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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것이 아름답다 ㅣ 학고재 산문선 16
최순우 지음 / 학고재 / 200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아름답고 좋은 글을 읽으면 마음이 정화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재기발랄하고 청산유수처럼 써 놓은 글을 읽으면 "그 사람 참 재치 있고 글을 잘 쓰는구나" 하는 느낌은 받아도 마음 깊이 울리는 여운을 느끼지는 못하는데 담담하면서도 고운 언어로 써 내려간 정말 아름다운 문장을 만나면 마음을 울리는 깊은 감동을 받게 마련이다.
최순우의 글은 그러하다. 아름다움을 논하는 그의 글 자체가 참으로 아름답고 고와서 이것이 저 사람의 마음인가 보다 싶다. 가만가만 써 내려간 글 속에는 그의 마음과 생각과 내 것에 대한 깊은 애정이 수다스럽지 않게 새겨져 있다. 내 것이 모두 아름답고 좋을 순 없겠지만 내 것 가운데 진정 아름답고 좋은 것을 분별하고 찾아내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님을 새삼 알겠다.
아름다움의 겉모양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속속들이 아름다움을 꿰뚫어 보는 그의 시선은 단어 하나 문장 하나에도 배어 있어 읽는 내게 그대로 전해져 오는 것이다.
그의 글을 읽고 있으려니 나도 내 것이 참 아름답다. 누구라도 그의 글을 읽으면 나처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그것은 그가 멋진 말로 내 것을 잘 포장해서 보여줘서가 아니라 아름답고 추한것이 섞여 있는 속에서 내 것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의 실체를 낱낱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엔 어떤 과장이나 허식이라곤 없다. 내 것이니까 좋게 보이고 내 것이니까 좋게 말하는 그런 식의 눈가림이나 치례가 없다. 다만 그는 보되 나는 보지 못하는 것이 있을 뿐이다.
사람 눈은 다 같고 보는 것도 같은데 그 속에서 누구는 아름다움을 보고 누구는 보지 못하는 것은 보는 것이 눈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는 것임을 새삼 그의 글 속에서 깨닫는다.
그러나 아름다움은 공감앞에서 빛나며 함께 나눌 반려를 아쉬워하고 반려 없이 보는 아름다움은 때로는 아픔이며 때로는 외로움과 호젓함이며 때로는 그 의미를 잃는다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그만 목이 메인다.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반려. 혼자서 오롯이 느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나누고 싶은 저자의 마음과 더불어 때론 아프게 외롭게 내 것의 아름다움을 홀로 느끼고 어루만졌을 쓸쓸한 그 마음이 글속에 절절이 묻어 나온다. 결국 같이 느끼자고 말하는 것이리라.
나의 눈은 아직 아름다움을 제대로 분별해 낼 줄 아는 안목과 마음씀씀이가 부족하여 그가 보듯 내 것의 아름다움을 바라보지 못하지만 대신 그의 시선을 따라 그가 말하고 보여주려는 것의 하나하나를 가만히 바라보자니 새삼 놀랍고 기쁘기 그지없다.
보려는 마음에 앞서 내 것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없으면 결코 봐도 보이지 않으리라. 들어도 들리지 않으리라. 모든 것이 다 그러하리라.
그가 오늘 내 마음에 내 것에 대한 어쩌지 못하는 애정 하나를 심어주었다. 그가 심어 준 애정이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올리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를 내 안에서 그렇게 성장하고 자라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