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임당 빛의 일기 - 상
박은령 원작, 손현경 각색 / 비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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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현재를 오가는 예술적 혼과 몰입감.


 ​<사임당 빛의 일기>가 드라마로 방영되기 전에 '사임당' 역할을 맡은 배우 이영애씨의 출연 때문에 화제를 모았다. '대장금' 이후 몇 년만의 출연 때문인지 '대장금' 만큼이나 높은 시청률을 기대했고, 단아하면서도 선이 고운 배우의 면면은 '사임당'의 역할에 적확하게 맞아떨어지게 했는지 많은 이들이 고대하며 기다린 작품으로 기억된다. 드라마가 방영 될때도 별로 관심이 없어 지켜 보지 않았다가 드라마의 원작 소설이 출간되었다고 하여 읽게 되었는데 상상한 것 이상으로 몰입감이 최고인 소설이었다.

 

 

조선시대에 신사임당, 이겸, 휘음담 최씨, 민치형, 중종이 등장한다면 현대의 인물은 서지윤, 한상현, 민정학, 정민석, 고혜정이라는 인물이 서로 데칼코마니 하듯 살아숨쉬며 이야기를 오가고 있다. 어렸을 때 읽었던 위인전 중에서 '신사임당은 그림에 재주가 많으면서도 조신하고, 현명한 아내로 어머니로 그려진데 반해 <사임당 빛의 일기>에서는 어린 시절에 똘똘한 왈가닥 아가씨로 사임당을 그려낸다. 당차면서도 정의감이 있고 그림을 그리고, 보는 것에 열의가 높다. 안견의 '금강산도'를 보고 싶어 헌원장의 담을 넘다가 이겸과 마주치게 된다.


치마를 입고 담을 넘을 수 없어 치마를 벗어던지고 담을 넘다가 이겸과 마주치게 되고, 안견의 금강산도를 보지도 못한채 치마를 가지고 후다닥 몸을 피한다. 이겸은 서둘러 가는 사임당의 화첩을 줍게 되고, 그녀의 그림에 반해 다음날 그녀의 금강산도를 가지고 그녀의 집에 방문하면서 두 사람은 더 가까워진다.


소설을 읽기 전에 최근에 읽은 그림책 <민화, 색을 품다>(오순경, 2017, 나무를 심는사람들)을 읽었다.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그림을 오순경 민화작가가 그려냈고, 드라마에서 어떻게 쓰였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자세히 실려있다. 처음에는 드라마도 보지 안아 책을 보아도 작가가 설명한 부분이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원작 소설을 읽고 보니 그녀의 설명이 이해가 갔다. 위의 그림이 사임당이 그토록 보고 싶어하던 안견의 금강산도다.


현대에서는 한국미술사를 전공한 연구원이자 대학교 상사인 서지윤이 민정학 교수를 도와 '금강산도'를 설명하지만 민교수가 갖고 있는 작품은 위작이었다. 그의 계략에 속아 대학 강사도 짤리게 되고, 남편인 정민석 역시 억대의 연봉 펀드 매니저였으나 사고로 인해 도망자의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 우연처럼, 혹은 마법처럼 이탈리아 토스카나에서 발견한 신사임당의 일기를 발견한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신사임당과 서지윤의 처지가 같으면서도 다른 모습들과 어린시절 사임당과 이겸의 풋풋한 사랑이 마음을 간질거리게 한다.


서로의 마음이 닿아 혼인을 하기로 마음 먹은 연인의 모습을 므흣하게 바라볼 때쯤 중종이 사임당의 아버지에게 글귀를 사임당이 우연히 보게되고, 그 글귀로 피바람이 불러온다. 그로 인해 많은 유민들이 죽은 것은 물론이고 사임당과 이겸의 목숨이 위협을 받자 사임당은 자신의 사랑을 놓아 버린다. 서지윤의 이야기보다 어린 시절의 사임당의 풋풋함과 삶이 뒤틀려 버린 성인의 사임당을 그린 과거의 이야기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이영애씨의 모습을 오순경 민화작가가 그려냈는데 화면에서 보는 것 만큼이나 더 우아하다. 민화로 보는 맛이 또 이렇구나 싶기도 해서 두 사람이 사랑을 속삭이면서 그리는 그림과 색감이 궁금할 만큼 예술적인 면이 돋보이기도 했다. 갑작스럽게 결정된 두 사람의 삶은 뒤틀려지고 시간이 흘러 사임당은 이원수라는 사내와 혼인해 아이 넷을 두었다. 시간이 오래도록 흘렀으나 여전히 이겸은 사임당을 마음에 품었고, 떠나보내지 못해 여기저기를 오가며 방랑자의 삶을 살았다. 그저 바람처럼 흘러가는 삶을 살아가는 이겸은 멀리서나마 사임당을 지켜본다. 사임당 역시 이겸에 대한 마음을 접지 못하고 마음 속 깊이 묻어두지만 그와 거리를 둔다.


강릉에 있던 사임당이 남편이 있는 서울로 거처를 옮기지만 무능력한 남편인 이원수는 다른 이에게 속아 집도 절도 없이 어디론가 가버렸다. 아이들을 데리고와 폐가를 얻는 사임당의 상심과 삶의 고단함이 묻어난다. 이겸 역시 도성에 올라와 중종을 만나게 되고, 우연히 사임당이 살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 방황을 하는 그의 모습이 안타까운 사임당, 그의 재능을 썩히지 말라고 그녀는 따끔하게 충고를 하게 되고 이겸은 손을 놓다 싶이 한 그림을 다시 그리게 된다. 그때 그린 그림이 바로 모견도다. 드라마에서는 모두 오순경 민화 작가가 그려냈고, 사진 또한 모두 그녀의 작품이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사임당의 운명이 곧 서지윤의 운명과도 같다. 어릴때 주막의 딸이었던 휘음당의 질투가 그녀로 하여금 더 많은 부와 권력, 사랑의 상처에 베어진 여인으로 그려진다. 선과 악의 대결이 명확한 색채를 띄지만 무엇보다 사임당의 열정과 혼 이겸의 이야기가 얽혀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왜 두 사람이 이루어질 수 없었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이겸으로 하여금 그 수수께끼를 풀게 만들고, 진짜 금강산도의 출처에 대해 밝히는 서지윤의 모습에 민교수의 날선 악행이 예고되고 있어 더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소설이다. 책을 읽고 나서 드라마가 궁금해 찾아볼 만큼 팽팽한 이야기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는 작품이다. 어서 빨리 하 권이 출간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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