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만날 때
엠마 칼라일 지음, 이현아 옮김 / 반출판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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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만큼 보이고,
보는만큼 더 알게 되는 것.
내가 나무와 만날 때도 그랬다.

땅과 가까워지고
숲과 가까워진 주거지로 인해
몸 역시 자연스레 숲을 향한다.

도시 사이에선 느껴보지 못한
향, 색, 맛, 그리고 다양한 움직임이
그 많고 많은 것들이
어찌 모습을 감추고 있었을까 할 정도로
두 눈 가득 들어온다.

뛰다보면
스쳐지나가버렸던

걷고나니
입은 닫고 귀를 열고 나니
비로소 보이는 나를 감싸는 것들.

숲을 구성하는 모든 것들은
나처럼 호흡하고
계절이, 시간이 가져오는 변화의 물결로
나처럼 반응하고 있었다.

그저 초록, 그저 갈색이 아닌
나와 닮은 아니
오히려 내가 닮은
개성있는 얼굴들을 하고

늘 자리를 지키며
온 몸으로 변화를 감당하고 있었다.
변화는 많았지만 변함이 없던 나무들.

주어진 숙명에 대해
최선을 다해 살아내고
순리에 따라 살아지는 인생이 거기 있었다.

무생물에서 생물로
생의 농도를 덧대어
말없이 말을 건네는

자세히 보면
나를 마주하며 제각각 찡끗하고 있는

나는 이제 매일
나무와 만난다 .

땅의 심장을 축으로
같은 곳에서부터 솟아오른
나와 나무를 만난 아침

겨울
일년의 사분의 삼을
세상을 꽃과 녹음으로 메꾼 후
나머지 사분의 일을
우리 사람들이 매울 수 있는 너른 품을 벌리며
나를 반기고 있다.

그 품에 포옥 안기어 내가 온기를 줄 수 있는
여백까지 배려해준 친구를,
나무를 만날 때는,
바로 지금 임을 책을 통해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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