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기 구겐하임 자서전 - 어느 미술 중독자의 고백
페기 구겐하임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인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미술을 좋아하지만 현대 미술의 추상적인 그림은 내게는 아직도 애매모호하다. 잭슨 폴록이나 칸딘스키의 그림을 보고 나면 그 그림에 어떤 정신이 깃들어 있는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보고 또 보니 자꾸 낯이 익는다. 페기 구겐하임이라는 이름도 처음엔 낯설었다. 페기라는 이름보다 '구겐하임'이라는 이름을 많이 들어 봤는데 알고 보니 그건 건축물의 이름이 아니라 20세기 미술사의 전설적인 컬렉터의 이름이었다. 1898년 뉴욕의 유태인 부호 집안에 태어난 구겐하임의 태생에서 부터 다시 뉴욕으로 건너오기까지의 그녀의 간략한 회고록이 담겨져있다.

이 책은 페기 구겐하임의 자서전이긴 하지만 간략하게 그녀의 인생을 축소 시켜 놓았다. 200페이지도 채 안되는 책이다 보니 영화로 치자면 영화정보를 알려주는 프로처럼 간단하게 줄거리를 요약해서 주요 장면만 보여준다. 어느 미술 중독자의 고백이라기 보다는 그녀의 사생활과 미술 컬렉터로서의 삶을 반씩 섞어 맛만 보여준다.그야말로 맛만! 그녀는 전설적인 컬렉터 뿐만 아니라 인생사에 있어서도 화려한 남성편력을 보여준다.

어렸을 때 부모님의 불화로 조숙했던 그녀는 독립적인 생활 뿐만 아니라 로렌스 베일, 존 홈스, 에른스트등 결혼과 이혼을 반복했다. 그들과의 결혼은 그녀에게 성장과 동시에 상실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로렌스 베일과의 7년이 비공식적이었다면 존 홈스와의 결혼은 공식적이자 그녀가 그에게 많은 지식을 배울 수 있는 지침서이기도 했다. 그가 죽고 그녀는 해방감을 느꼈다고 하지만 그와의 결혼 생활은 그녀가 한발짝 나아가는데 있어 큰 역할을 했다.

그녀는 '구겐하임 죈'이라는 화랑을 열어 브랑쿠시, 콕토, 칸딘스키 아르프등 많은 화가들을 후원하고 그들의 그림을 소장했다. 그들과의 깊은 사연은 들을 수 없었지만 현대 미술에서 페기 구겐하임이라는 이름은 없어서는 안 될 정도로 20세기 현대 미술사에서 그녀의 역할을 크게 작용한다. 작년에 캐서린 쿠의 < 전설의 큐레이터 예술가를 말하다>를 읽으면서 큐레이터 라는 직업과 현대 미술에서 있어서 그들과 화가들의 관계를 세심하게 볼 수 있었던 점에 비해 페기 구겐하임 자서전은 그녀의 컬렉팅 보다는 사고, 팔고 지내왔다는 단편적인 기록들이 아쉽게 여겨졌다. 그녀가 큐레이터로서의 고뇌와 화가들의 관계에 대한 깊이 있는 시선을 깊이 볼 수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잔가지 없이 그녀의 삶을 군더더기 없이 없이 읽다보니 더욱더 그녀의 내면세계가 궁금해진다. 미술에 문외한이었지만 한 여자의 인생과 남겨진 유산을 통해 미술에 힘썼던 그녀의 삶은 부러우면서도 부럽지 않았다. 캐서린 쿠에 이어서 현대 미술에 없어서는 안될 그녀들의 이야기에 빠져 현대 미술의 화가들과 그림을 접하고 있다. 어려우면서도 그들만의 개성이 나타나는 그림을 보고 있으려니 난해해도 그들만의 매력에 푹 빠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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