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계를 통해 보는 그녀들의 삶

미인계 - 중국의 4대 미녀
왕공상.진중안 지음, 심우 옮김 / ODbooks(오디북스) / 2008년 12월

하이얀 서시 미소. 노닐던 물고기 가라앉고,
왕소군 비파 타니, 고향 가던 기러기 하염없이 우지지네.
구름 뒤 하얀 달빛 초선 눈을 샘할 제.
만개한 모란 꽃 양귀비 웃음보고 속절없이 지더라.

 싸우지않고 이긴다..는사상이 짙게깔린 중국병법의 정수인36계중 31계는 미인계다. 병법의 정수라는 미인계는 여인의 아름다움을 통해 적군의 장수를 이간질 시키거나 죽음을 몰고 가는 병법이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곧 잘 미인계는 잘 통한 수법(?) 이기 때문이다. <미인계>는 중국의 4대미녀로 유명한 서시, 왕소군, 초선, 양귀비의 이야기가 차례로 다루어졌다. 4대미녀로 유명한 이들 중에 유독 초선이라는 이름이 내 눈을 사로 잡는 것은 어렸을때 1000페이지 가량의 <삼국지>를 한 권 갖고 있었는데 그때 이야기와 함께 삽화를 통해 초선이라는 인물을 만났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녀들의 이야기가 담겨진 이야기들을 하나둘씩 읽을 때마다 수려한 '아름다움' 때문에 소소한 행복을 누리지 못하고 기구한 운명에 휘둘려 의지와 상관없이 운명의 수레바퀴에 이끌려 가는 모습이 4명의 아름다운 여인의 이야기의 공통점이었다. 화려하게 피었다가 금새 시들어버리는 한떨기 꽃 처럼 느껴졌다.

저자는 4명의 아름다운 여인의 삶을 보며 아름다움이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가꾸고 다듬어야 그 아름다움을 오랫동안 지속시킬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찾아보라는 이야기를 서문을 통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은 한 사람의 독자로서 이 책의 4명의 아름다움을 찾는 비결을 찾느라는 말은 저자의 어불성설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타고난 아름다움과 후천적인 노력을 통한 아름다움을 이 책에서는 몇 줄로 묘사되었다. 몇 줄로 묘사된 그녀의 노력을 통해 그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겠는가 하는 물음이 절로 나온다.

또한 여인들의 아름다움은 그틀이 타고난 운명이자 그 아름다움 때문에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고 대외적인(공식적인) 자리에 나가 영웅들의 아름을 사로 갖고 즐거움을 주어야 했을 그녀들의 역할을 보며 미인계가 계략 중 한 방법이었지만 희생되는 그들의 삶을 보며 안타까움이 베어 나왔다. 상황에 대한 저항없이 순순히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그들을 보며 입체적인 모습이 아닌 평면적인 느낌을 받았다.

저자는 <미인계>라는 책을 쓰면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주제이 결여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순응 할 수 밖에 없는 시대였을지라도 그들이 시대에 이끌려가지 않고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모습이 조금이라도 보였다면 미인계를 통한 그들의 삶이 좀 더 빛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책이었다.

미인박명. 타고난 아름다움때문에 그들의 삶이 빛을 발하지 않았지만 오랫동안 그녀들의 아름다움은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누군가 중국의 4대 미녀가 누구지? 하는 물음을 예전에 물었더라면 어물어물하며 대답을 하지 못하겠지만 이 책을 읽음으로서 당당히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아름다움을 이야기 할때 그녀들의 이름이 빠지지 않겠지만 그들의 안타까운 삶에 대해서도 생각해 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