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종
이재찬 지음 / 9월의햇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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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종>을 며칠에 걸쳐 읽으면서, 작가의 역량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능력, 인물과 장면을 묘사하는 힘, 그리고 문장을 다루는 수사적 능력까지, 모든 것이 단단하고 정교하다. 특히 몇 가지 문장이 오래도록 머릿속에 남았다.

“죽은 사람의 모습을 본다는 건 죽은이의 억울함을 세금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의무일 뿐이다.”
“삶이 미래에 있으니 현재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주인공 하과장과 복형사가 늘 만나던 ‘껍데기집’과 맞닿아, 현실과 존재의 허무함을 더욱 묘하게 느끼게 했다. 또한 햄릿의 문구를 인용한 “살인죄는 입이 없어도 스스로 그 죄를 실토한다”는 말이나, “아무도 지켜주지 않겠다고 작심한 것처럼 풍경조차 헐거웠다” 같은 표현은 이야기 속 긴장과 서늘함을 극대화한다.

191쪽의 “새 한 마리가 야만의 현장 위를 빠져나갔다”와 김광후의 옷장 안 새를 떠올리며, 삶과 죽음, 인간과 짐승 사이 경계가 계속 마음속에서 울렸다.

이 소설은 단순한 범죄 추리 소설이 아니다. 연쇄 자살로 위장된 살인 사건을 따라가면서, 독자는 인간 내면의 어두움과 윤리적 딜레마, 정의와 복수의 경계를 마주하게 된다.

책을 덮고 난 지금도, 나는 계속해서 ‘왜 인간은 죽음을 선택하는가’와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가’라는 질문을 떠올리게 된다. <살인종>은 단순한 범죄 소설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인간 존재와 윤리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겨 있다. 이 성찰은 읽은 뒤에도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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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달리다: 푸하하 달리기 클럽 우리학교 상상 도서관
임지형 지음, 이주미 그림 / 우리학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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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달리다 ; 푸하하 달리기 클럽>은 “싫었던 사람과 정말 친구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시작해, 결국은 관계 속에서 성장해 나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린다.

주인공 재민이는 작은 키와 소심한 성격 때문에 스스로를 자주 하찮게 여기지만, 달리기를 통해 조금씩 자신을 단단히 세워 가는 아이다. 그런데 이번 여름방학은 예상치 못한 시험대가 된다. 자신을 괴롭혔던 태우와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억울하고 불편한 순간들이 쌓이지만, 신기하게도 두 아이의 사이엔 서서히 변화가 일어난다.

읽는 내내 마음에 남았던 건, 아이들의 우정이 “마법처럼 갑자기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함께 땀 흘리고, 싸우고, 사과하고, 작은 일상을 공유하는 과정 속에서 조금씩 단단해진다. 이 책은 그 과정을 아주 솔직하고 따뜻하게 보여 준다.

며칠 동안 나는 주인공 재민이와 또래인 딸아이에게 이 책을 잠자리에서 읽어 주었다. 엄마로서, 꼭 우리 아이가 읽어 주었으면 하는 책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아이들은 여전히 관계에서 갈등을 겪고, 때로는 용서와 화해가 무엇인지 잘 몰라 힘들어한다. 그런데 이 책은 그 답을 억지로 가르치지 않고, 아이들 눈높이에서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작가는 달리기라는 소재를 통해, 삶이란 결국 도망치지 않고 맞서는 순간에 성장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덥고 답답한 여름날의 공기, 흘러내리는 땀방울처럼 생생한 묘사 속에서 아이들의 변화가 뚜렷하게 다가온다.

읽고 나면,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 독자도 “나도 누군가를 용서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된다. <여름을 달리다>는 우정 이야기이자, 삶을 조금 더 용감하게 살아가도록 등을 떠밀어 주는 성장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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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타
해리엇 컨스터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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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타>

해리엇 컨스터블
이은선 옮김

2025. 8.5
488쪽
다산책방

<피에타>는 18세기 베네치아를 배경으로 한 역사 소설이다. 처음 책을 펼쳤을 때는 솔직히 좀 긴장됐다. 400쪽이 넘는 두꺼운 책이고, 번역체라 가독성이 쉽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읽다 보면 문장이 조금 무겁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안나 마리아의 이야기는 그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계속 끌려가게 만든다.

주인공 안나 마리아는 태어나자마자 버려진 아이지만, 음악적인 재능 덕분에 특별한 삶을 살게 된다. 그녀가 피에타 보육원에서 성장하는 과정부터, 비발디를 만나고 오케스트라 ‘필리에 디 코로’에서 연주하는 순간까지, 한 장면 한 장면이 영화처럼 다가왔다. 특히 연주 장면을 읽을 때는 실제로 음악이 들리는 듯했고, 그녀의 열정과 불안, 그리고 무대 위의 긴장감까지 전해졌다.

내가 가장 마음에 남은 건, 이 소설이 단순히 한 사람의 성공 스토리로만 흘러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안나 마리아가 겪었던 고통과 외로움, 그리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감당해야 했던 차별 같은 부분들이 마음을 울렸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자기 길을 간다.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왜 어떤 사람은 역사에 기록되고, 또 어떤 사람은 잊히는 걸까?”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사실 나는 음악에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역사 소설을 자주 읽는 편도 아니다. 그런데도 이 책은 오래된 시대의 공기와 사람들의 숨결을 잘 담아내서, 읽고 나면 마치 내가 그 시대의 베네치아를 다녀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화려한 건축물과 운하의 반짝임 뒤에 숨겨진 어둠,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묘하게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피에타>는 단순히 역사 소설이 아니라, 잊힌 여성들의 삶과 목소리를 복원한 작품 같다. 읽고 나면 마음에 여운이 길게 남고, 다시 한번 음악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두껍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열심히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피에타 #다산책방 #신간도서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아마존올해의책 #옵저버선정올해최고의데뷔작 #타임스베스트셀러 #피에타 #해리엇컨스터블 #theinstrumenta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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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간단 초귀염 1일 1냥 고양이 그림 그리기 - 나만의 75가지 고양이 손그림 일러스트 초간단 초귀염 그림 그리기
올리브 용 지음, 이파정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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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반할 수밖에 없는 일러스트 가이드북이다. 올리브 용 작가가 직접 알려 주는 75가지 고양이 그리기 방법은 기본 도형부터 시작해 한 단계씩 따라 하다 보면 그림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자도 쉽게 나만의 고양이를 완성할 수 있다.

책을 따라 그리다 보면 단순히 그림을 따라 하는 것 이상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머리가 크고 동글동글한 귀여운 고양이 캐릭터를 반복해서 그리면서 자연스럽게 캐릭터 그림의 기초를 익히게 된다. 또한 우다다냥, 낮잠냥, 꿀벌냥, 천사냥처럼 다양한 포즈와 개성을 가진 고양이들을 그리다 보면 그림을 완성했을 때 느껴지는 성취감과 기쁨이 더욱 크다.

특히 이 책은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다. 하루에 한 마리씩, 혹은 마음이 가는 대로 그리면서 그림 그리기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다. 나만의 고양이를 하나씩 완성해 나가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소소한 행복과 창작의 즐거움이 가득하다.

이 책을 통해 그림 실력뿐 아니라, 나만의 귀여운 캐릭터를 만들어 보는 특별한 경험까지 얻을 수 있다. 고양이와 그림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딸아이와 카페에 책을 챙겨 나란히 앉아 그림을 그리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연필을 움직일 때마다 고양이 한 마리가 완성되어 가는 모습을 보며 서로 웃음을 터뜨렸다. 딸아이는 새로 그린 고양이를 보여 주며 “엄마, 진짜 귀엽다!” 하고 기뻐했고, 이번 주말에도 고양이 카페에 갈 만큼 고양이를 사랑하는 마음을 또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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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자존감 수업 - 암기식 수학은 어떻게 아이를 망치는가
샬리니 샤르마 지음, 심선희 옮김 / 앵글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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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즐기면서 자신감을 키우는 법을 배울 때 진짜 재미가 생긴다”

<수학 자존감 수업>은 수학 문제를 잘 푸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수학이 즐거워지는 원리를 탐구하는 책이라서 무척 흥미롭게 읽었다. 저자가 강조하는 부분은 “타고난 수학 머리는 없다”는 사실이다. 수학을 잘하지 못하는 것은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자신감을 잃었기 때문이라는 말에 깊이 공감하게 된다.

나는 학창시절 수포자였던 터라 수학에 대한 두려움과 거리감을 오래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초등학교 3학년인 딸아이가 수학을 어려워할 때마다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막막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에게 건네줄 수 있는 이야기가 생겼다. “수학은 누구에게나 언어처럼 본능적으로 타고난 능력이다”라는 메시지는 나 자신부터 위로받는 기분이었고, 동시에 아이와 함께 나눌 수 있는 새로운 출발점이 되었다.

책에서는 수학을 통해 길러지는 힘에 대해서도 강조한다. 단순한 계산 능력이나 문제 풀이 실력이 아니라,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사고력, 어려운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는 끈기, 그리고 패턴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창의성까지 수학을 통해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수학이 단순한 과목을 넘어 삶의 중요한 기술을 길러주는 과정이라는 저자의 시각이 신선하고도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특히 ‘읽고 쓰기처럼 수학도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다’는 관점이 마음에 남는다. 그동안 수학은 늘 시험과 평가, 그리고 성적과 직결된 부담스러운 영역으로만 여겨왔는데, 이 책은 수학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한다. 아이가 문제를 틀리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배우는 과정’ 그 자체를 즐길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줘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된다.

<수학 자존감 수업>은 부모에게는 아이와 수학을 대하는 새로운 언어를 제공해 주고, 교사에게는 교육의 방향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수학에 두려움을 느끼는 모든 이들에게 자신감을 되찾게 해주는 따뜻한 안내서가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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