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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깨어난 자 붓다 ㅣ 푸른숲 비오스(Prun Soop Bios) 1
카렌 암스트롱 지음, 정영목 옮김 / 푸른숲 / 2003년 10월
평점 :
기독교적 관점에서 보자면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원죄를 갖고 태어난다.
인간의 모든 괴로움은 그 시작이 있고 원인이 있는 것이다.
인간은 아무리 노력해도 그 원죄를 벗어던질 수 없으며 오로지 예수라는 한 존재를 통해서만이
구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므로 인간이 해야 할 일은 자신의 구원자이자 메시아로서의 예수를
믿고 받아들이는 일이 된다.
물론 많은 기독인들이 그 믿음 속에는 예수와 같은 삶을 살아가야 하는 철저히 실천적이며 자기
초월적인 메시지가 있음을 잊는 경우가 많지만 어쨌든 기독교적인 입장에서 보자면 인간이 죄로
부터 구원을 받고 마음의 해방을 얻기 위해서는 신에 대한 믿음과 그에 따른 보상으로서 신의 자
비가 필요할 뿐이다.
붓다는 그런면에서 기독교와는 매우 대조적인 입장에서 인간의 구원과 해방의 길을 제시한 사람
이다. 물론 붓다 자신은 예수를 몰랐겠지만 말이다.
붓다의 삶을 바라보고자 함은 이렇듯 그가 자기 안에서 해답을 찾으려고 했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붓다는 인간의 모든 괴로움의 원인이 인간 내부에 있다고 보았다.
내안에 괴로움을 일으키는 욕망이 있고 그 욕망으로 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집착이 있고 괴로움
과 고통이 있다.
따라서 내가 그 욕망의 집착으로부터 벗어날 수만 있다면 나는 마음의 자유로운 경지에 이를
것이었다.
붓다는 바로 그러한 경지에 이른 사람이였다. 그 스스로 마음의 해방을 이룬 사람이 되었고 해
탈의 경지에 이르렀으며 인간이 가야할 참된 길을 발견한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그 길을 안내하는 안내자가 되었다.
붓다가 어떤 과정을 통해서 깨달음을 얻었고 그 내용이 무엇인지를 내가 말하기에는 어렵다.
다만 이 책을 쓴 카렌은 매우 깊고도 세심하게 붓다를 이해하고 있어 그녀의 눈을 따라 붓다의
일생을 되짚어 나가면서 이해할 뿐이다.
내가 관심을 갖는 것은 붓다가 한 말의 내용보다는 그가 보여준 삶의 태도에 있다.
붓다는 '내가 깨달음을 얻어 해탈의 경지에 이르렀으니 나를 믿어라' 라고 한 것이 아니라 '나와
같이 너희도 될 수 있으니 스스로 깨어나는 자가 되라'고 했을 뿐이다.
그리고 붓다 자신이 하는 말을 믿지 말고 그 말이 사실인지를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확인해보도
록 이끈 사람이다.
붓다가 위대한 것은 바로 이러한 점 때문이 아닐까?
나는 예수가 나를 믿어라 라고 했던 말도 붓다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예수가 말한 믿음은 결코 무조건적이고 맹목적인 믿음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건 나와 같은 삶을
공유하자는 뜻이었을 것이고 나와 같은 길을 가자는 호소였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하여 너희가 천국에 이를지어다 라는 말은 하늘 어딘가 존재하는 천국이 아니라 마음속의
천국일 거라고 믿는다.
누구든 예수와 같은 삶을 실천적으로 살아간다면 죽어서가 아니라 살아서 마음속의 천국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그게 붓다가 말한 해탈의 경지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붓다는 인간으로서 가기 힘든 길을 걸어갔다. 그리고 도달하기 힘든 경지에 올라섰다.
그러나 붓다가 20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은 그가 자신의 삶을 통해 인간 내면의 가능성을 열어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수 많은 스승과 안내자를 만날 수는 있으나 결국 깨달음의 길은 스스로 걸어가야 하는 것임을 말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는지..
붓다는 생전에 수 많은 제자와 상가를 거느렸지만 죽을 때는 그 모든 것으로부터 떠나 작고 보잘
것 없는 마을에서 평생을 따라 온 제자 한명과 그를 따르는 몇명의 사람들 속에서 죽었다.
자신을 숭배하거나 우상시하는 것을 철저히 금했던 붓다의 소박하고 자유로은 죽음이었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