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인들에게 말을 걸다.

난 빨강 ㅣ 창비청소년문학 27
박성우 지음 / 창비 / 2010년 2월

 사물과 대상과 상황들과의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이 시집은 웃음도, 가슴 찡함도, 아~맞아! 라는 이해도 함께 가지고 있다. 나 역시 겪었던 그 때의 시간들이며, 지금 열심히 그 시간에 몰입되어, 때론 앓고 있는 친구들도 있을 것이고 준비생들도 여지없이 그 시기를 거칠 것이다. 그 시간대의 중심에서 한참 벗어난 시인이 어떻게 그 시간을 이토록 잘 표현하였을까! 우주에 살고 있는 그들의 언어를, 생각들을, 통역해 주는 통역사가 시인 옆에 있었을까. 이렇게 조금 떨어져서 보면 알겠는데, 그들을 이해도 하겠는데, 그 우주인들이 바로 곁에서 있으면 역시 소통은 불가능해진다. 이 책으로 어떻게 문을 두들겨 볼까.

 [신나는 악몽]처럼 시험 전날 야자를 마치고 집으로 갈 때 늘 기도를 했었는데, 새벽 뉴스에 ***고등학교가 화재 휩쓸렸다는........[출렁출렁]처럼 내가 거대해 지기를 지친 내가 끝을 겨우 통과하지 않고 나의 거대 손이 움직였으면. [노래방]에서도 참 작은 일상인데 시인의 손을 거치니 일상이 일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가슴 찡한 [우정]도 그렇고, [용서를 빈다]도 학교에 늘 있는 다수가 겪은 익숙한 차별, 무뎌진 상처이거늘. [신나는 가출]에서는 푸하하 웃음이 난다. 그렇게라도 견딜 수 있었던 그때가 시를 통하니 그립기까지 한다. [아빠 대 엄마][피자 헉][꼭 그런다][심부름][학교가 우리에게][꼭 그런다]등 그의 시는 그 작은 상황 상황을 놓치지 않고 이야기를 건다. 그의 이야기가 시인 자신만의 세계로 들어가 있지 않고 우리의 이야기로 나옴으로 시들은 특별한 것이 아닌 깊이 공감할 수 있는 나의 이야기들이 시의 소재거리가 되어버린 것이다. [오래된 건망증]에서도 볼 수 있듯이 내가 이불 뒤집어쓰고 깊이 고민하고 있는 것들이 결코 나만의 특별한 일이 아님을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이 주는 선물이다.

 우주인들과 이 책을 가지고 이야기를 혹은 모방시를 수업을 해 보고 싶다. 무언가를 써야한다는 것에 강한 거부감과 두려움을 가진 그들에게 이 책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이는 것 자체가 글이 될 수 있다는 생각과 자신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입시 형 논술에 가둬진 그들에게 귀한 휴식의 시간을 이 책으로 선물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