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직도 가야 할 길
M.스캇 펙 지음, 신승철 외 옮김 / 열음사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세상에는 한편에서는 삶의 의미를 묻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그에 대답해주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질문에 정답이 있을까마는 답해주는 이들은 단지 달을 손가락으로 가리킬 수만 있을 뿐인데 답을 구하는 사람들은 달을 쳐다보는 대신에 손가락만 쳐다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리고는 묻는다. 달은 어디에 있느냐고.
세상에 널려있는 수많은 삶의 지침서나 교훈적인 내용의 책, 성자나 현인들의 말씀을 실은 책들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사람들은 묻는다. 사랑의 의미, 삶의 의미, 죽음의 의미, 보다 행복해지는 법, 진정한 자아를 찾는 법, 고통을 이겨내는 법등, 질문은 끝도 없다. 그리고 찾는다. 무언가 자신들의 질문에 대답이 될만한 것들을.
교회를 가기도 하고 절에 가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하고 성자나 현인들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기고 한다. 그 모든 것들 속에 자신들이 찾는 대답이 들어있는 것 같으면 사람들은 무언가 안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무언가 찾은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여 기쁜 마음으로 현실의 삶속에 돌아온다.
그러나 달라지는 것은 별로 없다. 모든 것은 다시 되풀이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나는 내가 달이 아닌 손가락 끝만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닌지 물어야만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이 내겐 별로 재미있지 않았다. 감동이나 새로운 깨달음을 얻은 것도 아니다. 사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서 리뷰를 쓰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 시간동안 스스로의 내면을 바라보아야 했다.
아마도 이 책에는 잘 드러나 있지 않은 작가의 삶의 이면이 궁금했던 것과 내안에 있는 교만함이 작용했던 것 같다. 자꾸 책의 한계가 느껴지니 말이다. 그 한계가 나 자신의 한계가 아니라는 법도 없지 않은가?
그러나 적어도 몇 가지 면에서 나는 스캇팩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하나는 사랑에 대한 그의 시각이다.
스캇팩은 사랑을 ' 자기 자신이나 혹은 타인의 정신적 성장을 도와 줄 목적으로 자기 자신을 확대시켜 나가려는 의지' 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정신적인 성장은 스스로의 문제를 직면할 수 있는 용기에서부터 비롯된다.
저자는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전체적인 과정 속에 삶의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게으른 사람은 자신의 문제를 바라보려 하지 않으며 오히려 보기를 두려워한다. 이러한 사람은 자신의 정신을 성숙시키기는커녕 타인의 정신적 성장까지 가로막는다. 그래서 게으름을 스캇팩은 죄라고까지 말한다.
자신의 문제를 바라보고 참다운 사랑의 길을 찾아가기 위해서 훈련 - 저자는 이 훈련을 배움이라고도 바꿔 말한다.- 이 필요하다는 말에도 어느 정도 동감한다. 사랑도 하나의 배움의 과정이다.
사랑이라는 것에서 잘못되고 거짓된 것을 구별하고 참되고 진실 된 것을 찾아내는 것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배움과 훈련을 통해서 주어진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오로지 참다운 사랑만이 자신은 물론이고 상대의 영혼까지 성장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랑이 어디서부터 왔는가? 라는 질문에 그 해답을 신에게서 찾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저자의 권유도 과학적이냐 비과학적이냐를 떠나서 한 번 진지하게 고려해볼 만한 주제인 듯 하다.
저자는 개인의 정신적 성장은 결국은 신과 하나됨을 이루기 위해서며 그 과정 속에서 신의 은총이 항상 함께 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저자의 종교적 신념으로 보고 넘어갈 수도 있겠고 자신의 문제로 가지고 들어와 한 번 고민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쓸 때 저자는 기독교인이 아니었다고 하지만 이미 저자의 마음속이나 생각 속에 나름의 종교적 신념과 믿음이 분명히 있었음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다행인건 저자의 종교적 신념이 상당히 진보적이고 개방적이어서 상당부분 종교적 편협함을 벗어나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기독교인의 시각에서 볼 때 더 많은 비판을 받지 않을까 싶다.
정신분석의인 저자는 수많은 임상사례들을 통해 한 개인이 어떻게 자신의 정신적 성장을 성공적으로 이뤄나가는지 혹은 실패해 나가는지를 보여준다.
자신의 환자 한사람 한사람을 올바를 삶의 길로 인도하기 위한 저자의 노력을 여기저기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개인의 정신적 성장을 돕는 것, 저자는 그것이 정신분석의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과연 그럴만한 정신분석의가 얼마나 되는지 의문이 든다.
자신의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문제를 해결해주겠다고 나설 수는 없는 일 아니겠는가?
스캇 팩은 이 책에서 여러 가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보려고 하는 사람은, 진정으로 찾으려 고 하는 사람은 이 책을 통해 손가락이 아니라 달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적어도 저자가 삶을 통해 실현하고 깨달은 깊이만큼의 진실이 찾으려 하는 사람에게는 전해질 터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