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편의 이야기를 읽으며 참 ‘온도가 높은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앞의 세 편에는 로봇이 등장하지만 그리 먼 미래의 이야기 같지 않다. 어쩌면 곧 우리의 이야기가 될지도 모를 세상.하지만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어떤 세상이든 각박하게 만드는 것도 인간이고 따뜻하게 만드는 것도 결국 인간이지 않을까.사람뿐 아니라 로봇과 동물의 마음까지 가만히 들여다보는 작가님의 따뜻하고 섬세한 시선이 여섯 편의 이야기 곳곳에 담겨 있다.그리고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서인지 마지막 「집으로」에는 유독 마음이 오래 머물렀다.세상은 계속 변하겠지만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따뜻함만은 변하지 않기를.그런 마음을 조용히 건네는 동화집이었다.
고흥 하면 유자그런데 유자에 호랑이라니, 제목부터 귀엽다.<고흥 유자 호랑이>는 고흥의 유자와 지역의 풍경에 상상력을 더해 만든 그림책이다.아이와 읽으면서는 유쾌하고 재미있었지만, 다 읽고 나면 저마다 가진 모습과 쓰임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하게 한다. 무엇보다 이런 이야기를 어렵게 설명하지 않고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따뜻하게 풀어낸 점이 좋았다.그리고 우리에게는 책을 읽은 뒤가 더 재미있었다.그럼 우리 동네로도 만들어볼까?우리가 사는 이서는 배가 유명하니까아이가 지은 제목은 바로,이서 배 고양이 ㅎㅎ고흥의 유자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우리 동네의 배까지 이어졌다.지역의 특색을 알고 상상해보는 재미까지 더해진 그림책.
학창 시절 중국사를 배우며 열심히 외웠던‘은주진한위진남북조….’왕조의 순서는 아직도 기억나는데, 정작 그 시대에 어떤 사람들이 살았고 어떻게 나라가 세워지고 사라졌는지는 흐릿하다.이 책은 황허강에서 시작된 문명부터 요임금과 순임금, 하나라와 은나라를 지나 주나라까지 중국 고대사의 시작을 인물과 이야기 중심으로 풀어낸다.큼직한 글씨에 다양한 서체와 그림이 어우러져 지루하지 않고, 어려울 수 있는 내용도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설명해 술술 읽힌다. 역사적 흐름도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어 좋았다.왕조의 순서를 외우기 전에 그 시대의 이야기를 먼저 만나는 것.아이들이 중국사를 처음 접하기에 꽤 괜찮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름밤은 조용하다.그런데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어디선가 아주 작은 소리가 들려온다.잠들려는 아이와 고양이는보이지 않는 녀석을 쫓아 방 안을 누빈다.잡힐 듯 잡히지 않고,사라진 듯하다가 다시 나타나는 존재.『쉿』은 누구나 한 번쯤 겪어 본 여름밤의 경험을유쾌한 숨바꼭질로 풀어낸 그림책이다.특히 아이와 고양이의 움직임은마치 한 편의 춤처럼 느껴졌다.평범한 방이 무대가 되고,사소한 소리가 하나의 모험이 된다.읽고 나니 웃음이 났다.이토록 익숙한 일상을이렇게 근사한 이야기로 만들 수 있다니.그림책은 때때로우리가 놓치고 지나가는 순간을가장 반짝이는 장면으로 바꾸어 준다.
도깨비불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릴 적 들었던 옛이야기가 떠오른다. 그래서 처음에는 전통 설화를 바탕으로 한 판타지 정도로 생각하며 책을 펼쳤다. 하지만 이야기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독자를 끌어당긴다.주인공 지서는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부터 이상한 도깨비불을 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불빛이 나타날 때마다 크고 작은 사건들이 이어진다. 여기에 자신을 도깨비 사냥꾼이라고 소개하는 태기가 등장하면서 평범했던 일상은 완전히 뒤바뀐다.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가 자연스럽다는 점이다. 놀이터, 엘리베이터, 집 안처럼 익숙한 공간에 도깨비불이 나타나기 때문에 독자들은 금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혹시 나도 저런 불빛을 본다면?’ 하는 상상을 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지서의 성장이다. 할머니를 잃은 슬픔과 외로움 속에 있던 아이가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설득력 있게 그려진다. 단순히 악당을 물리치는 이야기가 아니라 두려움을 마주하는 용기에 관한 이야기라고 느껴졌다.또한 귀석의 행방과 할머니가 남긴 비밀을 따라가는 과정은 추리 동화의 재미도 함께 준다. 단서가 하나씩 밝혀질 때마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져 자연스럽게 책장을 넘기게 된다.<도깨비불을 보는 아이>는 도깨비와 사냥꾼의 대결이라는 흥미로운 설정 속에 성장과 상실, 용기라는 주제를 담아낸 작품이다. 판타지를 좋아하는 어린이들은 물론, 아이들의 성장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