익힐 수 있어서, 그 시간이 참 뜻깊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야옹이랑 삐약이가 수건을 돌돌 말고 식혜랑 구운 달걀 먹는 모습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나도 어릴 적 엄마 손잡고 갔던 동네 목욕탕이 떠오르고, 아이도 “우리도 목욕 가자!“며 웃었다.
이 책은 아이에게는 재미있는 놀이고, 어른에게는 잊고 있던 기억을 꺼내주는 열쇠 같다.
짧은 100초지만, 웃음과 따뜻함은 오래오래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