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녀석이 고등학교 2학년 체육대회를 한 후 끄적거린 줄다리기란 글

탕!

시작을 알리는 총소리에,적막한 세상은 온통 열광의 도가니로 빠져 들어간다.

우렁찬 외침과 함께 드러나는 새파란 힘줄..당기고 당겨지는 줄의 행방 속에 ,그들의 외침은 더욱 거세졌고,이내 그 소리는 악에 받쳐 지르는 소리로 변했다.

탁하고 거세진 목소리에 발 맞추어 그들의 팔에는 연원을 알 수 없는 힘들로 가득 채워졌고,팔뚝이 터질 정도로 응집된 힘들은 조금이라도 자신들 쪽으로 줄을 끌어오게 하려고,자연스럽게 힘의 방향을 뒤쪽으로 돌렸다.양쪽 진영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자욱한 먼지가 낀 운동장 바닥으로 몸을 눕혔다.그러면서도 그들은 필승의 의지를 담은 외침을 잊진 않았다.소리 지르는 것을 멈추면,극도로 집중된 정신이 풀려 어이없이 진다고 생각하는지,뻘겋게 상기된 얼굴에 하나씩 실핏줄을 드러내며 줄 하나에 온힘을 쏟고 있었다.

하나의 줄을 놓고 60명이라는 사람들이 뜨거운 오후의 태양볕 아래에서 구슬땀을 흘리며,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쏟는 것은 ‘기필코 이기리라’라는 명제 아래에서 이루어 진 것이다.그들의 힘싸움도 이제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다.아차하는 순간에 경기는 끝날 것이다.더이상 줄은 어느쪽으로도 움직이지 않았다.단지 처음 시작했을 때 그 자리에서 줄이 아래 위로 가늘게 떨고 있을 뿐이였다.

한쪽이 힘찬 외침을 지르면,이내 다른 쪽에서 화답해온다.마치 단 두사람이 목이 터져라 소리지르는 것처럼,그들의 목소리는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단합된 음성을 만들었다.그들의 뜨겁게 달구어진 육체 위에 그 열을 식히려 아름다운 결정체가 흘러내린다.

이제는 모든 것이 느리게 보인다.동료들의 거친 호흡소리,귀밑 머리에서 굵은 목언저리를 타고 흐르는 방울들,콧김을 새게 뿜어내며 두 눈을 부릅뜬 친구의 두눈,이러한 현상은 60명 모두가 동시에 겪고 있는 현상이였다.모두의 얼굴에 희미한 웃음기가 어른거린다.

“으쌰!”

“으쌰!”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한 목소리가 되어 있었다.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이제는 적도 아군도 존재하지 않았다.단지 당길 뿐이다.승리? 그들의 가슴속에는 그 단어가 사라진지 이미 오래였다. 그러나 그들은 연약한 인간일 뿐 초인은 아니였다.정신은 더 없이 나아가고 있지만 육체는 아니였다.그리고.....

‘뚝’

그들의 머리속에 그려지는 소리,그리고 그들은 모두 힘을 주던 방향으로 허물어졌다.그들이 두쪽으로 끊어 놓은 때가 잔뜩 낀,새끼줄만이 불끈 쥔 두 손 아귀들에게 붙잡혀 있을 뿐이였다...정적..

온 세상은 또다시 적막한 세상으로 바뀌였다.줄의 행방을 살피던 심판도,손에 땀을 쥐며 응원하던 친구들과 선생님들,그리고 파아란 하늘 위에 자리잡은 뜨거운 태양마저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멈추어 있었다. 60명의 전사들 역시 넘어진 자세 그대로 굳어 있었다.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억겁의 시간이 흘렀을까? 아니다.그것은 순간이였다.말 그대로 순간.....“우와
와와와와!”

이미 입을 맞추었었던가? 너나 할 것없이 함성을 터뜨렸다.그들이 만들어 놓은 잘려진 새끼줄은 모든 이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어 놓았던 것이다.줄다리기를 하면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소문도 기록도 없었기에 이들의 감동은 더했다.함성은 좀처럼 멈추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누구에게서 부터인지 모를 박수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고,이내 후끈한 열기와 그들의 모든 힘이 녹아 들어간 운동장을 뒤 덮어 버렸다.멍하게 밧줄을 바라보던 그들의 얼굴에 하나씩 웃음이 생겨나기 시작했다.메마른 먼지 속에서 피어나는 그들의 웃음은 땀과 최선의 노력으로 맺어진 자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승리의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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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6-10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에도 다시 올립니다. 네이버를 예로 하겠습니다.

1.

알라딘에서는 이미지 올리기라고 있죠. 여기에서는 사진 올리기입니다.

그것을 마우스로 클릭하세요.

2.

알라딘은 이미지 찾아보기를 누르고 이미지 그림을 찾아 이미지 넣기를 누르면 되듯이

여기에서는  사진올리기를 누르고 오른쪽의 사진추가를 누르면 그림을 찾는 컴퓨터 화면이 보입니다. 거기에서 찾아 오른쪽 아래의 확인 버튼을 누르시면 됩니다.

혹시 그래도 안되시면 어떠 사이튼지 서재 주인에게만 보이기를 누르시고 알려주세요.


파란여우 2005-06-10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줄다리기 추억과 만두님의 친절한 설명.
한폭의 찰떡입니다.^^

2005-06-11 18:2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