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 피카소 - 현대를 만든 두 천재
아서 밀러 지음, 정영목 옮김 / 작가정신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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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인슈타인과 피카소,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의 전기를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별로 공통점이 없을 것 같은데 놀랍게도 작가는 두 사람 사이에 상당히 많은 공통점을 찾아냈다.

그리고는 아인슈타인과 피카소의 이야기를 번갈아가며 들려준다. 그것도 상당히 흥미진진하게.

아인슈타인과 피카소는 20세기의 같은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이다. 20세기는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발견들이 쏟아져 나오던 시대였다.

과거 그 어느때보다도 빠른 속도로 과학이 발전하고 새로운 사상과 생각들이 봇물 터지 듯 터져 나오고 과거의 생활을 결정하던 많은 것들이 변화를 맞이하던 시대였다.  사람들은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발상과 변화의 욕구를 느꼈다.

아인슈타인과 피카소는 그러한 변화의 흐름을 느꼈으며 과학과 미술에 있어서  새로운 관점, 새로운 시각을 창조함으로써 20세기 현대의 문을 열었다.

피카소는 아비뇽의 아가씨들이란 그림에서 그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관점의 그림을 창조해 냈고,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을 발표하면서 그 전까지 사람들이 알고 있던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완전히 뒤바꿨다.

아인슈타인과 피카소만이 진정한 의미에서 각자 과학과 미술에 있어서 전통적 영역을 부수어 버리고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낸 것이다.

저자는 여기서 한가지 의문을 제시한다.

당대에 유명하고 천재적인 화가와 과학자가 두 사람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왜 아인슈타인과 피카소 두 사람만이 남들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다른 사람들이 이루지 못한 업적을 이루어 낼 수 있었던 것일까?  그 두사람의 천재성은 어떤 조건에서 발현된 것일까?

사실 여기에 저자가 이 책을 쓴 목적이 있다.

저자는 두 천재의 창조성이 드러나기까지의 과정에서 일련의 법칙과도 같은 공통점이 있음을 발견하고 두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위대한 업적을 이루어내는 시기를 집중적으로 파고 들어간다.

그중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창조성이 발현되는 내적 메커니즘이 흥미롭다.

흔히 과학자들이나 시인들은 유레카와 같은 상태를 고백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즉 어떤 창조적인 사고나 문제 해결이 시간을 두고 천천히 진행된 것이 아니라 갑작스럽게 찾아왔다고들 말한다.

저자는 이 갑작스런 깨달음의 경험이 사실은 무의식속에서 저장된 의문이 스스로 해답을 찾아 오랜시간 사유하고 고민해온 결과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 과정이 의식적 사고, 무의식적 사고, 깨달음, 증명이라는 사이클을 통해 발현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무의식속의 작업은 의식적인 작업의 시기가 없으면 진행되지도 않을 뿐더러 답을 얻을 수도 없다.

아인슈타인이 그 유명한 상대성이론의 논문을 쓴 시기는 2주도 안 되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그 구상은 이미 10년도 넘게 아인슈타인을 괴롭힌 문제였다.  일단 의식된 문제는 무의식속의 장기 기억센타에 저장된 후 계속 새롭게 얻는 정보들을 통해 조합되고 충돌하다 어느 순간 하나의 고리에 연결되듯 의식의 밖으로 튀어나오는 것이다.

천재의 창조성은 우연히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시간 사고의 숙성이 있은 다음 얻어지는 것이라는 저자의 지적은 매우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

사실 그러한 경험이야 천재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 번쯤은 해보지 않았을까?

의식하고 있지 않더라도 머리 속을 떠나지 않던 고민들이 어느 한 순간 해결되는 그러한 순간의 경험 말이다.  재밌는것은 아인슈타인이과 피카소 자신은 이전의 사고방식을 깨는 혁명적인 업적을 이루었으면서도 그들 자신의 사고를 넘어서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피카소는 미술에 있어서 입체주의를 넘어선 순수한 추상을 인정하지 못했고 아인슈타인은 양자이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인슈타인과 피카소 모두 자신들의 혁명의 의미를 발전시켜나가는 흐름에는 동참하지 않은 셈이다.  그러기엔 그들의 업적이 너무나 위대하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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