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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도감 - 제25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ㅣ 보름달문고 96
최현진 지음, 모루토리 그림 / 문학동네 / 2025년 6월
평점 :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울었다.
소리 없이, 그러나 오래도록 마음이 떨렸다.
죽음은 언제나 문득 찾아오고, 슬픔은 예상보다 오래 남는다.
그 슬픔은 종종 말보다 무겁고, 설명 보다 멀다.
<나비 도감>은 그런 말 하지 못한 슬픔과 마주하게 만든다.
세상을 먼저 떠난 누나 메아리, 그리고 남겨진 동생 강산.
책은 갑작스러운 이별 이후, 강산이 누나의 노트를 따라 하나씩 삶의 조각을 다시 짜 맞춰 가는 여정을 따라간다.
그 여정은 단순한 수행이 아니고, 애도이자 성장이고, 동시에 사랑의 회복이다.
어제 다녀온 그림책 모임에서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었다.
그리고 그 끝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이 조용히 남아, 나는 이렇게 적었었다.
“내가 닿을 수 있는 모든 순간에, 아이의 삶을 환하게 밝혀 주고 싶다.”
<나비 도감>의 마지막 페이지에서 나는 그 다짐과 마주쳤다.
“안녕? 우리가 아직 만난 적 없지만 이미 서로 잘 아는 사이 같아. 네가 만날 세상이 아름 답도록 최선을 다해서 가꾸는 사람이 될게.”
- 작가의 말 중에서 153쪽 -
그 말을 읽는 순간, 나는 조금 울고, 조금 웃었다.
강산은 누나의 시간을 이어간다.
싸움으로 끝난 마지막 기억, 전하지 못한 마니또 선물, 지키지 못한 약속.
모든 미안함과 그리움, 그리고 끝내 다하지 못한 사랑을 품고서
누나의 카우보이모자를 머리에 쓰고 문을 나선다.
그 길 위에서 강산은 누나의 흔적을 다시 만난다.
메아리를 기억하는 친구들, 메아리의 웃음과 눈물,
그리고 메아리가 좋아하던 바람과 나비, 노래들.
이야기 속의 강산은 왼쪽 청력이 약한 아이였다.
그래서 세상의 소리를 누나가 함께 들어 주었다.
이제는 보청기를 낀 그 귀로, 누나의 목소리를 듣고
누나가 바라보던 세상을 자기만의 시선으로 다시 바라보기 시작한다.
누군가는 그를 약하다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약한 마음이야말로 가장 단단한 용기로 바뀌는 순간이 있다는 것을.
그 약한 마음이 다시 걸음을 내딛고, 바람을 느끼고,
잃은 것을 품은 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나비 도감>은 죽음 이후의 이야기이지만
사실은 살아 있는 자들의 이야기다.
사랑이 어떻게 남아 있는지를,
기억이 어떻게 다시 살아나는지를,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함께’ 슬퍼하고
‘함께’ 다시 살아갈 수 있는지를 말해 준다.
나는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읽고 싶다.
그와 함께 울고, 웃고,
그리고 삶의 무늬에 대해 조용히 이야기 나누고 싶다.
그렇게 해서, 내가 할 수 있는 한
아이의 삶을 더 다정하게 만들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