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한 자전거 여행 창비아동문고 250
김남중 지음, 허태준 그림 / 창비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긴 호흡과 눈물이 같이 나왔다. 눈물은 잔잔한 감동 이였고 긴 호흡은 굽이굽이 페달을 밟고, 가픈 숨을 쉬어온 나의 몸이 갖는 휴식의 표현일 것이다. 자전거를 타면서 느낄 수 있는 몸의 감각과 주변의 전경들이 섬세하고 속도감 있게 표현되어 있어 책은 거침없이 읽어져 나갔으며, 정말 내가 자전거 전국순례를 하고 있는 듯, 나의 몸은 주인공들과 같이 긴장되고 땀이 나며 다리에 힘이 풀리 듯 답답하고 무거운 숨을 쉬기도 하였다. 그 여행의 끝자락에서 만난 땀 흘린 그들의 모습과 늘 선 위에서 주저하는 나의 모습이 겹쳐져 나를 새로이 다짐하게 한다. 
 

 후~우하고 불기만 하면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아슬아슬한 집의 13세 호진이. 그의 부모는 호진이의 존재를 무시한 채 이혼을 결정하고 이에 화가 난 주인공은 가출을 결정한다. 마땅히 갈 곳이 없던 그는 부모님이 참으로 한심해하는 삼촌에게 떠나기로 한다. 밤차로 달려온 광주 그 아침에 만나게 된 삼촌과 빨간 트럭. 삼촌은 자전거여행 가이드이며, 그날이 15회 자전거 순례의 첫 날이었던 것이다. 참가자들은 9명으로 시작하여 2명이 중간에 합류하고 삼촌, 호진이 만석이형을 포함하여 14명의 멋진 11박 12일의 여행이 시작된다. 뜨거운 태양빛의 8월 한 가운데에서 자전거로 가자산과 미시령을 넘고 구례, 진주 속초.......통일전망대까지 국토를 순례하는 그들의 진한 땀 냄새가 지금도 내게 머물고 있는듯하다. 암과의 전쟁을 하기위하여 참가한 사람, 자전거로 세계여행 중인 캐나다인 2명, 군 입대를 앞둔 학생,  아버지에게 등 떠밀려온 사람, 술로 잃은 인생을 되찾기 위해 온 사람, 이번 여행을 끝으로 프랑스 자전거 기술학교로 유학을 결심한 사람 등 각각의 참가자들의 배경은 여러 가지이나 분명한 것은 그들에게 새로운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으며 그것을 정면으로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 거친 여행에서 ‘함께’를 깊이 있게 경험 했으며, 자신이 싸워야 할, 이겨야 할, 부딪혀야 할 대상이 결국 자신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페달을 밟을 것인가 멈출 것인가’ 매 순간순간 떠오르는 생각, 그 강한 갈등 속에 무거운 페달을 발로 이기며 지나온 길을 바라 볼 때, 그 감동! 부듯함! 자신감! 어찌 말로 다 표현 할 수 있을까! 나를 포함한 책을 만나는 모든 이들은 그 강한 느낌을 충분히 공감 할 수 있을 것이다.  
 

 포기하고 싶을 때, 그냥 주저앉고 싶을 때 마다 ‘할 수 있어! 조금만, 조금만 가자!’하고 외쳐주는 만식이 형과 삼촌을 항상 곁에 두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들의 외침은 우리 스스로의 외침이며 간곡한 바람일 것이다. 어려운 고비 고비를 함께 견딘 이들에겐 서로가 누구보다도 애틋하며 특별한 존재가 되었다. 긴 여행에서 돌아온 호진이는 그제야 자신의 가족들이 각자가 힘들다고, 외롭다고만 했을 뿐. 서로 함께 무엇을 해보자고 한 적이 없음을 깨닫게 된다. 그는 엄마 아빠가 자전거순례를 참가 할 수 있도록 야심찬 계획을 짜고 그도 그들 곁으로 떠난다. 처음으로 셋이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어려움을 함께 이겨보기 위하여, 그리고 스스로가 페달을 밟아야 자전거가 움직이듯, 결국 삶도 나의 발끝에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깊은 호흡으로 두 눈 지그시 감고 불어오는 세상의 바람을 온 몸으로 맞는 느낌으로 책을 읽었다. 지금까지도 그랬던 것처럼 멈추고 싶거나 돌아서고 싶은 강한 마음이 들면 딱 한걸음만이라도 더 가보리라 그 한 걸음이 내게 무한한 자신감으로 자긍심으로 되돌아옴을 알기에 호진이처럼 백일, 백이........을 세며 조금만조금만을 외칠 것이다. 페달을 이기듯 인생의 굽이를 돌아서지 않고 만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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