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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커 (양장) - 제3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배미주 지음 / 창비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싱커]
지금 우리는 어떤 진화의 과정을 밟고 있는 것인가!
무슨 말을 먼저 해야 할까. 이 책이 가진 매력은 한 장 한 장 놓칠 수 없는 생각들이 이어지고 있는 것인데, 그래도 그 뿌리의 근원을 찾아보자면 ‘지금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라는 것이 화두가 되는 것 같다. 과연 지금 우리는 ‘앞으로, 더 좋은 환경으로, 참된 모두의 행복을 위하여’ 하루하루를 변화시키고 있는 것일까. 그러한 것이 가능하기는 할까. 출렁이는 정보 속에서 모든 것이 열려 있고 자유로이 그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 정보 안에서만 생각이 가능해지고 그 정보에 의하여 우리가 조정되어간다는 아이러니함을 경험하곤 한다. 이 책에서도 역시 몇몇의 사람들의 개인적 욕망에 의하여 그 많은 다수가 움직여졌다는 것이 전혀 충격적이지 않게 다가오는 것은 이러한 연유 때문일 것이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지금 우리의 발등에 떨어진 문제들을 가상의 세계로 옮겨 놓고 조금 떨어져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더군다나 사이버세계를 살아가는 청소년 친구들에게는 꼭 짚어보아야 할 문제이기에 이 책이 더욱 고맙게 다가온다.
환경재앙이라는 대재앙을 맞이한 21세기의 지구는 거대지하도시 ‘시안’과 열대우림을 그대로 재현한 ‘新아마존’을 만들어 낸다. 여기에 바이러스의 공격까지 결국 지상의 세계를 차단하는 것으로 평화를 되찾았다고 생각하고 여기에 바이오옥토퍼시라는 초국적 제약회사가 개발한 장수 유전자를 무상으로 시민들에게 제공하므로 자하의 그들이 만든 세상에서 최대다수의 고령시대를 맞이한다. 이러한 지하도시가 100년을 존속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인공의 태양이 존재하는 최첨단의 과학의 도시, 모든 형태가 사이버의 세계이고, 현실세계의 자리가 미비한 지하도시 시안에서도 빈부의 격차가 확연히 드러날 수밖에 없었으며, 존재감 없는 학교와 그 학교폭력 역시 굳건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개념도 없는 비인간화의 기업이념이 인류를 대상으로 시험하는 과정에서 신종플루의 무서운 공포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 뒷이야기들도.......주인공 미마가 헤이베이에게 하는 말이 인상적이다. “어른이 되려면 뭐든 쉽게 믿으면 안 돼. 뭐가 틀리고 맞는지 스스로 깨달아야 해” 꼭! 이 책을 읽는 친구들에게 전해주고 싶어 하는 작가의 마음이 간절히 읽혀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역 진화! 이것은 이 작가만의 정말 독특한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인류는 보다 나은 생존을 위해 앞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하지만 그 지나친 욕심에 대자연을 잃고 땅 속으로 속으로 더더욱 단순해지고 단조로워지는, 기계인간처럼 조종되고, 자율성이 박탈된 그저 먹고 잠자는 것에 감사해하는 존재가 되어버린다. 그러한 세계를 벗어나려고 하는 것은 신아마존의 작은 생명체! 그리고 싱커라는 게임으로 아마존의 가상현실 속에서 동물들과 싱크로 연결된 낮은 계층의 10대의 아이들이었으며, 그들이 연대를 이루어 세상을 바꿀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생각하는 행위를 잃어가고 있는 그들은 신아마존의 동물들과 싱크하여 그 동물들의 본연의 본능을 체험하는 기회가 그들의 억압된 사고에 물꼬를 튀는 역할을 하게한 것이다.
인류는 대 자연 속의 일부이다. 자연을 활용할 수는 있지만, 자연을 인공화 시킨다는 것은 불행을 키우는 일임을 우린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알고 있음과 그것에 대하여 행위 한다는 것이 일체하지 않는다는 것 역시 우린 알고 있다. 책은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에게 흥미로운 소재로 접근하고 있으나 그 내용은 참으로 많은 생각의 꼬리를 물게 한다.
‘제 꾀에 제가 넘어 간다’ ‘ 제가 파 놓은 동굴에 제가 빠진다.’라는 옛 말이 떠오르게 하는 책이다. 거침없이 나가고 있는 오늘의 인류는, 인간에 대한 철학이 빠진 채,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생각도 잊은 채, 1초를 허겁지겁 따라가고 있다. 어디로. 왜. 라는 단순한 질문조차 할 틈을 내어주지 않는다.
이제 곧 책의 내용이 실현 될 것 같은 두려움이 마지막 페이지와 함께 다가온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내 생활의 편리함을 얻는 다면 나는 무엇을 잃어가고 있는 것일까. 사고의 기능을 잃어가게 하는 교육의 장. 과연 아이들이 공부를 하는 것일까, 교재가 아이들을 이용하는 것은 아닐까. 주인과 객이 전도된 아이들의 모습들 역시 어떤 미래를 향하여 가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