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랏차차 도깨비죽 신나는 책읽기 24
신주선 지음, 윤보원 그림 / 창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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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어떻게 이렇게 자연스럽게 우리 전통의 정서와 생태 환경에 대하여 이야기를 이끌어냈을 수 있었을까!

 외할머니 댁에 온 홍주는 그날 밤, 새로운 세상을 경험한다. 조왕신이 끓인 죽 한 그릇을 허락 없이 먹어버린 것이다. 홍주는 그날 밤! 강도깨비, 산도깨비, 들도깨비들과 터줏대감과의 씨름에 휘말리게 된다. 자연이 준 귀한 선물인 영양가가 가득한 열매와 약재로 만든 그 죽 한 그릇을 홍주 때문에 먹지 못한 터줏대감과 영양 죽으로 넘치는 기운을 가지게 된 도깨비들의 씨름 한판에서 당연히 터줏대감은 그들을 이길 가망성이 없어 보이고, 그렇게 되면 마을 앞에 금줄을 칠 수 없게 된다. 금줄의 의미는 마을을 보호하는 것으로 외부의 침입을 막고자 하는 것이데, 그것을 못 하니 강, 들, 산의 지킴이들인 도깨비들이 옳거니 좋아라하며 마을로 침입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물론 그 피해는 당연히 사람들에게 가는 것이므로 오늘의 이 시합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다. 터줏대감과 조왕신을 홍주가 등에 업고 달리면서 시작되는 그들의 싸움은 흥미진진하여 그들과 함께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책장이 넘어간다.  

 우리의 옛 정서인 조왕신과 터줏대감을 등장시켜 자연스레 그들의 역할과 조상들의 해악을 느낄 수 있었으며, 강도깨비, 산도깨비, 들도깨비들을 통하여 자연과의 소통을 이야기한 작가의 생각이 놀랍다. 우리는 자연과 함께, 아니 자연의 일부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끝없는 욕심에 강, 산, 들의 소중한 생명체들은 그들의 자리를 잃어만 가고 있다. 홍주가 직접 자연인 그들의(나무로, 나비로, 멧돼지로........) 삶 속에 들어가 살아보는 경험을 하는데 그 장면은 독자인 우리에게도 홍주와 같은 경험을 하는 것처럼 그 느낌이 생생하게 전해지고 있다.

 또한 책에서도 보여지 듯, 자연은 약속을 잘 지킨다. 그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역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규칙이 지켜지지 않은 이번 경기에서도 역시 도깨비들은 졌다. 이래저래 불공평한 싸움이었지만, 그들은 깨끗이 결과를 받아들이며 내년을 기약한다. 싸움에서 이긴 홍주가 흘린 눈물 대하여 아이들과 이야기를 해 보면 책이 한 층 더 의미 있게 다가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책의 마지막 장면에서 보여지 듯 커다란 솥에 호박죽을 모두가 나눠 먹는 것처럼 자연과 함께 자연의 공간을 더 이상 침범하지 않고 그들을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우리 삶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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