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23 - 피아니스트 조가람의 클래식 에세이
조가람 지음 / 믹스커피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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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겐 음악이 단순한 소리의 흐름일 수 있지만, 어떤 이에게는 그것이 하나의 문장이고 이야기이며, 생의 깊은 울림이 된다.
피아니스트 조가람의 첫 에세이 <Op.23>은 바로 그런 음악의 책이다. 청중의 귀를 향하기보다, 조용히 독자의 내면을 두드린다.

쇼팽의 발라드 1번부터 라흐마니노프의 전주곡, 포고렐리치의 독백 같은 무대까지 클래식이라는 고전의 옷을 입은 이 책은 오히려 지금의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Op.23>이라는 제목은 단순한 작품번호가 아니다.
저자가 살아낸 시간을 음악처럼 명명한 것, 그 자체로 아름답다. 음악이 삶을 닮고, 삶이 결국 음악이 되는 순간들을 저자는 서정적이되 담담한 언어로 풀어낸다.

<Op.23>은 나처럼 클래식을 잘 몰라도 괜찮다고 생각된다. 중요한 건 음표가 아니라 마음이기 때문이다.
나의 인생은 지금 어디쯤 와 있을까. 나는 어떤 멜로디를 남기며 살아가고 있을까.

음악과 삶, 그 사이의 섬세한 떨림을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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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 눈 속의 세계 푸른숲 생각 나무 26
파트리치아 토마 지음, 이기숙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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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우주의 먼지에서 왔다고 여우는 말한다.
산도, 풀도, 인간도, 여우도 한때는 친구였다고.

하지만 인간은 달라졌다.
자연을 길들이고, 소유하고, 지배하려 했다.
여우의 눈에 비친 인간은 더 이상 친구가 아니다.

이 책은 조용히, 그러나 날카롭게 묻는다.
우리는 다시 친해질 수 있을까?

파트리치아 토마의 그림은 말 대신 이야기한다.
수채처럼 번진 여우의 눈빛, 바람결 같은 풍경 속에
자연의 숨결이 살아 있다.

짧은 이야기, 깊은 울림.
책의 마지막 장에는 ‘어른과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여덟 권이 소개되어 있다.
<여우 눈 속의 세계>를 읽은 후, 그 책들로 생각의 결을 이어가 보는 것도 좋겠다.

이제는 우리가 답할 차례다.
자연의 일부로 살 것인지, 여전히 주인인 척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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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왕이라고?
마르가리타 델 마조 지음, 로시오 마르티네즈 그림, 노영신 옮김 / dodo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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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라는 이름 아래, 우리는 무엇을 잃고 있는가”

처음의 숲은 자유로웠다. 누구도 다스리는 이 없었고,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갔다. 그러나 ‘더 나은 숲’을 만들겠다는 곰이 나타나면서 모든 것이 바뀐다. 질서를 위한 규칙은 점점 통제가 되었고, 동물들은 자유를 잃어갔다.

곰이 만든 숲은 깔끔하고 정돈되어 있었지만, 그 안엔 생명이 없었다. 언제 웃고, 언제 자야 할지도 정해진 세상.
작가는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묻는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과연 자유롭고 인간다운가.

이 책은 단순한 그림책을 넘어, 권력과 통제, 그리고 자유의 의미를 되묻게 만든다. 마지막에 동물들이 스스로의 삶을 선택하는 장면은 단지 동화의 결말이 아니라,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삶의 방향을 보여준다.

짧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책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숲은 어떤 모습인지, 곰의 질서 아래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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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꽃 초록별 샤미 SFF환경동화 10
고수진 지음, 해마 그림 / 이지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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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재앙으로 생명이 숨을 잃어 가는 지구, 더스트 증후군이라는 독성 먼지가 세상을 잠식한 그곳에서 <은하수꽃>은 꺼져가는 희망의 불씨를 다시 피워 올리는 이야기다.
주인공 아르와 엄마는 마지막 생명의 씨앗을 찾아 바리별섬으로 향한다. 이 여정은 단지 생존을 위한 싸움이 아니라, 무너져가는 세계 속에서 연대와 용기를 회복하려는 간절한 발걸음이다.

책 속의 은하수꽃은 그저 병을 고치는 약초가 아니다. 그것은 절망 한가운데서 피어난 작은 별빛이며, 아르가 좇는 마지막 믿음이자 미래에 대한 약속이다. 마치 “은하수가 흐르는 밤하늘에 그린랜드의 비밀이 피어나”는 노랫말처럼, 이 이야기는 독자를 시처럼 맴도는 이미지 속으로 데려가고, 붉은 파도와 바람의 벽을 넘어서는 아르의 여정을 따라가게 만든다.


절망의 땅에서 “비밀을 비밀로 지키고, 씨앗을 씨앗으로 피우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도 소중한 일인지, 작가는 시적인 상징과 섬세한 전개로 말한다. 생명의 노래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작은 손을 맞잡고 함께 걷는 걸음 속에서 피어난다. 이 책은 환경 동화를 넘어, 어둠 속에서도 서로의 빛이 되어주는 존재의 의미를 되묻게 한다.

“희망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이 책은 그렇게, 우리 마음 가장 깊은 곳에서 오래도록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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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두루마리 12 - 몽골군에 맞서 대장경판을 지켜라! 초등학생을 위한 타임슬립 역사 동화
강무홍 지음, 김종범 그림, 박종기 감수 / 햇살과나무꾼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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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좋아하는 아이든, 역사 책만 보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아이든, 이 책 한 권이면 얘기가 달라진다. 마법의 두루마리 시리즈는 말 그대로 ‘마법 같은’ 역사 이야기 책이다. 특히 이 12권 <몽골군에 맞서 대장경판을 지켜라!>는 단숨에 읽게 될 만큼 몰입감이 크다.

이번 편에서는 고려 시대의 깊은 산속 절에서, 외세의 침입에도 불구하고 대장경판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무예를 익힌 스님들, 피란민들과 함께하는 아이들, 불타는 절… 이 모든 상황이 생생하게 그려져 마치 내가 그 속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단순한 ‘읽기’가 아니라, ‘경험’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특히 감탄스러웠던 건, 주인공 아이들과 함께 역사를 탐험하는 방식이었다. 아이들은 그저 관찰자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로 사건에 뛰어들며 고민하고 선택한다. 그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고려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을 이해하게 된다. 몽골군과 싸우면서도 대장경판을 지키려 했던 이유, 불심을 지키려는 절박한 의지, 그리고 공동체를 위한 협력까지 — 어린이 독자가 꼭 느껴야 할 가치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

또한 부록인 ‘준호의 역사 노트’는 본문에서 미처 다 다루지 못한 역사적 배경을 풍부하게 채워 준다. 해인사 장경판전 구조, 고려와 몽골의 전쟁, 대장경 제작 과정까지 사진과 그림 자료가 알차게 들어 있어 학습 효과도 크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이 책이 역사를 무겁게 다루지 않으면서도 결코 가볍게 흘려보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균형 잡힌 시각, 실제 역사 고증, 그리고 시대에 대한 깊이 있는 접근이 이 책의 진짜 힘이다.

역사 속으로 뛰어들 준비가 되어 있는가? 마법의 두루마리를 펼쳐 고려의 절로, 대장경판을 지키기 위한 뜨거운 여정 속으로 들어가 보자. 이 책을 덮고 나면, 역사라는 단어가 더 이상 낯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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