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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는 ㅣ 창비아동문고 259
이현 지음, 김홍모 그림 / 창비 / 2010년 10월
평점 :
마당을 가득 채운 평상의 이야기들.
오늘의 날씨는? 알 수 없다.
맑은 하늘에 천둥도 치고, 멀쩡한 날에 물벼락을 맞는가 하면, 어제 까지만 해도 반팔을 입다가 자고 일어나면 코트를 찾아야 하는 그런 이상기후 속에 ‘오늘은 안녕?’ 하며,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들 역시 그러하다. 그들의 삶의 상황들을 속속히 들여다보면, ‘오늘이라도 안녕이기를’ 해야 할 것처럼 절박하기는 하나, 그들이 풀어가는 이야기는 해맑다. 아마도 초등생의 4명의 어린 주인공들이 각기 그들 식으로 세상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인가 보다.
오래 된 연립주택과 집들 사이에 펼쳐진 평상. 그리고 그 위를 가득 메운 그들의 이야기들. 또한 오래된 그들만의 빛바랜 추억들까지도 그 낡은 평상이 이야기 해 주고 있다. 이렇듯 그런 장면들이 그림처럼 떠오르는 것은 아마도 내 기억 속에도 그 평상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내 기억의 평상이 사라졌듯이 그들의 애틋한 그 평상 역시 지금 위태로워졌다. 재개발이라는 현실에 아슬아슬하게 내몰린 그들의 이야기가 동희와 종호 그리고 영은, 정아의 목소리들로 각각 들려준다. 이웃사촌이라는 단어의 뜻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남이지만 가족처럼 끈끈한 정으로 가난의 힘겨움을 서로 격려하는 그런 따스함이 묻어있는 이야기들이다. 허가받지 못한 외국인 노동자 키론도 그들의 이웃으로 이야기에 진한 감동을 더해준다.
리얼리즘이라고 해야 하나. 상황적 배경에 조금의 꾸밈도 없다. 그래서 다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어른인 나는 그들의 이야기가 깊이 다가오는데 어린 독자들은 글들이 왜 이사를 가야하는지, 우리 집에 새로 짓는 아파트인데 우리가 그 곳으로 가는 것이 왜 안 되는지, 어째서 우리나라에 온지 12년이나 된 키론이 도망을 다녀야 하는지에 대해서 얼마나 알 수 있을까? 이런 상황적 문맥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이 이야기의 감동이 줄어들지는 않을까? 하는 노파심 때문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화자가 초등학생이다. 그들 역시 자신을 둘러싼 어른들의 이야기를 잘 알지 못한다. 그냥 주어지는 상황과 보여 지는 모습들, 느낌들을 가질 뿐. 어른들의 세계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그들만의 방식으로 그들만의 모습으로 스스로를 성장시킨다.
동희네가 이사를 가고, 종호의 집도 비워져있고, 키론도 다른 곳으로 옮기고, 그렇게 평상의 가족들이 하나둘 자리를 뜨게 되면서 정아의 마음 한 자리가 뚫린 듯, 찬바람이 속을 비집고 들겠지만, 정아는 정아의 방식 되로, 동희나 다른 친구들도 그들만의 방식으로 이 세상과 잘 부딪히며 성큼 클 것이다. 평상의 추억들이 그들의 커다란 버팀목이 되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