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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잊은 어떤 화가들 - 근대 미술사가 지운 여성 예술가와 그림을 만나는 시간
마르틴 라카 지음, 김지현 옮김 / 페리버튼 / 2024년 5월
평점 :
‘근대 미술사가 지운 여성 예술가와 그림을 만나는 시간’
(책의 표지는 엘린 다니엘손이 1903년 그린 자화상이다. )
우리가 아는 거장들의 대부분이 남성인데, 왜 여화가들은 주목받지 못했을까?
프랑스의 미술사학자이자 작가인 마르틴 라카는 의도적으로 망각된 근대 여성 예술가들을 우리 앞에 드러내 주었다.
작가의 말처럼 결코 서툰 아마추어리즘 때문에 가려진 것이 아니었다.
예술계에 자리 잡기 위한 여성 예술가의 노력들과 시대적 변화들이 휘몰아친다.
이 책에 110점의 그림이 담겨있다.
작품이 어떻게 당시 그려지고 평가받았는지 저자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으면서 한 점 한 점 선물처럼 보게 되었다.
더불어 책표지부터 편집까지 너무나 아름답다.
소장을 추천!!
책에서…
여성 예술가를 다루는 다방면의 활동이 늘고 있다.
미술사의 지배적인 흐름과는 다소 거리가 멀었던 주변부에서 1970년대부터 시작된 여성 예술가에 대한 학술 연구 덕분에 여성 예술가를 다루는 작업이 지금처럼 다양해진 것이다.
유렵과 미국 양쪽에서 미술사의 주제 면에서 주목할 만한 쇄신이 일어나면 성찰이 이루어졌고, 최근 일반 대중이 보이는 여성 예술가를 향한 열광은 학술연구 영역을 넘어선다.
미술사의 전통적인 정전 내에서 ‘여성’이라는 용어와 ‘예술’이라는 용어가 상호 배타적이었기 때문에 ‘예술’은 남성이 하는 일이었고 ‘천재’도 남성이었다.
남성 인물에 붙이는 이름이었던 ‘화가’가 있던 때에도 일상적인 작업으로서의 회화도 있었으나 전통적 미술사는 이를 간과해 왔다.
르네상스의 인문주의에서 계몽주의를 거쳐 민주주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보편성의 원칙’으로 설명되는 미술사는 단일 성별의 관점에서만 생각되었으며, 남성이 우선이었다.
‘이상주의적’ 미술사가 여성 예술가의 역사를 다루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수단 내지는 거북스러운 존재로 간주한 것이다.
미술사를 지배해온 이상주의와 남성 중심주의가 사회학 만능주의로 대체되고, 예술가는 유일한 사회적 메커니즘의 산물이자 대리인 동시에 희생자가 되었다.
예술에는 역사를 거스르는 특수성이 있다. 하지만 왜 여성 예술가들의 작품이 그 공간에 머무르지 않았던 것처럼, 그곳에 속하지 않았던 것처럼 만드는 것일까?
이제 여성 예술가의 작품이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오는지, 우리가 추구해야 할 역사학의 비판적 분석과 병행하여, 예성 예술가의 입장을 변론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작품을 고찰해 보자!
책에 실린 110편의 작품들을 보면 그들이 잊힌 이유가 서툰 아마추어리즘 때문이 아님을 알게 해준다.
이 작품들이 시간을 초월하여 우리에게 감동이나 미학적 격변에 가까운 무언가를 제공하는 힘이 있는지 신중하게 생각해 보게 된다.
“롤랑 바르트가 말한 ‘스투디움’, 즉 교육을 통해 얻는 문화적, 정치적, 사회적 관심사이자 지식과 예의의 적절한 조합만이 지배하는 담론 안에 오늘날의 관객들을 머무르게 해야 하나? 우리의 자주적이고 떳떳한 미적 양심을 찌르고 자르고 방해하기 위해 때때로 나타나는 민감한 지점인 ‘푼크툼’을, 우리는 부끄러운 비밀처럼 간직해야 하는 것인가?”
28쪽
“이 책은 여성 예술가의 자품이 특히나 풍성했던 시기를 다루기에는 한정된 공간이지만, 지나치게 많은 질문 그리고 그 질문들의 불확실성이 주는 위험을 감수하는 일에 독자들을 초대하고자 한다.”
“이 책은 공중에서 내려다보며 훑는 관점보다는 지상에서 들여다보고, 발굴 현장을 열고, 여기저기에서 조사를 실행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 책은 철저하지도 ‘공정’하지도 않을 것이다. 유명한 여성 예술가 몇몇은 소개하지 않고 넘어가거나 단지 언급만 할 것이며, 알려지지 않은 여성 예술가들에 거 길게 주목할 것이다.“
31쪽
그저 그림을 그리는 일,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그 몸짓을 계속 기억하고자 만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