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중고상점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놀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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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중고상점

미치오 슈스케



"비싸게 사서 싸게 팝니다.

아픈 마음까지도 매입합니다!" 

 

표지를 감싸는 띠지 속에 선명히 새겨진 문장.

문장을 읽으며 많은 공간들이 머리를 스쳤다. 

나미야 잡화점, 미드나잇라이브러리, 달러구트백화점, 휴남동 서점 등

 

뭐든지 매입하는 가사사기 중고점.

비싸게 사서 싸게 판타는 모토의 가사사기 중고상점.

 

머피의 법칙에 심취한 사장 가사사기.

가사사시에 취업사기(?) 당해 동업자가 된 히구라시.

가사사기를 짝사랑하는 중학생 나미.

 

가사사기와 히구라시의 케미, 가사사기와 나미와 히구라시의 관계성도 흥미롭고,

호리호리한 몸매와 날카로운 뇌피셜을 자랑할 듯 한 가사사기의 반전 허당미와

호갱손님과 나미에게 구박을 받지만 예리하면서도 따스한 눈길과 새치 혀로 

사건을 해결하는 히구라시.

입체적인 인물, 반전의 반전을 더해가는 사건과 

해결 과정이 힐링 드라마라기 보다는 추리소설에 가까웠다. 

 

"물건에게도 기회가 있는데, 인생이라고 다를 게 있나요?"

 가사사기가 늘 끼고 다니는 머피의 법칙.

일이 잘 풀리지 않고 오히려 꼬이기만 한 법칙.

수상한 중고상점에 매입된 물건들은 예외없이 이 머피의 법칙에 걸려 있다. 

꼬이고 꼬인 관계의 균형을 유지시키고,

꼬이고 꼬인 사건의 실타래를 푸는 것은, 히구라시의 입에서 나온 하얀 거짓말.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이 최대한 많은 사람이 행복해지는 방향으로 흘러가면 좋겠다."

반듯하게 흐르지 않고
구불구불 구비구비 흘러가는 강물처럼

완벽하게 살고 싶지만
실수도, 실패도 하며 그럼에도
살아나가는 삶

목격했기에 외면하지 않고
그들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물건을 매개로 이야기를 짓느라

어쩌면 남모르게 타들어갈 히구라시에게 차 한잔을 선사하고 싶다. 


수고했어, 오늘도(feat.옥상달빛) 라고.

 
📙아쉽다는 것은 분명 잊고 싶지 않다는 뜻이이라. 소중히 하겠다는 뜻이이라. 그리고 언젠가 추억에서 꺼내서 자신의 힘을 위해, 마음속 어딘가에 간직해 두겠다는 뜻이이라. (중략)

지금이 아니라도 상관없다. 언젠가, 어디선가, 아쉬워했으면 좋겠다. 추억에서 끄집어내 자신의 힘으로 바꾸면 좋겠다.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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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빵 가게
로사 티치아나 브루노 지음, 파올로 프로이에티 그림, 이정자 옮김 / 이야기공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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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말이 너무 많아서
어떤 말을 들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거든요. - 책 중에서

말의 홍수 속의 사람들을
조용히 천천히 바라본다.

나의 생각과 느낌을 전달하고자 한 말이
화살이 되어 상대를 향하지만
오히려
남의 생각과 느낌을 차단하고자 하는
신호가 되고 방패가 되고 나를 감싼다.

감싸다 못해 무덤덤
더 나아가 무감각해진다.

말비가 내리는 말구름 아래에 산다.
조용할 사이 없이. 괴로워하며.

그러다 생겨난 빵가게.
아주 조용한 빵가게.

사람들은 이 곳에서
갓 구운 노릇노릇 고소한 빵으로 잠시나마 행복과 휴식을 얻어간다.

세상에 많고 많은 빵 중
지티의 빵엔 무엇이 들어있길래?

바로 '조용함.'

빵 가게 주인은 코끼리 지티
들리지 않는 세상, 말 한 적 없는 경험을
가진 지티는 밀가루 속에 조용함을 섞는다.

빵을 먹으며 즐기는
아주 잠깐의 조용함.

말 대신 다양한 소리의 형태들을
느낀 것일까?

빵 먹는 아이에게로의 손길,
사랑하는 이, 대상을 향한 시선,
식탁의 알록달록 향긋한 빵들,
모락모락 피어오르며
딱 좋은 때를 기다리는 찾잔,
그런 모두를 비추고 있는 작은 조명.

그리고
이 글을 쓰면서 들리는
멀고 가까운 새들의 대화 소리.

손짓이나 눈짓으로 표현하는 마음.
가까워지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깨달음. 더 나아가 지티씨의 마음을 헤아려볼 수 있는 찰나의 시간.

전달이 아닌 소통을 하기 위해서라면
서로 마음을 나누고 싶다면

'조용히 그저 바라보았어'라는 말처럼
때로는 여백(침묵)을 두어

상대를 감싸는 오라같은
목소리의 형태를 더듬어보는 기회를
자주 가져야겠다.

상대 뿐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삶이라는 상대가 들어와 머물다가
대화를 시작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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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학교
다니카와 슌타로 지음, 하타 고시로 그림, 권남희 옮김 / 이야기공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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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있으면 나는 아이
나는 내가 된다.

학교에 가면 나는 학생
많은 아이 중 한 명이 된다.

- <나와 학교> 중에서

세상의 중심이 내가 되는 집
세상의 중심은 내가 아닌 학교

굳은 표정
위축되는 기분
자꾸만 움추리고
홀로 떠 있는 생각에 더 작이지는 나

좋았다가 싫었다가
쉬웠다가 어려워지고
손에 잡힐 듯 알것만 같았는데
모래알처럼 손 사이로 새어나갈 것 같은 기분

처음 만난 세상
처음 만난 학교라는 공간

거듭되는 하루
처음도 쌓이고 쌓인 지속
그렇게 나는 학생이 되고,
학생이었던 나는 학생이 아니게 된다.

조금씩 어른이 되어간다지만
아직도 배울 것도 느낄 것도 많은 어린 어른인 나

하지만 학교 위에도 하늘이 있다.
바다도 한 눈에 보인다.

내 머리 위의 하늘을 바라본다.
우리 마냥 함께 일 듯 한 시간은 끝이 나고
저마다 단절된 자기만의 시간을 살고 있으리라
여긴 마음에 더하기를 해 본다.

학생의 이름으로 만났던 어린이
조금씩 자라 어른이 된 우리들의 머리 위

한 하늘 아래
이제 인생이라는 학교를 다니고 있는 많은 나를
바라본다.

아이를 기다리며
학교가 한 눈에 보이는 지금,

나와 학교
학교 안으로 밖으로 달려가는 아이들에
내 모습을 겹쳐본다.

P.S:
자매의 웃음 포인트
상어를 매개로 친해진 두 아이들
등교전 가기 싫은 마음, 운동회의 즐거움 마음은
대 공감하더라구요.

엄마를 웃긴 장면:마지막페이지
"왜 아이가 방망이를 들고 뛰어요?"
졸업장이 담긴 휴대용 함이 방망이로 보였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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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와 꽃붕어 토토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112
다시마 세이조 지음, 황진희 옮김 / 한솔수북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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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조용한 연못이
하나씩 하나씩 사라져 가요.
우리 친구들도
하나씩 하나씩 사라져 가요.
-다시마 세이조, <송이와 꽃붕어 토토> 중에서

깊은 산속 마을 연못에 사는 작은 물고기, 토토.
연못 속의 토토를 바라보는 여자 아이, 송이

친구가 됩니다.

송이의 마음은 단 하나
토토를 도와 주고픈, 살리고 픈 마음.

송이의 손길 하나로,
토토는 다른 환경에서 알아갑니다.

연못 속에는 많은 생명이 있다는 것.
모습이 다른 올챙이, 개구리,
잠자리,반딧불이가 있다는 것을요.

어른이 되어 밖으로 나가려고 한다는 것을요.

연못에서 개울로 거슬러올라가려는
송사리가 있다는 것을요.

더 많은 것을 바라보게 됩니다.
더 많은 것을 생각하고, 궁금해합니다.

🐟"송이야! 나도 크면 물 밖으로 나갈 수 있을까?"

꿈꾸게 합니다.

내가 보고 생각하고 행동하길
그만두지 않는다면

사라짐이 아닌
나타남으로,

생각하면 상상하면
이어지고 이루어지는 것.

그 믿음이 강해집니다.

여기까지 가 아닌
지금부터 로

혼자 였지만
마음맞는 이들과 함께.

나의 송이들에게 들려줄 이야기,
나의 이야기를
가만히 생각합니다.

📙살아가면서
이보다 더 경이로운 걸
본 적이 있어?

해가
모든 저녁에
느긋하고 편안하게
지평선을 향해 떠가서

구름이나 산속으로,
주름진 바다로
사라지는 것-
그리고 아침이면

다시금
세상 저편에서
어둠으로부터 미끄러져 나오는 것.
한 송이 붉은 꽃처럼

메리 올리버, <해> 중에서

P.S: 등교전 함께 읽다가
아이들이 그림 책 한 장면에서
"시즈카다" 하고 반가워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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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빵 가게
로사 티치아나 브루노 지음, 파올로 프로이에티 그림, 이정자 옮김 / 이야기공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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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말이 너무 많아서
어떤 말을 들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거든요. - 책 중에서

말의 홍수 속의 사람들을
조용히 천천히 바라본다.

나의 생각과 느낌을 전달하고자 한 말이
화살이 되어 상대를 향하지만
오히려
남의 생각과 느낌을 차단하고자 하는
신호가 되고 방패가 되고 나를 감싼다.

감싸다 못해 무덤덤
더 나아가 무감각해진다.

말비가 내리는 말구름 아래에 산다.
조용할 사이 없이. 괴로워하며.

그러다 생겨난 빵가게.
아주 조용한 빵가게.

사람들은 이 곳에서
갓 구운 노릇노릇 고소한 빵으로 잠시나마 행복과 휴식을 얻어간다.

세상에 많고 많은 빵 중
지티의 빵엔 무엇이 들어있길래?

바로 '조용함.'

빵 가게 주인은 코끼리 지티
들리지 않는 세상, 말 한 적 없는 경험을
가진 지티는 밀가루 속에 조용함을 섞는다.

빵을 먹으며 즐기는
아주 잠깐의 조용함.

말 대신 다양한 소리의 형태들을
느낀 것일까?

빵 먹는 아이에게로의 손길,
사랑하는 이, 대상을 향한 시선,
식탁의 알록달록 향긋한 빵들,
모락모락 피어오르며
딱 좋은 때를 기다리는 찾잔,
그런 모두를 비추고 있는 작은 조명.

그리고
이 글을 쓰면서 들리는
멀고 가까운 새들의 대화 소리.

손짓이나 눈짓으로 표현하는 마음.
가까워지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깨달음. 더 나아가 지티씨의 마음을 헤아려볼 수 있는 찰나의 시간.

전달이 아닌 소통을 하기 위해서라면
서로 마음을 나누고 싶다면

'조용히 그저 바라보았어'라는 말처럼
때로는 여백(침묵)을 두어

상대를 감싸는 오라같은
목소리의 형태를 더듬어보는 기회를
자주 가져야겠다.

상대 뿐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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