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바라보는 한국을 화폭에 담아 표현한다면 어떤 작품이 나올까?
'영국작가 엘리자베스 키스', 그는 화가라고 한다. 1915년 일본에 온 이후로 동양의 이색적인 아름다움과 문화에 반해 동양 곳곳을 여행하며 그림을 그린 화가라고 한다. 1919년부터 한국을 방문했다는 것을 보면 그녀가 활동한 시기는 역사적으로 일제시대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의 아픔이 가득한 시기. 그녀의 작품에는 한국의 혼이 어떻게 담겼을까?
풍경화부터 인물화까지, 어떤 것은 투박하고 굵게 표현되기도 하고, 색동한복을 그려낸 알록달록 그림이 눈길을 사로잡기도 한다.
그리고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한국의 그림 중에서 인물화의 경우 그 표정이 참 인상깊었다. 어떤 감정을 가진 것인지에 대한 예상을 쉽게 하도록 강렬한 표정들이 많아서 말이다.
예쁜 색동저고리를 입고 있지만 무표정한 아이들, 연날리며 느끼는 기쁨이 얼굴에 고스란히 보여지는 '연날리기 작품' 속 아이들, 부터 문묘제례(제사) 관리를 위해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는 어르신까지......,
그 이면의 설명들을 듣다보면 저자가 한국에서 만난 소소한 인연부터 그 시대 아픈 역사적 배경으로 인해 생긴 일까지 같은 한국이지만 내가 태어나지 않았던 시절, 한국에 대해 몰랐던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선교사 셔우드 홀은 한국에서 결핵으로 죽는 사람이 많은 것을 보고, 크리스마스 실을 만들어 팔아 결핵퇴치운동을 하고 있었다. 매년 실 제작을 해 오면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유독 이 해에 인쇄까지 다 마치고 배부하기 직전에 일본 경찰이 들이닥쳐 압수해 간 것이다. 이미 당국의 허가를 받고 준비했던 홀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알아보니, 그림에 산이 너무 높아서 군사 법에 어긋나며, 서기 1940년이라고 연도를 쓰면 안되니 일본 정부의 연호를 쓰라는 둥 일제의 억지스러운 트집에 불과했다. 원화를 그린 키스에게 홀이 저간의 사정을 이야기하자, 키스는 화가 많이 났지만 좋은 일을 위해서 참고 다시 그림을 그렸다. 금강산을 생각하고 그린 산은 대문 속에 집어넣어 이십 미터가 안 넘는 것으로 보이게 하고, 서기 연도 대신 '구 년째 발간'이라고 써넣었더니 일제가 허락을 했다
또한 외국인 자매(엘리자베스 키스, 엘스펫 키스 로버트슨 스콧)이 펼치는 한국에 대한 묘사는 사실적이고 관찰한 내용을 구체적인 글로 흥미롭게 써내려갔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읽다보면 나 역시 그 둘이 바라본 한국에 대한 시선을 상상하게 된다.
한국의 수도인 서울은 접시처럼 생긴 분지에 위치해 있고, 경사가 완만한 산기슭에는 초가집이 즐비하게 서 있다. 사도 요한의 환상에 나타났던 새 예루살렘처럼 서울도 한때는 성곽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아름다운 성문이 많이 있었다. 내가 서울을 방문했을 때는 이미 화강암 성벽들이 허물어지기 시작했지만, 아직도 거대한 돌로 만들어진 대문 두 개는 웅장하게 서 있었고, 그 위에는 아름다운 기와지붕이 얹혀 있었다. 그 문은 요즈음 사용하기에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넓었고, 앞으로 백년을 가도 끄떡없을 듯했다.
그래서 300P가 넘는 내용의 책을 흥미롭게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시선을 사로잡는 그림이 차지하는 비율이 많기도 했고 말이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