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의 형제 1 - 맹수의 눈을 지닌 아이 이리의 형제 1
허교범 지음, 산사 그림 / 창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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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이 도시를 지배할 수 있을까.

그렇게 하지 못하면 죽는다.
상징적인 의미가 아니라 말 그대로 죽는다.
열두 살 나이에 완전히 생명이 끝난다.

내일이면 혼자 남는다. P18

하유랑시
하늘 아래 유난히 사랑스러운 도시, 하유랑시.

살기 위해서
인간의 힘을 흡수해야하는 늑대 일족, 노단.
시한부 인생이자 일족에게 외면당할 위기의 소년이
학교에 나타나며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

사람처럼 보이지만 사람이 아닌 존재, 나단
나단과 같은 존재지만 다른 삶을 살고픈, 유랑
인간이지만 인간 이상의 힘이 필요한, 연준

욕망과 공존, 괴물과 인간, 선과 악,
선택과 갈등, 존재의 내면에 일렁이는
다양한 생각과 감정을 함께 느끼며 읽어갈
판타지소설.

먹이에는 한 방울, 부하에는 두 방울,
마음이 급하면 세 방울, 네 방울은 영원한 추방
P150

"다 마셔야 해."
"전부 다?"
"그래, 전부다."

P.S:
비오는 날, 안개 낀 날, 밤의 나날과 어울리는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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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아르테미시아 - 최초의 여성주의 화가
메리 D. 개러드 지음, 박찬원 옮김 / 아트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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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아르테미시아
최초의 여성주의 화가

초기 근대 유럽에서 여성은 끊임없이 '정숙하고 순종하며 침묵하라'는 가르침을 받았다. 실제로 그들은 순종적이지도 침묵하지도 않았으며, 아마도 정숙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침묵하지 않았기 때문에 침묵을 강요당했고, 침묵 당하는 상황을 문학과 시각예술이라는 언어로 맞섰지만, 그러고 나면 그언어는 다시 억압과 무시에 차단되고는 했다. 여성의 목소리는 그들만의 시간에 거듭 되풀이하여 들리다 사라지는 듯 했다. P8

<홀로페르네르의 목을 치는 유디트>로 내게 다가온 아르테미시아, 처음 마주했을 때 뒤로 물러설 정도로 공포감을 안겨준 이 작품이, 아르테미시아라는 인물의 삶과 그녀가 마주한 현실과 그녀가 꿈꾸는 이상의 간극을 창작이라는 과정으로, 작품이라는 결과물로 증명해내었다.

그녀의 작품 속 여성의 모습은 참으로 강인하다. 아르테미시아 자신이 겪은 비극에 그녀는 안주 하지 않는다.
영리한 냉소(이 말이 참 마음에 든다)로 권위적인 남성을 작품을 통해 비튼다. 불공정함과 불합리함에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권리를 스스로 옹호하고 나선 당찬 여성으로 그린다.

자기주도적인 삶, 힘과 용기, 도전과 성취.
르네상스로부터 수천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성들이
원하고 스스로 쟁취하려는 요소들,

"예술이 스스로 말해줄 것이다.
여성이 무엇을 해낼 수 있는지를." P162

결국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
나다움을 어떤 채널로 이야기 할 것이며
무엇을 증명해내고픈지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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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눈 키우는 법 - 우세한 눈이 알려주는 지각, 창조, 학습의 비밀
베티 에드워즈 지음, 안진이 옮김 / 아트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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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잡이 였던 어린 나는,
당시 사회적 분위기여서 인지
할아버지의 지도에 따라 훈련과 훈육을 통해
오른손잡이가 되었다. 불편한 선택이지만,
어른의 이야기니 따라야 했다.

아예 퇴화된 것은 아니여서
나의 왼손은 오른손과 쓸모를 나누어 가졌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작업은 오른손이
도구를 사용하고, 짐을 드는 작업은 왼손이
도맡았다. 그러나 오른손 위주의 편향된 삶.

그렇다면 눈은?

귀와 눈을 고루 사용했다고 믿어의심치 않았다.
그러다 건강검진으로, 나의 귀와 눈도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오른 눈은 도수가 높다.
오른 귀는 수화기를 댔을 때, 잘 들리지 않는다.

단순히 생각했다.
많이 사용해서, 혹은 나는 기억을 못하지만
어떠한 충격을 받아서? 하지만 책을 통해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눈, 손, 귀 모두 우세한 쪽이 있다는 사실을.

좌, 우의 눈과 손을 사용하는 것은
우, 좌의 뇌를 사용하는 것.

어떤 쪽으로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나를 타인을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과 정도의
차가 생긴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그림을 통해
우세한 눈의 존재, 우세한 눈을 통해 탄생한 작품들의 의미를 자세히 알아갔다. 글은 생각과 정보를 명확히 보존하지만,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큰 반면, 그림은 현재에 머물고 집중하게 된다. 현대를 살며, 빠쁜 일상을 소화하며 가장 필요하지만, 가장 소홀히 하는 마음챙김이 가능하다.

필사를 하며
그림책을 눈과 입으로 볼 때와는 다른 느낌을 가졌다. 마치 수영장을 바깥에서 보기만 할 때와 수영장을 직접 들어가 본 느낌이 다르듯. 물과의 접촉, 수영장의 환경(폭과 길이), 수영장 전반의 빛, 물 속의 빛의 굴절, 몸과 물의 저항 사이의 감촉과 움직임, 그 속도까지 생생히 느끼듯 필사로 느끼는 그림책은 달랐다.

보이지 않는 부분도, 그때는 몰랐으나 그리는 과정에서 흘러들어오는 깨우침도 그저 느낌적인 느낌으로만 여겼던 느낌이 사실이었음을 알았다.

눈에 보이는 데로 그린다는 것은 지각하는 것.
가장자리를, 빈공간을, 관계를, 명암을, 전체를 지각하는 것이라 책은 이야기 한다. 천천히 보는 것은 지각은 이해로, 이해는 감상으로 이어지고, 결국 그림을 통해 그리는 행위를 통해 '나'와 나를 둘러싼 환경을 이해하는 길임을 알았다.

그리기와 쓰기의 복합체인 필사가 결국 마주하는 자리, 생각이 들이찰 수 있는 빈자리를 나의 몸 어딘가에 마련해주는 작업이란 걸 깨닫는다.
익숙한 오른손이 아닌 왼손의 필사를 계속 해야할, 필사 만이 아닌 나의 그림, 천천히 대상과 대화나누며 그려갈 시간을 계속 이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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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탐구하는 미술관 - 이탈리아 복원사의 매혹적인 회화 수업
이다(윤성희) 지음 / 브라이트(다산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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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탐구하는 미술관
이탈리아 복원사의 매혹적인 회화수업
이다
브라이트

Chi va piano, va sano e va lontano
천천히 가는 자가 건강하게 가고 멀리간다.

미술관과 미술 작품을 즐기지만,
미술에 관한, 미술에 관한 책에 대한 편견에 사로잡힌 나.

왠지 복잡하고, 지루하고,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에 한참을 머뭇거린 책이었다.

 

읽은 후엔? 진작 읽을 걸 하는 후회와 함께 미술관과 미술 작품을 좋아하거나, 그 앞에서 서성거리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을 정도다.

르네상스 시대는
신에게서 인간에게로 무게 중심이 이동한 때이며,
인간을 이해하고, 느끼고 보는 것에 대한 감각을 키운 후 만들어진 작품(p11)이기에
한 작품을 오래 보는 방법을 추천하는 작가의 말이 책을 다 읽은 후에도 머리에 맴돈다.

교과서에서, 미디어에서
자주 비췄기에 “나 알아?”했던 르네상스 시대와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가와 작품들이
사실은 한번쯤 비춰진 잔상, 그 잔상이 나의 앎이었다는 착각이었음을 책을 통해 알았다.

그리고 마치 아랫목에 앉아 할머니의 옛이야기를 듣듯,
이탈리아의 햇살 좋은 방 안(산 마르코 성당 갚은)에서 둘러 앉아 다정한 언니의 이탈리아에서 만난 사람 이야기를 듣듯 가독력과 흡입력있는 문장으로 미술관 속 작품과 작품 속에 가려진 예술가들을 알아갔다.

근육없는 아이의 몸과 다부진 입술과 눈빛으로 극적인 대비를 보여주는 도나텔로
육체와 연결되는 마음을 사람으로, 빛으로 표현한 마사초
중세와 르네상스의 큰 변화, 내 안의 신 가까운 천사를 알려준 안젤리코
사랑을, 일상의 행복을 자신과 작품으로 보여준 필리포 리피 등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작가들이 탐구했던 인생, 인생을 살아가는 인간, 연민과 공감을 담아 표현해내려는 노력을 알아간다. 삶과 작품과 작가들과 나의 삶을 생각이라는 한 화폭, 하나의 노트에 담아 비교해 보기도 했다. (그림처럼 순간의 삶, 찰나의 시간에 멈춤 버튼을 누르고,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보았다고나 할까?) 또 그 마음을 오래도록 전하기 위해 훼손이 안되도록, 최대한 시대의 작가의 정신과 작품에 부합하도록 복원하고자 애쓰는 복원사들의 노고도 생각한다.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을 더 큰 지성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시대(p38)가 열린 후 수천년이 지난 지금, 나는 눈 너머의 것을 보고 있는지 스스로에게도 질문을 던져본다. 정신없이 산다는 이유로 놓치고 있는 것, 삶을 살고 있는 나에게 가장 중요한 존재, 나 를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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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숲숲! 기린과 달팽이
샤를린 콜레트 지음, 김이슬 옮김 / 창비교육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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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꽃,나무
모든 것의 이름을 알 필요는 없어요.
이름을 몰라도 우리는
충분히 숲을 사랑할 수 있으니까요. P87

어느 순간부터일까?

숲을,
숲의 산책길을,
숲과의 숨은 그림찾기를,
숲의 굴골과 길이에 따라 길어지고
짧아지는 박동과 호흡의 소리를,
내가 숲에 머물고, 숲이 내 안에 머무는 시간을
즐기게 되었는지.

숲이 연극이라면
봄 여름 가을 겨울, 크게 4막

단락 속에서 보여주는 장면은
손에 꼽을 수 없다.

사이를 빼곡히 채우는
눈과 귀, 코와 입이 즐거워지는
그곳에 머물러야
내 것이 되는 숲의 구성요소들이 있기에.

그래플노블 숲숲숲!은
숲을 찾는 다양한 사람들의
12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숲의 경험 숲에 대한 마음을
들려주고 있다.

실제로 스라소니를 보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지요.
그 후, 우리는 저녁마다 같은 시간에
같은 곳으로 찾아갔어요.
하지만 다시는 스라소니를 만날 수 없었어요.
P22

일을 해야 했지만,
오전 내내 새소리를 듣느라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p26

나는 멧돼지들이 편히 쉴 수 있게 조용히 물러났어요. 숲이 벌씨 힘을 되찾고 있구나, 생각하면서요.
P54


몸을 움직여야
귀를 기울여야
눈을 마주해야
입은 다물어야

비로소 보이는 숲의 얼굴들.
그 방법을 알아간다.

내 몸짓에
강약중간약
빠름과 느림
때론 stop

리듬을 타며
무심한 척
모르는 척
못본 척

숲과 밀당을 하는 즐거움도 맛본다.


바람의 방향도
소리의 채움도
색깔의 스밈도
지금 여기 살아있음을,
앞으로 우리 살아갈 날들을,
온 몸으로 보여주는 숲에

무례했음을 깨닫는다.

나무는 벨수록 숲은 힘을 잃어요.
산림파고는 아마존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에요. 똑같은 일이 우리 주변에서도 일어나고 있어요.
P31

마침내 집에 도착했지만,
아무도 우릴 걱정하지 않은 눈치였어요.
그때는 아이들이 지금보더 더 자유로웠거든요.
P92

숲의 미래가 밝다고 믿고 싶어요. P31

현재를 살고,
미래를 보려면
일단 숲으로!

주말엔
더더욱 숲으로!
가야겠다.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처럼
숲의 마음을 아는, 숲을 즐기는 사람으로
크고 싶다. 숲의 미래가 환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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