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빵 가게
로사 티치아나 브루노 지음, 파올로 프로이에티 그림, 이정자 옮김 / 이야기공간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쏟아지는 말이 너무 많아서
어떤 말을 들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거든요. - 책 중에서

말의 홍수 속의 사람들을
조용히 천천히 바라본다.

나의 생각과 느낌을 전달하고자 한 말이
화살이 되어 상대를 향하지만
오히려
남의 생각과 느낌을 차단하고자 하는
신호가 되고 방패가 되고 나를 감싼다.

감싸다 못해 무덤덤
더 나아가 무감각해진다.

말비가 내리는 말구름 아래에 산다.
조용할 사이 없이. 괴로워하며.

그러다 생겨난 빵가게.
아주 조용한 빵가게.

사람들은 이 곳에서
갓 구운 노릇노릇 고소한 빵으로 잠시나마 행복과 휴식을 얻어간다.

세상에 많고 많은 빵 중
지티의 빵엔 무엇이 들어있길래?

바로 '조용함.'

빵 가게 주인은 코끼리 지티
들리지 않는 세상, 말 한 적 없는 경험을
가진 지티는 밀가루 속에 조용함을 섞는다.

빵을 먹으며 즐기는
아주 잠깐의 조용함.

말 대신 다양한 소리의 형태들을
느낀 것일까?

빵 먹는 아이에게로의 손길,
사랑하는 이, 대상을 향한 시선,
식탁의 알록달록 향긋한 빵들,
모락모락 피어오르며
딱 좋은 때를 기다리는 찾잔,
그런 모두를 비추고 있는 작은 조명.

그리고
이 글을 쓰면서 들리는
멀고 가까운 새들의 대화 소리.

손짓이나 눈짓으로 표현하는 마음.
가까워지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깨달음. 더 나아가 지티씨의 마음을 헤아려볼 수 있는 찰나의 시간.

전달이 아닌 소통을 하기 위해서라면
서로 마음을 나누고 싶다면

'조용히 그저 바라보았어'라는 말처럼
때로는 여백(침묵)을 두어

상대를 감싸는 오라같은
목소리의 형태를 더듬어보는 기회를
자주 가져야겠다.

상대 뿐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삶이라는 상대가 들어와 머물다가
대화를 시작할 수 있도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