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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눈 키우는 법 - 우세한 눈이 알려주는 지각, 창조, 학습의 비밀
베티 에드워즈 지음, 안진이 옮김 / 아트북스 / 2022년 5월
평점 :
왼손잡이 였던 어린 나는,
당시 사회적 분위기여서 인지
할아버지의 지도에 따라 훈련과 훈육을 통해
오른손잡이가 되었다. 불편한 선택이지만,
어른의 이야기니 따라야 했다.
아예 퇴화된 것은 아니여서
나의 왼손은 오른손과 쓸모를 나누어 가졌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작업은 오른손이
도구를 사용하고, 짐을 드는 작업은 왼손이
도맡았다. 그러나 오른손 위주의 편향된 삶.
그렇다면 눈은?
귀와 눈을 고루 사용했다고 믿어의심치 않았다.
그러다 건강검진으로, 나의 귀와 눈도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오른 눈은 도수가 높다.
오른 귀는 수화기를 댔을 때, 잘 들리지 않는다.
단순히 생각했다.
많이 사용해서, 혹은 나는 기억을 못하지만
어떠한 충격을 받아서? 하지만 책을 통해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눈, 손, 귀 모두 우세한 쪽이 있다는 사실을.
좌, 우의 눈과 손을 사용하는 것은
우, 좌의 뇌를 사용하는 것.
어떤 쪽으로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나를 타인을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과 정도의
차가 생긴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그림을 통해
우세한 눈의 존재, 우세한 눈을 통해 탄생한 작품들의 의미를 자세히 알아갔다. 글은 생각과 정보를 명확히 보존하지만,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큰 반면, 그림은 현재에 머물고 집중하게 된다. 현대를 살며, 빠쁜 일상을 소화하며 가장 필요하지만, 가장 소홀히 하는 마음챙김이 가능하다.
필사를 하며
그림책을 눈과 입으로 볼 때와는 다른 느낌을 가졌다. 마치 수영장을 바깥에서 보기만 할 때와 수영장을 직접 들어가 본 느낌이 다르듯. 물과의 접촉, 수영장의 환경(폭과 길이), 수영장 전반의 빛, 물 속의 빛의 굴절, 몸과 물의 저항 사이의 감촉과 움직임, 그 속도까지 생생히 느끼듯 필사로 느끼는 그림책은 달랐다.
보이지 않는 부분도, 그때는 몰랐으나 그리는 과정에서 흘러들어오는 깨우침도 그저 느낌적인 느낌으로만 여겼던 느낌이 사실이었음을 알았다.
눈에 보이는 데로 그린다는 것은 지각하는 것.
가장자리를, 빈공간을, 관계를, 명암을, 전체를 지각하는 것이라 책은 이야기 한다. 천천히 보는 것은 지각은 이해로, 이해는 감상으로 이어지고, 결국 그림을 통해 그리는 행위를 통해 '나'와 나를 둘러싼 환경을 이해하는 길임을 알았다.
그리기와 쓰기의 복합체인 필사가 결국 마주하는 자리, 생각이 들이찰 수 있는 빈자리를 나의 몸 어딘가에 마련해주는 작업이란 걸 깨닫는다.
익숙한 오른손이 아닌 왼손의 필사를 계속 해야할, 필사 만이 아닌 나의 그림, 천천히 대상과 대화나누며 그려갈 시간을 계속 이어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