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요, 알바트로스 알바트로스
신유미 지음 / 달그림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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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날지 못했지만, 그래도 괜찮아요.

<괜찮아요, 알바트로스>는 조용히 옆에 앉아주는 책이다.
뭔가 대단한 말을 건네기보다는, 가만히, 천천히 말을 꺼낸다.
너무 커서 날 수 없지만 그 대신 뚜벅뚜벅 걸어가는 알바트로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내가 걷고 있는 이 길도 괜찮다고,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다정하게 말해주는 느낌이 든다.

특별한 사건도, 큰 반전도 없지만
그 속에서 오히려 더 큰 위로를 받게 된다.
햇살이 꽃을 피우는 순간, 잔잔한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 맑은 연못에 비친 나의 모습.
사소하고 평범한 풍경 속에서 ‘지금 이 순간’을 바라보게 된다.

특히 좋았던 건 책에 담긴 음악이다.
QR코드를 통해 작가가 직접 작곡하고 연주한 피아노 곡을 들을 수 있는데,
그 음악은 여운을 남긴다기보다는 마치 “힘들지? 그래도 괜찮아, 잘하고 있어” 하고
나직이 응원해 주는 듯한 감정으로 다가온다.
책장을 넘기는 손끝에, 그 따뜻한 격려가 함께 얹히는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은 꿈을 이루는 순간보다,
그 꿈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는 ‘과정’이 얼마나 의미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말해준다.
꿈은 어쩌면 우리가 이미 밟고 있는 지금 이 길 위에 있다고.

조용하지만 따뜻한 그림, 글, 음악이 어우러진 이 책은
지금 ‘아직’ 날고 있지 못한 이들에게,
그리고 그럼에도 꿋꿋이 걷고 있는 이들에게,
가만히, 단단한 응원을 보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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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라운드 마음이 자라는 나무 45
설재인 지음 / 푸른숲주니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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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라운드>, 주먹만큼이나 뜨거운 마음의 이야기

꿈이 뭐냐고 묻는 그 질문, 사실은 참 무섭다.
열일곱 살 김온해는 그 질문을 처음 받는다. 매일 새벽 러닝, 복싱장 청소, 새끼 코치. 그냥 열심히 살아왔을 뿐인데, “넌 커서 뭐가 되고 싶니?”라는 말 앞에 툭 하고 멈춰 서게 된다.

온해는 착한 아이다. ‘미원2동의 딸’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도 세상은 온해를 향해 쉽게 손가락질한다. 대학 안 간다고, 공부 안 한다고, 다들 마치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젓는다. 그저 ‘조금 다른 길’을 걷고 있을 뿐인데 말이다.

<드림 라운드>는 그런 온해가 목사 유령과, 꿈이 부담스러운 친구 윤아와, 사람을 망치고 싶어 하는 눈알 천사를 만나 함께 꿈을 묻고, 삶을 고민하고, 자신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다.

이 소설이 좋았던 건, “꿈을 꼭 가져야 해”라고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누군가에겐 꿈이 한때의 열병처럼 스쳐가기도 하고, 누군가에겐 아직 오지 않은 계절이기도 하다. 그걸 애써 외면하지 않고, 부끄러워하지 않고, 같이 붙들고 있어주는 이야기였다.

“삶은 한 번 지면 끝나는 경기가 아니다”

복싱처럼, 우리는 모두 자기만의 링 위에서 싸우고 있다. 때로는 쓰러지고, 때로는 숨이 차오르고,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게 끝은 아니라고, 다음 라운드는 남아 있다고, 이 책은 그렇게 조용히, 단단하게 말해준다.

꿈을 몰라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이야기,
넘어져도 다시 설 수 있다고 말해주는 이야기.
<드림 라운드>는 그런 책이다.
오늘도 나만의 링 위에 서 있는 모두에게, 이 따뜻한 응원의 한 권이 닿기를 바란다.

“꿈이란 것은…….”
목사의 입술이 달싹거렸다.
“그건, 네가 평생 숨 쉬듯 해야 하는 말 같은 거야. 그만 하면 잃게 되잖아. 꿈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끝없이 그 꿈 이야기를 해야 해.”

1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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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도감 - 제25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96
최현진 지음, 모루토리 그림 / 문학동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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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을 읽으며 울었다.
소리 없이, 그러나 오래도록 마음이 떨렸다.

죽음은 언제나 문득 찾아오고, 슬픔은 예상보다 오래 남는다.
그 슬픔은 종종 말보다 무겁고, 설명 보다 멀다.

<나비 도감>은 그런 말 하지 못한 슬픔과 마주하게 만든다.
세상을 먼저 떠난 누나 메아리, 그리고 남겨진 동생 강산.
책은 갑작스러운 이별 이후, 강산이 누나의 노트를 따라 하나씩 삶의 조각을 다시 짜 맞춰 가는 여정을 따라간다.
그 여정은 단순한 수행이 아니고, 애도이자 성장이고, 동시에 사랑의 회복이다.

어제 다녀온 그림책 모임에서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었다.
그리고 그 끝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이 조용히 남아, 나는 이렇게 적었었다.
“내가 닿을 수 있는 모든 순간에, 아이의 삶을 환하게 밝혀 주고 싶다.”

<나비 도감>의 마지막 페이지에서 나는 그 다짐과 마주쳤다.

“안녕? 우리가 아직 만난 적 없지만 이미 서로 잘 아는 사이 같아. 네가 만날 세상이 아름 답도록 최선을 다해서 가꾸는 사람이 될게.”
- 작가의 말 중에서 153쪽 -
그 말을 읽는 순간, 나는 조금 울고, 조금 웃었다.


강산은 누나의 시간을 이어간다.
싸움으로 끝난 마지막 기억, 전하지 못한 마니또 선물, 지키지 못한 약속.
모든 미안함과 그리움, 그리고 끝내 다하지 못한 사랑을 품고서
누나의 카우보이모자를 머리에 쓰고 문을 나선다.
그 길 위에서 강산은 누나의 흔적을 다시 만난다.
메아리를 기억하는 친구들, 메아리의 웃음과 눈물,
그리고 메아리가 좋아하던 바람과 나비, 노래들.

이야기 속의 강산은 왼쪽 청력이 약한 아이였다.
그래서 세상의 소리를 누나가 함께 들어 주었다.
이제는 보청기를 낀 그 귀로, 누나의 목소리를 듣고
누나가 바라보던 세상을 자기만의 시선으로 다시 바라보기 시작한다.


누군가는 그를 약하다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약한 마음이야말로 가장 단단한 용기로 바뀌는 순간이 있다는 것을.
그 약한 마음이 다시 걸음을 내딛고, 바람을 느끼고,
잃은 것을 품은 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나비 도감>은 죽음 이후의 이야기이지만
사실은 살아 있는 자들의 이야기다.
사랑이 어떻게 남아 있는지를,
기억이 어떻게 다시 살아나는지를,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함께’ 슬퍼하고
‘함께’ 다시 살아갈 수 있는지를 말해 준다.

나는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읽고 싶다.
그와 함께 울고, 웃고,
그리고 삶의 무늬에 대해 조용히 이야기 나누고 싶다.
그렇게 해서, 내가 할 수 있는 한
아이의 삶을 더 다정하게 만들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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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스티커 샤미의 책놀이터 16
최빛나 지음, 김민우 그림 / 이지북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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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도무지 설명하기 어려운 기분에 휘둘릴 때가 있다. 특히 어린이라면 더 그렇다. 기쁘고 화나고 속상한 감정은 알겠는데, 그 사이 어디쯤인 감정들은 도대체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감정 스티커>는 그런 아이들의 마음을 꼭 끌어안아 주는 책이다. 엄마의 재혼으로 새로운 가족이 생긴 채윤이는 당황스럽고, 서운하고, 속상하다. 그런데 그런 마음을 누구에게도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친구에게 화를 내거나, 언니를 외면하면서 표현한다. 그저 ‘나쁜 아이’처럼 보일 뿐이다.

하지만 마법처럼 나타난 ‘뽑기봇’과 그 안에서 나온 ‘감정 스티커’를 통해 채윤이는 자신도 몰랐던 진짜 마음과 마주하게 된다. 착한 마음, 미워하는 마음, 용기 있는 마음, 차분한 마음….
스티커를 가슴에 붙일 때마다 채윤이는 하나씩 감정을 경험하고, 그 감정의 얼굴을 확인한다. 그리고 점점 알게 된다.

이 책이 특별한 건 단순히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독자에게도 30가지 감정 스티커를 건넨다. 독후 활동으로 나의 오늘 기분을 돌아보고, 토끼 표정을 고르며 ‘내 마음에 이름표 붙이기’를 해볼 수 있다.

책 뒤에 있는 30가지 토끼 표정으로 아이가 매일 자신의 기분을 돌아보고 말로 표현할 수 있어서 감정 교육에 정말 유익할것 같다. 또 감정스티커를 직접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거 같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님께 이 책을 자신 있게 추천한다. 아이와 함께 읽고 감정을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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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문이 열리면 마음이 자라는 나무 44
범유진 지음 / 푸른숲주니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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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문이 열리면>

저자 범유진

2025.5.12
152쪽
푸른숲주니어


“도서관은 닫힌 문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마음이다”


중학생 시절을 돌이켜보면, 참 많은 감정들이 뒤섞여 있었다. 친구들 사이에서의 눈치, 말 한마디에 휘청거리는 자존감, 나 자신이 왜 이렇게 초라하게 느껴지는지 모를 때도 많았다. 그런 시간들을 지나온 사람이라면, <도서관 문이 열리면> 속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마음이 가 닿을 것이다.

이 책은 네 명의 아이들이 ‘도서관’이라는 공간을 만나 성장해가는 이야기다. 말실수 하나로 친구들 사이에서 소외된 은솔, 친구들에게 맞추려 자신의 마음을 감추는 수빈, 자존감이 낮아 무작정 친구를 따라하던 단아,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쉬지 못하는 범준. 이들은 각자의 불안과 외로움을 안고 도서관에 발을 들이게 된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읽는 곳이 아니라 ‘쉼’이 되고, ‘혼자가 되기 좋은 곳’이 되고, 결국에는 ‘다시 사람과 연결되는 장소’가 된다는 것이다. 도서관에서 아이들은 책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고, 사람을 만나면서 관계를 다시 배워간다. 그리고 그 변화는 아이들의 삶에 진짜 ‘성장’으로 자리 잡는다.

이 책은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각 인물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내가 가장 닮은 아이 하나쯤은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더 위로가 되고,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

‘나답게 있을 장소’가 지금 나에게는 어디일까? 혹시 그곳은 도서관처럼 조용하고, 기다려 주는 공간일까? 이 책을 덮고 나면 그런 장소를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그게 누군가에게는 진짜 도서관이 되어 줄지도 모른다.

십 대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은 어른, 혹은 아직도 내 안의 불안한 십 대를 품고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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