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 없는 사랑 - 막심 고리키 마지막 단편집
막심 고리키 지음, 이강은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막심 고리키의 아홉 편의 단편집을 읽으면서 나는 아홉 편의 장편을 읽는 느낌을 받았다. 대답 없는 사랑이라는 제목에 끌렸고, 무슨 사연이 있길래 사랑에 대답이 없을까, 라는 궁금증이 이 책을 읽게 된 동기였다. 아홉 편의 단편집 중 처음 <은둔자>와 <대답 없는 사랑>은 자신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회상하는 방식이라면 나머지 일곱 편은 러시아 역사와 관련이 깊다.

막심 고리키는 투르게네프,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체호프와 같이 황금기 러시아 리얼리즘 문학을 이어 받아 부랑자, 노동자의 삶과 의식을 대담하고 낭만적인 문체로 그려왔다. 1905년 '피의 일요일'에 평화 시위에서 강력하게 대정부 성명을 발표하여 투옥되었고, 석방후에 이탈리아로 망명했다. 이런 작가의 삶은 고스란히 작품에 투영된다. 1924년에 쓴 이 작품은 책을 읽기에 앞서 작가의 삶과 러시아 역사에 깊이 알아두고 책을 읽는다면 좀 더 깊이있는 시각으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전에 막심 고리키의 작품을 읽은 독자라면 기존의 작품과 비교하며 보는 재미도 느낄 수 있을텐데 아쉽게도 첫 발걸음을 떼는 나는 이 책이 너무나 힘겨웠다.

이런 사실을 모른채 다른 소설을 읽듯, 이 책을 읽다보니 일주일 동안 진도가 지지부진했다. 좀처럼 소설을 읽으면서 혀를 내 두른 적이 없었지만 이 책은 도저히 속도를 낼 수 없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막심 고리키의 소개글을 찬찬히 읽었고, 인터넷을 검색해 러시아 역사에 대해 찾아보기 시작했다. 책 만큼이나 다양하고 복잡한 러시아의 역사는 소설을 통해 그가 말하고 싶은 이념들을 말하곤 한다. 정치적 이데올로기와 혁명가의 삶을 말하고 있는 <영웅> <카라모라> <특이함에 대하여>는 같은 주제이지만, <영웅>을 뺀 두 단편은 다른 형식과 다른 어조로 말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나는 러시아 문학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했다. 장편 보다는 단편의 맛을 느끼며 러시아 문학에 한발짝 발을 떼고 싶었던 마음과는 달리 묵직하고 다양한 실험작을 통해 보여지는 러시아의 생활상과 역사에 혀를 내 둘렀지만 그만큼 깊이있게 다가왔다. 이 책을 통해 러시아 역사의 흐름을 찾아보았으며,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이념의 깃발을 통해 바라보는 인간의 심리와 사회를 바라볼 수 있었다. 좋은 약은 입에도 쓰다고 하듯이 힘겹게 읽은 책인만큼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러시아 문학의 매력 속으로 빠질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표지와 제목이 상충되지 않아 겉도는 느낌이 들었다. <대답 없는 사랑> 외에 남녀간의 사랑이야기는 드물었고, 시대상을 반영하는 작품이 많았다. 대답 없는 사랑에 나오는 여인보다는 오히려 고뇌하고 힘들어하는 남자의 모습이 담겨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던 작품이다. 아마도 대답 없는 사랑은 남녀간의 사랑이야기 보다는 나라에 대한 '대답없는 사랑'을 표현을 이야기한 것일지로 모르겠다. 나라와 시대를 빗겨선 채로 책을 읽다가 이 책을 만나 러시아의 사회로 쏙, 빠졌다가 비상구로 나온 기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